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놓친 노벨평화상을 움켜쥔 흰옷의 여인 마차도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한경비즈니스외고 2025. 10. 19.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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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적 리더에서 글로벌 민주주의 연대 리더십 과제 남아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사진=AFP·연합뉴스

2025년 노벨평화상의 주인공은 총칼 대신 신념을 선택한 베네수엘라의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였다. 노벨위원회는 그를 “짙은 암흑 속에서도 민주주의의 불꽃을 지킨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총알보다 투표용지를 선택했다”는 그의 발언은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게 신념의 문장으로 남았다. 2024년 대선 국면에서 마두로 정권의 탄압 속에도 그는 자국을 떠나지 않고 은신을 택했으며 그 선택은 전 세계 시민에게 평화적 저항의 상징으로 읽혔다.

무엇보다 그의 메시지는 말보다 이미지로 먼저 도착했다. 군중 앞 연단에서, 이동 차량 위에서, 혹은 은신 중 올린 짧은 온라인 영상 속에서 그가 입은 옷, 태도, 소통은 ‘폭력 없는 전환’이라는 신념을 일관적이고 지속적으로 전달했다.

 Appearance
 화이트 셔츠에 새긴 자유의 상징

마차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업로드된 사진 전반을 종합하면 그의 스타일은 깨끗함·결연함·연대라는 세 축으로 조직된다.

그는 군중 속 연설 장면에서 국기 삼색(노랑·파랑·빨강)이 한쪽 소매에 프린트된 화이트 티셔츠를 즐겨 입어 자기 신체를 ‘국기의 확장’으로 표현했다.

메시지는 명확하다. “나는 개인이 아니라 시민과 국가를 대표한다.” 군중과 가까이 서는 현장에서는 워시드 데님과 내추럴 톤 가죽 벨트를 매치해 이동성과 실용성을 확보했고, 머리는 포니테일 혹은 뒤로 단정히 넘겨 시야와 표정을 방해하지 않게 했다. 이는 ‘행동하는 지성’을 시각화한다.

인터뷰와 실내 촬영에서는 화이트 블라우스에 작은 진주 귀걸이, 얇은 목걸이를 더해 권위보다 청결한 신뢰를 앞세웠다. 연설과 인터뷰를 막론하고 십자가 목걸이를 반복해서 착용하는데 장신구를 과시의 수단이 아닌 ‘신념의 마이크’로 쓰는 선택이다.

동일한 아이템을 일관되게 재등장시키는 전략은 상징을 학습시키는 브랜딩의 정석이며 그의 화이트 팔레트와 국기 색 포인트는 ‘폭정에 맞선 깨끗한 전환’을 직관적으로 각인시킨다.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2024년 8월 3일(현지 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대선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 도중 트럭 위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Behavior
 두려움 대신 미소로

그의 행동 언어는 비폭력 리더십의 교과서에 가깝다. 군중 속에서 그는 주먹을 치켜드는 대신 손바닥을 활짝 펴 인사하거나 꽃을 들어 보이며 접촉한다. 사진에서 마이크를 잡은 손과 흰 국화를 함께 드는 제스처는 저항과 애도의 이중 상징을 동시에 호출해 군중의 분노를 ‘평화적 결의’로 전환한다.

그는 긴장된 현실 속에서도 미소와 고개 끄덕임으로 리듬을 만든다. 사회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정치적 위기 상황에서 리더의 ‘낙관적 표정’은 불안한 대중에게 인지적 안전감을 제공한다. 그의 표정은 공포를 동원하는 독재의 프레임을 희망의 서사로 대체했다.

또한 그의 몸짓은 절제된 에너지로 통제돼 있다. 팔을 높이 들되 어깨를 과도하게 움직이지 않으며 몸의 중심을 군중 쪽으로 살짝 기울인다. 이는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리더십의 중심을 잃지 않는 ‘공감형 통제(body control of empathy)’의 사례다.

인터뷰 장면에서는 어깨를 편안하게 내리고 양손을 테이블 위에 올린 자세로 신뢰를 구축한다. 이러한 비언어적 안정감은 베네수엘라처럼 정치적 불안이 심한 사회에서 매우 강력한 설득 장치로 작용한다. 사람들은 카리스마보다 ‘예측 가능한 안정감’을 더 신뢰한다는 점에서 그의 행동은 전략적으로 세련된 저항의 제스처다.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2024년 8월 3일(현지 시간) 카라카스에서 열린 부정선거 항의 집회에 참석해 국기를 든 채 지지자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Communication
 신념을 말하는 리듬

마차도의 언어는 수사보다 구조로 설득한다. ‘혼돈에서 질서로, 빈곤에서 번영으로, 폭정에서 자유로’라는 표현은 연설과 SNS 캡션에서 동일하게 반복되며 청중의 기억에 리듬으로 각인된다. 이러한 반복은 고대 수사학의 ‘삼중 구조’ 기법으로 간결하면서도 정서적 고조를 만든다.

그는 SNS에서 긴 글보다 짧은 문장을, 이념보다 경험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짠다. “국민이 곧 해결책이다”라는 문장은 20자 이내로 구성돼 반복과 해시태그로 확산한다. 이는 디지털 시대의 구술 리더십이다.

은신 중에도 그는 스마트폰 영상으로 직접 메시지를 발신하며 억양과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청중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인다. 말의 리듬은 일정하고 호흡은 길다. 이는 ‘성급하지 않은 확신’을 드러낸다.

국제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는 논리적 문장 구조를 유지하면서 감정선을 교차시켜 국제 청중에게도 일관된 도덕적 프레임을 전달한다. “우리는 아직 패배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희망은 투표용지에 있기 때문이다”라는 그의 말은 단순하지만 도덕적 명분을 담은 완결된 서사다.

그는 연설의 마지막을 늘 “감사합니다”로 마무리한다. 이는 ‘명령형 리더십’이 아닌 ‘감사형 리더십’의 태도로 지지자와 리더 간의 수평적 신뢰를 형성한다.

마차도의 이미지 브랜딩은 저항의 미학이자 희망의 리더십이다. 그는 화려한 무대 대신 거리의 연단을 택했고 무장 대신 흰옷을 입었다. 이 비주얼 전략은 정치적 신념과 일상적 진정성이 결합한 신뢰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세계는 그가 상징적 리더를 넘어 실행적 리더로 진화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평화와 민주주의의 상징으로서 그가 시민사회의 조직력과 경제 재건의 청사진을 구체화하며 베네수엘라를 넘어선 글로벌 연대의 리더십으로 확장할지 기대된다.

그의 화이트 룩은 강력한 시그니처지만 앞으로는 행정 리더로서의 세련된 포멀 이미지로 변화할지도 관심을 끈다. 흰옷이 더 이상 저항의 상징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와 희망을 설계하는 청사진이 될지 세계는 그다음 장면을 기다리고 있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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