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들어오는 韓코인시장, 업비트 독주 체제 재편 가능성
금융위, 바이낸스 리스크 해결에 2년반 만에 신고수리
“당장 업비트 뒤엎긴 어려워도 바이낸스 강점 분명할 것”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국내 시장에 재진출하면서 국내 거래량의 70%를 차지하는 업비트의 독주 체제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19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고팍스는 지난 16일 오후 공지사항을 통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고팍스 이사회 임원 변경 신고를 수리했다도 전했다. 이번 수리는 고팍스 대주주인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 완료를 의미한다.
고팍스는 현재 대주주인 바이낸스와 긴밀히 협력해 고파이 예치금 상환을 위한 재원 확보 및 소액주주 동의 등 후속 절차를 단계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추후 일정과 방법을 안내할 것이라고 했다. 고파이란 투자자가 고팍스에 가상화폐를 맡기면 이자를 주는 예치 서비스다. 글로벌거래소 FTX파산 사태로 고파이 운용업체까지 파산하게 되면서 고팍스는 현재까지 손실액을 받지 못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는 별도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없으나, 대표 임원 변경시 FIU에 신고해야 한다. 단순한 임원 변경 수리로 보이지만 사실상 당국은 이를 통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하는 셈이다. 바이낸스는 2023년 2월 고팍스 인수 직후인 3월 고팍스의 임원으로서 변경을 신고했으나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자금세탁방지(AML) 체계 검토 등의 이유로 수리가 2년 반 동안 지연됐다.
특히 금융 당국은 전 최고경영자(CEO)인 자오창펑 바이낸스 창립자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를 우려했었다. 바이낸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로부터 자금세탁방지(AML) 위반 및 고객 자금 부적절 사용 혐의로 43억달러(약 6조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를 계기로 자오창펑 CEO도 물러나게 됐다. 올 상반기부터 미국 현지에서 바이낸스에 대한 규제 리스크가 해소되고 영업을 재개하면서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낸스는 과거부터 한국 시장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거래량이 세계에서 손꼽히기 때문이다. 앞서 2020년 바이낸스는 ‘바이낸스KR’이라는 거래소를 설립하고 자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도 발행했었다. 그러나 실명계좌 발급이나 AML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과 함께 2년만에 철수했다.

바이낸스가 사실상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진출하면서 업계 판도 변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내 투자자들은 또한 해외 거래소 이용에 관심이 높다. 해외 거래소는 국내와 달리 고위험·고수익 투자인 선물과 옵션 거래 등 다양한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을 약속한 기간 동안 넣어두면 정해진 보상을 주는 이른바 ‘스테이킹(staking·예치)’을 할 때도 해외 거래소 이자율이 더 높다. 그 중에서도 세계1위의 유동성을 가진 바이낸스는 다양한 상품거래를 지원하면서 한국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해외 거래소 중 하나로 꼽힌다.
투자자들은 원화로 해외거래소에 직접 계좌를 열 수 없어 먼저 국내 거래소에서 USDT(테더)나 USDC(서클) 등 스테이블코인을 사서 해외 거래소로 출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9월 한국 5대 가상 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고팍스)로부터 해외 가상 화폐 거래소로 빠져나간 자금은 약 124조3000억원이었다. 지난해 연간 유출액(125조8000억원)에 근접한 규모로, 2년 전인 2023년(45조5000억원)의 2.7배에 달한다.
다만 바이낸스의 대주주 승인이 곧바로 고팍스와의 거래소 시스템 연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유동성 등을 위해 해외 거래소와의 시스템 연동하는 ‘오더북(호가창) 공유’는 금융위의 별도 허가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업계 2위로 꼽히는 빗썸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최근 호주 거래소 ‘스텔라’와 오더북을 공유했는데, 이에 위법사항은 없는지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또한 레버리지 등 고위험 거래를 금지하고 가이드라인까지 만들고 있는 국내에선 바이낸스가 제공하는 다양한 파생상품 거래를 허용하지 않거나, 허용하더라도 극히 일부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이미 업비트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나 압도적인 점유율을 넘보기는 어렵지만, 고팍스의 대주주로 승인된 이상 바이낸스가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바이낸스의 0.01%대 파격적인 거래 수수료 혜택이나 고팍스에서 바이낸스로 입금 시 송금수수료 혜택을 주는 등 마케팅으로도 고팍스로의 유입을 유의미하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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