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공대로 나 있다"…중국 수재들이 의대 안 가는 이유 [차이나는 중국]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중국은 AI 개발에 필수적인 AI 가속기도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칩인 H20 대신 화웨이, 캠브리콘이 개발한 칩으로 대체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딥시크,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이 LLM에서 미국 오픈AI와의 격차를 이미 일정 부분 줄였고 AI 칩에서도 미국 엔비디아와의 격차를 줄여 나가겠다는 속내다.
중국발 혁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첨단 기술 주도의 신품질 생산력(新質生?力)을 줄곧 강조하는 등 정부 정책도 영향을 미쳤지만, 매년 500만명 넘게 쏟아지는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전공 졸업생의 영향이 결정적이다. 한국 같으면 대다수가 의대로 향했을 수재들이 공대로 진학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한 중국 의사가 인터넷에 올린 신세한탄이다. 중국 최상위권 학생들이 의대가 아니라 공대에 가는 이유가 모두 집약되어 있다. 중국에서 의사는 근무시간은 길지만 처우가 나쁘고, IT업종은 몸은 고단하더라도 처우가 의사보다 훨씬 좋다.

중국 의사의 연 소득은 지역과 병원에 따라 차이가 크며 직급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 중국 의사는 주임의사(교수급), 부주임의사, 주치의사, 수련의사 4등급으로 구분된다. 2024년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등 1선도시 대형 종합병원 부주임 의사 이상의 평균 연 소득은 24만6000위안(약 4920만원), 주치의사 이하의 평균 연소득은 15만8000위안(약 3160만원)을 기록했다.
지방으로 갈수록 처우가 나빠져서 지급시나 현급시 소재 대형 종합병원의 주치의사는 연 소득이 약 10만위안(약 2000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하다.
중국은 공공의료 시스템으로 공립병원이 의료 서비스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2023년 중국 공립병원이 전체 진료 건수의 83.5%를 담당했으며 민영병원은 16.5%에 그쳤다. 중국 의사는 장시간 근무, 빈번한 의료인 폭행 등 근무환경이 열악한 데다, 보상 체계가 성과급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서 과잉진료도 빈발하고 근무 스트레스가 높은 걸로 유명하다.

세계 각 국의 의사 소득을 비교해보자. 미국 의학전문매체 메드스케이프가 발표한 '글로벌 의사 소득보고서 2023'를 보면 미국 의사의 평균 연소득은 35만2000달러(약 5억원)를 기록했다. 독일은 16만달러(약 2억2720만원), 영국은 12만2000달러(약 1억7320만원), 프랑스는 9만3000달러(약 1억3200만원) 수준이다. 한국도 보건복지부 '의사 인력 임금 추이'(2024년 서울고등법원 제출 문서)에 따르면 2022년 평균 연소득은 3억100만원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어떨까. '2024년 중국 병원인적자원보고서'에 따르면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등 1선도시의 대형 종합병원 의사 연 소득만 가까스로 20만위안(약 4000만원)을 넘었고 다른 지역은 15만위안(약 3000만원)도 채 안 된다. 20만위안으로 계산해도 달러로 환산하면 2만8056달러. 미국 의사 연 소득의 12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세계 각 국의 의사 소득을 비교하기 위해, 1인당 GDP(국내총생산)로 의사의 연 소득을 나눠봤다. 미국은 1인당 GDP 대비 의사 연 소득 배수가 4.4배에 달했다. 의사 연 소득이 평균보다 4배 이상 크다는 의미다. 독일, 영국은 각 3배, 2.5배를 기록했다. 영국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민보건서비스(NHS) 중심의 공공의료 시스템이라 배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보인다.
특이한 건 한국이 6배를 기록하며 미국을 뛰어 넘은 반면, 중국은 2.2배에 그쳤다는 사실이다. 중국에서 의사는 고소득 전문직이 아니라 평균보다 소득이 약간 높은 일반 직장인이다. 2024년 실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 의사 중 63%는 현재 처우 수준이 불만족스럽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중국 수재들이 공대에 가고 한국 수재들이 의대에 가는 건 개인의 경제적 기대에 따른 합리적 선택인 것이다. 다만 전체 사회의 측면에서 봤을 때, 개인의 이익 최대화가 국가 경쟁력 약화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올해 중국 대졸 취업자 중 가장 월급이 많은 직종도 반도체 엔지니어(8459위안·169만원), 인터넷 개발자(8245위안·165만원), 산업인터넷 엔지니어(8030위안·160만원) 순으로 위의 10대 전공과 관련이 크다.
반도체 엔지니어는 마이크로전자공학과, 자동화 전공 졸업생을 주로 채용하며 반도체 기업, 통신설비 제조업체에 주로 취업한다. 인터넷 개발자, 산업인터넷 엔지니어는 소프트웨어공학, 컴퓨터학과 전공 졸업생을 뽑고 있어 중국 IT업계의 관련 인재 수요가 높음을 반영하고 있다.
중국 엔지니어는 '996 근무제'(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로 대표되는 고강도 근무를 해야 하지만, 보상도 쏠쏠하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중국 대형 IT업계의 중간 관리자 연봉은 50만~100만위안(약 1억~2억원) 수준으로 한국에 뒤지지 않으며 최근 가장 '핫'한 AI업계는 이를 훨씬 뛰어넘는다.

올해 초 레이쥔 샤오미 회장이 딥시크의 핵심 개발자 뤄푸리에게 1000만위안(약 20억원)을 제시했을 정도다. 중국 인재들의 가슴을 더 뛰게 하는 건 1억~2억원의 연봉이 아니라 창업이다.
올해 1월 '딥시크-R1'으로 세계를 놀래킨 딥시크의 량원펑(40), 1월 춘절 갈라쇼에 로봇 칼군무를 선보인 유니트리의 왕싱싱(35), 중국판 엔비디아로 불리는 캠브리콘의 천텐스(40)는 창업을 통해 겨우 서른다섯 또는 마흔에 우리 돈으로 조 단위의 부를 이뤘다. 천텐스의 재산은 무려 1500억위안(약 30조원)에 달한다.
량원펑, 왕싱싱, 천텐스를 바라보는 중국 수재들에게 의대가 눈에 들어올 리 없다. 이게 바로 의대 진학으로 연봉 3억원을 노리는 한국 수재와 공대를 통해 조 단위 별을 따려는 중국 수재의 차이점이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생방송서 유리 '10년 전 남친' 오승환 언급한 김태균…당황한 표정 - 머니투데이
- 옥주현, 탈모→모발이식 고백…"심고 나니 문제 생겨" 무슨 일? - 머니투데이
- 서동주 "아버지, 구치소 다녀오고 돌변"…캄보디아서 숨진 서세원 회상 - 머니투데이
- 이혼 2번한 여배우 "집 날리고 차에서 자"…딸은 3일 굶기도 - 머니투데이
- 故서희원 똑닮은 '구준엽 처제' 시상식 무대서 오열…"언니 그리워" - 머니투데이
- [단독]'저속노화' 정희원, 서울시에 사의 표명...'사생활 논란' 후폭풍 - 머니투데이
- "전 며느리 코스프레 복장서 남학생 정액 검출"...류중일 아내 폭로 - 머니투데이
- "현빈이랑 간다니 예약돼"…정우성 '혼외자 논란' 후 예능 등장 - 머니투데이
- 혈압 254까지 치솟더니 쓰러진 남성…'이 음료' 하루 8캔 마셔 - 머니투데이
- [단독]李 "부패한 이너서클"..금감원, 내달 BNK금융부터 검사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