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일로 일했다면 주휴수당 적게 받아야” 대법원 기준 나왔다 [장서우의 판례 읽기]
임금 소송 낸 택시기사들 수당 절반가량 줄어
[법알못 판례 읽기]

일주일 동안의 근로일수가 5일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자가 받을 주휴수당은 주 5일 이상 일하는 근로자와 다른 방식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유급 주휴시간 산정 방식에 관해 대법원이 명확한 법리를 제시한 건 최초다. 그간 산업 현장에선 격일제 등 소정근로일수가 5일 미만인 근로자들의 주휴수당 산정 방식이 통일돼 있지 않았던 터라 이번 판결이 가져올 파장은 상당할 전망이다.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단시간 근로자 고용 비율이 높은 영세 사업장을 중심으로 법적 불확실성이 크게 낮아질 거란 평가가 나온다.
최저임금 미달 피하려 ‘꼼수’ 부리다 피소
지난 8월 14일 대법원 제2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경남 진주시의 한 택시회사 전현직 기사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주휴수당 산정 방식 관련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2022년 10월 이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동일한 취지의 결론을 내린 뒤 약 3년 만에 나온 대법원 판단이다.
사건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고들은 2009년 체결된 단체협약과 임금협정에 따라 격일제로 일하면서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고 있었다. 월 13일(2월은 12일) 만근으로 기본근로 8시간에 연장근로 4시간(그중 야간근로 1시간) 등 총 12시간을 일하는 구조였다.
그런데 2010년 7월부터 진주에서도 개정된 최저임금법의 시행이 예고되자 회사는 별도의 노사 합의를 통해 자사 소속 택시기사들의 1일 소정근로시간을 기존 8시간에서 4시간, 3.5시간, 2시간으로 점차 줄였다.
근로시간 단축 작업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원고들은 근로시간 단축이 무효라며 자신들이 종전(2009년) 협정을 기준으로 계산한 최저임금과 퇴직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소송을 냈다.
회사가 근로시간을 줄인 것이 개정 최저임금법 시행에 따라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게 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었다. 2017년 12월 개정된 최저임금법에 택시기사의 최저임금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초과운송수입금)’을 제외하도록 하는 특례 조항이 신설된 데 따른 결과였다.
법원은 회사의 근로시간 단축 조치가 위법이라는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 재판부는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을 외형상 증액시키기 위해 변경한 것”이라며 “(개정 최저임금법) 특례 조항 등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 행위에 해당해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개정법 시행 이후로 원고들의 실제 근무 형태가 운행 시간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는데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근로시간 단축 조치가 “근로관계의 실질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고 봤다. 그러면서 종전 협정에 따라 계산된 최저임금액보다 덜 준 만큼 원고들에게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대법, 주휴시간 산정 법리 최초 설시
1·2심은 이런 판단에 따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2심에서 원고들이 월평균 주휴일수에 상응하는 최저임금액을 포함해 청구 취지를 확장하면서 회사가 원고 측에 지급해야 할 미지급 임금의 액수만 달라졌다.
대법원도 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라는 데는 하급심과 판단을 같이했다. 그러나 2심에서 새롭게 다뤄진 주휴수당의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부산고법이 이 부분을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근로기준법 55조 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일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 규정은 교대제 또는 격일제 근로자들에게도 적용된다. 2심은 이에 따라 원고들의 월평균 주휴일수를 4.34일(365일÷7일÷12개월, 소수점 셋째 자리 이하는 버림)로 봤다.
문제는 주휴수당의 지급 기준이 되는 유급 주휴시간을 계산하는 방법에 있었다. 유급 주휴시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하루 평균 소정근로시간 수(1주간 소정근로시간 수를 1주간 소정근로일수로 나눈 값)로 하는 게 원칙이다.
원심은 2009년 임금협정에 따라 유급 주휴시간을 8시간으로 보고 최저임금 미달액을 계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주휴수당은 1주 동안의 소정근로일을 개근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이라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30조 1항을 들면서 “1주간 소정근로일 수 등의 차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기존 원칙을 격일제 근로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하면 “1주간 소정근로일수가 5일 미만인 근로자가 5일 이상인 근로자보다 1주간 소정근로시간이 적음에도 같은 주휴수당을 받게 되는 불합리가 발생한다”는 논리다.
재판부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에 관해서만 정했다면 1주간 소정근로일이 5일에 미달하는 근로자에 대해선 1주간 소정근로일수를 5일로 보고 1주간 소정근로시간 수를 5일로 나누는 방법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법리를 설시했다.
이를 적용하면 원고들의 1주 평균 소정근로시간은 23.78시간[{(8시간×13일×11개월)+(8시간×12일×1개월)}÷365일×7일]이며 이를 5일로 나눈 유급 주휴시간은 4.75시간으로 계산된다.
최저시급이 1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원심 방식대로라면 원고들의 주휴수당은 8만원인데 대법원 방식을 따르면 4만7500원까지 낮아지게 된다. 주휴수당을 소정근로시간에 비례해 계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대법원이 명시한 건 처음이다.
[돋보기]
정부 행정해석도 들쭉날쭉…불확실성 해소될 듯
주 5일 미만 근로자의 주휴수당 산정 방식에 대해선 그간 명시적인 규정이나 판례가 없어 사업장마다 제각각의 계산 방식을 적용해 온 것이 현실이다.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행정해석에도 일관성이 없었다. 2001년 10월 ‘격일제 근로자에 대해서도 1일 8시간을 부여해야 한다’는 질의회시가 있었는가 하면 2017년 9월에는 ‘근로 형태가 통상적, 규칙적인 경우 정상 근로일의 소정근로시간 기준, 근무일별 근로시간이 통상적이지 않거나 불규칙한 경우 주 40시간에 비례해 8시간 한도로 부여한다’고 했다.
2013년 3월 내놓은 질의회시엔 ‘1일 소정근로시간의 절반을 부여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대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제시된 법리는 택시회사뿐 아니라 유급 주휴일을 보장받는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될 수 있어 관련 업계에선 불확실성이 한층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격일제 근무자 등에게 1일 평균 소정근로시간 수보다 적은 시간을 유급 주휴시간으로 산정해 지급해 온 사업장이라면 이번 판결로 주휴수당 액수가 크게 변동되진 않을 것”이라며 “별도 약정 없이 1일 평균 소정근로시간 수를 법정 최저 유급 주휴시간으로 해석해 지급해 온 사업장이라면 주휴수당 지급 액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이 법리가 모든 단시간 근로자에게 적용되진 않는다. 단시간 근로자라 하더라도 1주간 소정근로일수가 5일 이상이면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게 대법원 설명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원고들은 단시간 근로자는 아니었다.
근로기준법상 단시간 근로자는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그 사업장에서 같은 종류의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 근로자보다 짧은 근로자를 뜻하는데 모든 근로자의 소정근로시간이 원고들과 같았기 때문에 ‘통상 근로자’가 별도로 없었기 때문이다.
단시간 근로자는 아니지만 격일제로 일해 1주간 소정근로일수가 5일에 못 미치기 때문에 예외적 산정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권영환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12시간씩 주 4일 일하는 근로자라면 단시간 근로자는 아니다”며 “단시간 근로자가 아니면서 격일제인 경우 주휴수당 산정 방식을 명확히 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장서우 한국경제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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