[현장르포] 월동지로 떠나는 ‘저어새’ 환송잔치
“내년 봄에 또 보자!”
인천시·NGO네트워크 등 50명
서식지인 남동유수지 돌며 플로깅
음악회·당근마켓 등 다양한 행사

“월동지로 떠나는 저어새야, 함께 달려줄게!”
18일 오전 9시께 인천 남동구 남동유수지 일대에서 ‘2025 저어새 환송잔치’가 열렸다. 인천시, 인천시 저어새 생태학습관, 저어새NGO네트워크가 주최한 이 행사는 월동지로 떠나는 저어새를 배웅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50여명의 참가자들은 저어새가 서식하는 남동유수지 일대를 돌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plogging)’ 활동에 참여했다. 플로깅에 앞서 ‘저어새처럼 달리기’ 프로그램에서는 저어새 탈을 쓴 학생들이 두 날개를 펼치고 달리며 저어새의 ‘안전 비행’을 기원했다.
인천은 멸종위기종 저어새의 대표적인 서식지다. 저어새는 매년 3월 인천 남동유수지, 영종도 갯벌 등에서 알을 낳은 후, 10~11월에 따뜻한 대만, 홍콩, 일본 등으로 떠난다.
겨울을 보낸 후에는 번식과 먹이활동에 유리한 서해안으로 다시 돌아온다. 매년 새끼 저어새의 80% 안팎이 인천을 비롯한 서해안에서 태어난다. 지난 9월에는 전세계 7천여마리의 저어새 중 5천여마리가 서해에서 관측되기도 했다.
이도경(은봉초 3)양은 “학교에서 ‘저어새 케이를 찾아서’라는 책을 읽고 멸종위기 저어새들이 더 깨끗한 환경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느꼈다”며 “저어새가 월동지로 떠난 기간에도 쓰레기를 줄여, 저어새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채드윅국제학교 화랑봉사단 ‘비윅(Be Wick)’ 소속 학생들과 학부모들도 참여했다.
황성빈(채드윅국제학교 11학년)군은 “저어새가 월동지로 떠나는 길을 응원하고 쓰레기를 주우면서 ‘작은 행동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든다’는 걸 느꼈다”며 “저어새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환경보호에 힘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저어새 생태학습관 앞뜰에서는 알파카어쿠스테이지 밴드의 ‘요기조기 음악회’, ‘저어새 당근마켓’ 등도 열렸다. 임효은(은봉초 3)양은 “필요한 물건도 사고, 노래를 부르며 저어새를 배웅하는 활동이 즐겁다”며 “내년에도 다시 저어새를 배웅해주러 오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시 저어새 생태학습관은 매년 3월에는 저어새 생일잔치, 10월에는 저어새 환송잔치 등을 개최하며 저어새를 알리고 보존하는 활동에 힘쓰고 있다. 꾸준한 노력으로 지난 1995년 400여마리에 불과했던 저어새 개체수는 최근 7천여마리로 증가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개체 수 증가에 발맞춰 저어새의 멸종위기 등급을 위기(EN)에서 한 단계 낮은 취약(VU)으로 조정하기도 했다. (10월13일자 6면 보도)
권인기 인천시 저어새 생태학습관장은 “개체 수 증가로 멸종위기 등급이 하락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면서도 “인천에서만 해도 영종~신도 대교 건설 등 갯벌 매립이나 개발이 계속 이어지며 저어새 서식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서식지 한 곳이 수용해야 하는 저어새 수가 늘어나면 장기적으로 안전을 보장하기는 어렵다. 서식지를 분산시킬 수 있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윤지 기자 ss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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