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먹어도 안 질리는 짜장면 연구할 겁니다

한가위 명절에 가게 문을 여는 요리사도 많습니다. 경기가 어려운 요즘은 더하죠. 그런데 저는 이번에 결단을 내렸어요. 연휴 내내 가게 문을 닫았지요.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 출연 이후 유명해진 탓에 그동안 너무 바쁜 나날을 보냈어요. 직원들도 저를 믿고 달렸죠. 직원들의 피로가 오랫동안 축적돼온 겁니다. 저도 푹 쉬었냐고요? 그렇지는 않았어요. 한 고급 호텔에서 기획한 푸드 행사에 참여했죠. ‘보름달 축제’ 같은 이벤트였어요. 물론 조금 쉬기도 했어요. 가족과 보령에 여행을 다녀왔어요. 아이와 함께 갯벌 체험도 했고요, 지역 제철 식재료를 사서 요리도 해 먹었죠. 오랜만에 잠도 푹 잤어요. ‘흑백요리사’ 인기가 오래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1년 가까이 인기가 이어져왔죠. 그저 앞만 보고 달린 지난 1년이었습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제 곧 시즌2가 공개될 예정이라고 알아요. 오는 12월에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겠죠. 참여한 요리사들 대부분이 즐기며 참여했기를 바랍니다.

사람마다 잊히지 않는 한가위 음식이 있습니다. 송편, 특별한 전, 갈비찜 등 다양하겠죠. 저는 토란국이 ‘한가위 솔(영혼)푸드’입니다. 어머니가 늘 추석마다 해 주신 음식이죠. 어머니의 토란국은 평범하지만 특별한 맛입니다. 어머니의 마음이 담겼기 때문이죠. 이번 추석에도 어머니는 토란국을 끓여 주셨어요. 아이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맛인데 다행히 제 아이는 저처럼 토란국을 좋아합니다. 음식은 세대 간 소통을 이끄는 매개체입니다.
이제 연휴에 축적한 에너지로 새로운 도약에 나설 생각입니다. 그 첫번째 도전이 ‘연구실’입니다. 제 가게 지하에 ‘푸드 랩’을 차렸어요. 세계적으로 이름난 요리사들도 배움에 목말라 연구실을 차리잖아요. 그런 열정이 장인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제 불안과도 관련된 결심이었어요. 누구나 자기만의 불안이 있습니다. 제 불안은 저의 부족한 점입니다. 타인들이 아무리 칭찬을 해도 저는 압니다. 누구나 자기 자신은 알잖아요. 이 불안을 해결하는 법에 배움만 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실에선 다양한 시도를 할 생각입니다. 제일 먼저 할 것도 정했습니다. 우선 면 음식을 연구할 생각입니다. 밀가루도 종류별로 써보고, 다른 밀가루도 섞어 테스트해보려 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친 다음 만들 음식은 짜장면입니다. 짜장면을 고른 이유는 기초부터 배우고 싶어서입니다. 저는 중식을 하는 요리사입니다. 짜장면이야말로 한국 중식의 기본이죠. 더부룩하지 않은 짜장면, 속이 편한 짜장면을 만들고 싶습니다. 짜장면은 흔히 탱탱한 면 식감을 유지하기 위해 식용 소다 등 알칼리 성분을 반죽에 첨가해요. 배달 위주 음식이다 보니 면이 쉽게 붇지 않게 하려는 의도도 있지요. 저는 배달을 할 게 아니니,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요리 장인이 등장하는 음식 영화나 유튜브 영상을 자주 보는데, 저의 이런 노력이 언젠가 그런 장인과 같은 풍모를 갖추게 하길 기대합니다. 제 색깔을 넣은 짜장면은 분명 다를 거라고 확신합니다. 언제 먹어도,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 짜장면을 연구할 겁니다. 연구하는 중에 가게를 찾은 손님께는 무료 시식 기회도 제공할 생각입니다. 손님의 피드백이 제게 귀한 자료가 될 거니까요.
이번에 준비한 요리는 ‘미스터 맛짱’의 ‘아지요우의 탕면’과 ‘철냄비 짱!’ 5권의 죽입니다. 전자는 책에서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라면의 원조로 소개된 탕면입니다. 요리에 들어가는 채소는 양배추를 제외하고는 취향에 맞게 다양한 채소를 써도 좋습니다. 볶는 과정에 고춧가루를 넣는다면 짬뽕으로 변신합니다. 후자는 감기에 좋은 구기자 열매와 쑥으로 만든 죽이죠. 쑥은 취향대로 쓰면 됩니다. 저는 고수로 대체했습니다. 멥쌀을 불려 정성스럽게 끓이면 좋습니다. 분말 죽을 이용하면 좀 더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습니다.

‘미스터 맛짱’의 ‘아지요우의 탕면’
재료: 닭 육수 500㎖, 양파 반개, 청경채 1개, 마늘 3개, 당근 50g, 다진 파 30g, 식용유 50㎖, 양배추 200g, 소금과 후추는 취향대로, 면사리 1개, 달걀 1개
만들기
1. 마늘, 파, 양파 4분의 1을 다져 준비한다. 양배추, 당근, 청경채도 3~4㎝가량으로 썬다. 2.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1을 넣어 채소 향이 올라올 때까지 튀긴다. 3. 2가 색이 살짝 올라올 것 같을 때 나머지 채소를 넣어 함께 볶는다. 4. 숨이 죽기 전 닭 육수를 넣어 끓여준다. 동시에 면을 다른 냄비에 끓여 그릇에 담아둔다. 5. 4의 탕에 간을 한다. 면 위에 올려서 마무리한다. 취향에 따라 삶은 달걀을 얹어 먹어도 좋다.
‘철냄비 짱!’ 5권의 죽
재료: 구기자 20g, 고수 5g, 물 900㎖, 분말 채소죽 85g
만들기
1. 물 900㎖가 끓으면 구기자를 넣는다. 5분 정도 끓인 다음 불을 끈다. 최소 30분 이상 우려낸다. 수분이 많이 사라지지 않게 한다. 2. 분말 채소죽을 이용해 좀 더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 1의 구기자차에서 구기자를 건져낸다. 구기자 우린 물을 분말 채소죽에 부어 4분간 끓인다. 3. 죽의 점도가 어느 정도 잡히면 고수와 구기자를 올려 꾸민다.
정리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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