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재 예방 비용으로 기념품?...산안비 위반 30%는 중대재해
[앵커]
건설현장에서 산업재해를 막는 데 써야 하는 예산인 산업안전보건관리비가 눈먼 돈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기념품을 제작하고, 귀빈용 안전 장비를 구입하는 등 산재 예방과는 전혀 상관없는 데 쓰인 건데, 이렇게 규정을 위반한 건설현장 열 곳 가운데 세 곳에서는 중대재해가 발생했습니다.
김주영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고층 주상복합 건물을 짓고 있는 대구의 한 신축 공사현장입니다.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지난 4월 현장 노동자 한 명이 29층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알고 보니 이곳 현장은 산업재해 예방과 근로자 건강장해 방지를 위해 써야 하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다른 목적으로 쓰다 과태료를 물었던 곳이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전용한 건 이곳뿐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포스코이앤씨 현장에서는 기념품을 만들어 사람들한테 나눠줬습니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최상위권인 현대엔지니어링의 한 공사 현장에서는 임원 등 방문객을 위한 안전 장구를 사는데 산안비를 썼다가 과태료를 냈습니다.
의자, 공구, 침대 등 물품들을 구입한 경우도 문제가 됐습니다.
이처럼 산안비를 목적 이외에 쓰거나 아예 어디에 썼는지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가 과태료를 문 사례는 지난 5년 동안 2,500여 건, 금액으로는 40억 원이 넘습니다.
더구나 규정을 어겼던 현장 가운데 28%는 중대재해가 벌어져 노동자들이 세상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문제가 된 업체들은 안전과 아예 무관한 품목을 산 건 아니었지만 규정을 지키는데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며 개선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안호영 /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 : (산업안전보건관리비가) 대부분의 현장에서 사실 눈먼 돈처럼 쓰이고 있죠. 비교적 사내 매뉴얼이 철저하다는 대형 건설사에서도 위반 사례가 다수 적발됐습니다. (정부가) 철저히 감독해서 건설사 호주머니가 아니라 노동자 안전을 위해서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는 현장의 산재예방설비를 지원하겠다며 올해 1,107억 원이었던 예산을 45% 인상해 내년에는 1,610억 원을 배정한 상황.
아무리 예산이 늘어나고 지원이 강화돼도 현장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재해 줄이기는 요원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YTN 김주영입니다.
YTN 김주영 (kimjy081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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