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CCTV 샅샅이 뒤져…캐비닛 속 '2.2억 전 재산' 찾았다

이현수 기자 2025. 10. 19.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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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9만건(2023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그는 "피싱범이 피해자의 전 재산을 편취한 뒤, 피해자를 속여 수거책 역할을 맡긴다"며 "특히 청년층에서 가해자로 변하는 사례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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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서울 강서경찰서 강력3팀 이병헌 경감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9만건(2023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지난 7월 60대 남성 A씨가 서울시내 한 지하철역에서 보이스피싱 수거책에게 전달한 2억2000만원 상당 수표. 이 수표는 대전역 물품보관소에서 발견됐다./사진제공=서울 강서경찰서.

지난 7월 60대 남성 A씨는 전 재산인 2억2000만원을 수표로 발행해 보이스피싱 수거책에게 전달했다. "범죄에 연루됐으니 자산이 확인되지 않으면 구속시키겠다"는 검사 사칭범의 전화를 받은 뒤였다.

당시 A씨는 피싱 조직에 속아 휴대전화에 악성 앱을 설치한 상태였다. 때문에 피싱범이 A씨에게 전화를 걸면 휴대전화 화면에 검찰청 대표 번호가 적혔다. "비밀 수사니 보안을 유지하라"는 협박에 속은 A씨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수거책에 돈을 건넸다.

A씨 신고를 접수한 서울 강서경찰서 강력팀은 즉시 수표 지급정지를 신청했다. 수거책을 잡기 위해 범행 장소였던 지하철역과 인근에 설치된 모든 CCTV(폐쇄회로TV)를 확인했다.

강력팀 소속 이병헌 경감도 수거책을 추적하며 밤을 지샜다. 이 경감은 "범행 현장엔 CCTV가 없어 범인의 인상착의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며 "역에서 수상하게 서성이던 여성을 용의자로 특정하고, 이동경로를 따라 끈질기게 추적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붙잡았다"고 했다.

수거책 B씨는 20대 대학생이었다. 용돈벌이 중이던 B씨는 검거 전까지 범행에 가담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 경감은 대전역 물품보관함에서 수표를 회수했다. 전 재산을 돌려받은 A씨는 눈물을 흘리며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피싱범 141명 검거…"피해자가 가해자로 전환되기도"
서울 강서경찰서 강력3팀 이병헌 경감./사진=이현수 기자.

2010년 경찰에 입직한 이 경감은 2013년부터 강서서 강력팀에서 근무 중이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피싱범죄자 141명을 검거해 범죄수익 1억9000만원을 몰수·추징하고 피해금 2억8000만원을 가환부했다. 지난달 피싱범죄 수사 공적 우수자로 선정돼 경위에서 경감으로 특진했다.

이 경감은 최근 피해자가 가해자로 전환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싱범이 피해자의 전 재산을 편취한 뒤, 피해자를 속여 수거책 역할을 맡긴다"며 "특히 청년층에서 가해자로 변하는 사례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고액 아르바이트에도 주의를 당부했다. 이 경감은 "피싱 조직은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린 이들에 접근해 수거책을 모집한다"며 "자신의 정보를 밝히지 않는 고액 아르바이트 고용주는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 경감은 피해 회복을 위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수표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한 경우 수표 효력을 없애는 '제권판결'을 통해 자금 회수가 가능하다. 다만 피싱 등 사기 범죄로 잃은 수표에 대해선 제권판결이 각하된다. 수표 실물을 되찾지 못하면 10년(민사상 채권의 소멸시효) 간 은행에 돈이 묶이게 된다.

이 경감은 "피싱 범죄로 잃은 수표도 제권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입법 시 기존 피해자도 구제될 수 있도록 소급 적용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어릴 적 '경찰청 사람들' 프로그램 속 형사들을 보고 경찰의 꿈을 키운 이 경감은 "국민을 위한 봉사자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없어질 때까지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현수 기자 lhs1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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