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호텔로 가던 길, 목에 칼이 들어왔다’ 악몽의 캄보디아 극적인 탈출기 [세상&]
범죄조직 ‘자금세탁’ 용도로 감금당해
9월26일 구조됐지만 2차 피해 불안↑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범죄조직에 엮였다가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4명이 18일 오전 전세기를 타고 국내로 송환됐다. 이들과 비슷한 처지에서 자력으로, 혹은 한인들의 도움을 받아 귀국한 사례도 알려지고 있다.
헤럴드경제는 사단법인 한인구조단을 통해 최근 캄보디아에 감금됐다 풀려난 한국인 사례들을 들었다.
“공항 마중나와 차 태우고 가둬”…법인계좌 노린 캄보디아 범죄조직
부산에서 사업을 하던 3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하순께 ‘지인으로부터 사람을 소개받기로 했다’면서 가족에게 캄보디아 출국 일정을 알렸다. 예정대로 캄보디아에 도착한 A씨는 공항에 마중나온 브로커를 만나 차를 타고 이동했는데 그때부터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A씨는 영문도 모른 채 위치불명의 장소에 감금당했다.
처음에 A씨는 캄보디아 범죄조직으로부터 ‘가족한테 돈을 받아내라’는 협박을 받았다. 나중에 A씨가 사업자임을 알아챈 일당은 그의 법인계좌를 뺏으려 했다. A씨를 자금세탁업자로 활용하려는 계획에서였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범죄단지인 태자단지의 모습. [연합]](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19/ned/20251019105838579nqqc.jpg)
A씨는 조직의 명령에 순종하는 태도를 취하면서 탈출할 틈을 노렸다. 그러다 조직원들이 담배 피우는 사이 도망나와 호텔로 피신했고 가족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렸다.
가족들은 A씨에게 ‘당장 한국행 비행기 표를 끊어줄테니 넘어와라’고 했다. 하지만 A씨는 “공항까지 가는 길에 다시 납치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를 듣고 A씨의 여동생이 한인구조단에 긴급 구조요청을 보낸 것이다. 한인구조단은 즉시 대사관과 한인회 등에 그의 소식을 전하고 구조작전을 펼쳤다. 덕분에 9월 말 한국으로 ‘무사’ 귀국했다.
하지만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정숙 한인구조단 회장은 “A씨를 실종신고한 적이 없는데 최근 가족들한테 ‘A씨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는 경찰 연락이 왔다더라”면서 “가족들은 범죄조직이 탈출한 A씨를 찾는다고 실종신고를 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와 그의 가족은 2차 피해가 발생할까봐 휴대전화 번호와 기기를 바꿨다.
박호정 한인구조단 팀장은 “법인계좌 개설이 워낙 까다롭기 때문에 범죄조직은 사업하는 사람들을 노리기도 한다”면서 “사업 관련된 일이나 사람을 소개해주겠다고 하면서 사업자한테 접근하고 납치·감금해 그들이 갖고 있던 통장을 빼앗는 것”이라고 했다.
“수술비 보태려다” “빚 갚으려고”…‘돈’ 하나로 발목 묶인 한인들

A씨 외에도 캄보디아에 발목 묶였다 국내로 송환된 경우는 많았다.
한인구조단에 따르면 납치·감금 피해자들의 사연은 저마다 제각각이었으나 대체로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캄보디아행을 택했다. 경기도에 사는 30대 남성 B씨는 2023년 7월 부친의 뇌수술 치료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자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떠났다. 지인으로부터 “다른 나라에 좋은 일자리가 있다”는 제안에 무작정 배를 탔지만 캄보디아에 도착하자마자 위치를 알 수 없는 건물에 납치·감금당했다.
IT회사 근무 경력이 있던 C씨도 비슷했다. 모친의 종양 수술비 마련을 위해 고수익 취업에 눈길을 돌린 그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캄보디아의 한 컴퓨터 회사에서 ‘프로그램 개발자를 구한다’는 내용의 글을 보고 지난해 4월 프놈펜으로 출국했다. 공항에 마중나온 조선족이 호텔로 안내해주는 듯 했지만 돌연 B씨의 목에 칼을 들이댔다. 이후 여권과 지갑, 금품 등을 모두 빼앗기고 ‘망고단지’에 납치·감금돼 피싱 범죄에 활용됐다가 가까스로 탈출했다.
30대 여성 D씨는 지난해 2월 일을 그만두고 6개월 동안 인터넷 도박에 빠져 지냈다. 한때 극단 선택까지 고민했던 D씨는 돈 갚을 방법을 찾다 인터넷에서 본 고수익 취업 정보를 믿고 같은 해 8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떠났다. 그렇게 자발적으로 로맨스 스캠 조직원이 됐다. 작년 9월에는 시아누크빌로, 11월에는 포이펫으로 장소를 옮기며 범죄를 이어갔다. 일을 그만두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항공권과 숙박비를 다 (너가) 빚진 거니 갚아야 한다’는 범죄조직의 말에 D씨는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캄보디아에서 저지른 불법 행위로 처벌받을 게 두려워 선뜻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감금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범죄단지로 알려진 ‘망고단지’ 외벽에 철조망이 깔려있다. [연합]](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19/ned/20251019105838966pyrl.jpg)
한인구조단은 이같이 캄보디아에 갔다 범죄조직에 얽혀 어려움을 겪는 한인들을 2017년부터 꾸준히 구조하고 있다. 권태일 한인구조단 대표는 “해외서 곤경에 처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다보니 우리 단체가 범죄집단의 타깃이 되기도 한다”면서 “그들은 한인구조단과 한인회, 대사관 등이 자신의 사업을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일단 구하자’는 마음으로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는데 범죄 유형이 계속 바뀌는 것 같아 걱정된다”면서 “또다른 범죄 유형이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몰라 상시 긴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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