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폰세 무너졌지만, ‘쌍문’이 한화를 살렸다
한화 문동주, KBO 최고 구속 161.6km ‘쾅’
문현빈은 2안타 3타점 폭발
주장 채은성 3안타 3타점·노시환 3안타 1타점 맹타
삼성 가라비토 3.1이닝 5실점 부진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에이스가 무너졌다. 프로야구 한화가 18년 만에 다시 밟은 플레이오프 무대의 첫 경기,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팀을 살린 건 한화의 현재이자 미래 ‘쌍문(문동주·문현빈)‘이었다.
18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에서 한화가 삼성을 9대8로 제압하며 대망의 한국시리즈 무대에 한 걸음 다가섰다. 역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승리한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확률은 76.5%에 달한다. 한화는 8할에 가까운 확률에 올라탄 셈이다.
이날 ‘고급 투수전’으로 점쳐지던 경기 양상은 다소 의외로 흘러갔다. 한화 선발 코디 폰세는 정규리그 투수 4관왕(다승·승률·탈삼진·평균자책점)에 오른 자타공인 리그 최고의 투수. 삼성 선발 헤르손 가라비토도 올해 한화를 2번 상대해 11이닝 동안 한 점도 주지 않은 선수라 1~2점 차 승부가 예상됐는데, 경기 초반부터 ‘난타’가 터져나왔다. 3회까지 양팀 합쳐서 10점이 나왔다.
삼성이 초반 기선제압에 성공하는 듯 했다. 2회초 선두 타자 ‘홈런왕’ 르윈 디아즈와 김영웅이 안타·2루타를 때리며 만든 무사 2·3루 기회에서 이재현이 2타점 2루타를 때리며 앞서나갔다. 이어 강민호가 희생플라이로 1점을 추가하며 3-0 리드를 만들었다.

하지만 2회말 한화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다소 운이 따랐다. 2사 2·3루 기회에서 손아섭이 투수 앞 땅볼을 쳤는데, 공을 잡은 삼성 투수 가라비토가 당황해 홈으로 공을 송구했고 3루 주자 김태연이 더 빨리 홈 베이스를 쓸어 득점이 인정됐다. 1루로 던졌다면 안정적으로 이닝을 끝낼 수 있는 상황이라 삼성으로선 아쉬운 판단이었다. 가라비토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여파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볼넷 등으로 이어진 2사 만루 기회에서 문현빈이 우측 몬스터월 담장을 직격하는 싹쓸이 2루타를 작렬해 한화가 4-3 역전을 만들었다. 후속타자 노시환도 깔끔한 적시타를 쳐 리드를 5-3까지 벌렸다.
이번 시즌 타격 1위를 자랑하는 삼성의 타선도 가만 있지 않았다. 3회 적시타와 희생플라이 등으로 5-5 동점을 만든 뒤, 4회 올 시즌 2홈런에 그쳤던 삼성 김태훈이 몬스터월을 훌쩍 넘기는 솔로 아치를 그리며 6-5 역전을 일궈냈다. 폰세가 한 경기에서 6실점을 한 건 한국 무대 데뷔 이후 처음이다. 폰세는 6회까지 105구를 던지며 6실점(5자책) 8탈삼진을 기록했다. 시즌 최악의 투구가 포스트시즌 첫 경기에 나온 셈이다. 하지만 이번엔 한화 타선이 다시 절치부심에 나서며 폰세의 패전을 막아섰다. 6회말 심우준과 손아섭의 연속 2루타로 6-6 동점을 만든 뒤, 채은성이 2사 2·3루 찬스에서 싹쓸이 적시타를 적중하며 8-6 역전에 성공했다. 이번 경기 결승타였다.

7회 초에는 한화 문동주가 마운드에 등장했다. 4차전 선발로 거론되던 문동주는 시속 160km 공을 뿌리며 불붙은 삼성 타선을 압도했다. 특히 2아웃을 잡은 뒤 김지찬을 상대로 던진 4구는 161.6km에 달해 KBO(한국야구위원회) 역대 최고 구속을 경신했다. 이전 기록도 본인이 올해 9월에 달성한 161.4km였다. 이때 전광판에는 공 속도가 162km가 찍혔는데, 1만6750명 만원 관중의 탄성이 일제히 터져나오기도 했다. 문동주가 김지찬을 삼진으로 잡은 뒤 관중석을 향해 포효하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이날 경기의 백미랄만 했다.
문동주는 8회에도 나와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며 2이닝 무실점 4탈삼진 완벽투를 선보였다.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MVP)로도 선정됐다. 문동주는 경기 후 “첫 경기가 중요한데 잘 해낸 것 같아서 기분이 너무 좋다”며 “(최고 구속은) 팀이 중요한 상황에서 등판했기 때문에 집중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9회말 삼성은 한화 마무리 김서현을 상대로 2점을 추가로 뽑아내며 끝까지 추격했지만, 뒷심이 다소 부족했다. 이날 배찬승, 이호성 등 불펜을 대거 투입하는 총력전을 벌이고 타선도 11안타 8득점으로 분전했지만, 아쉽게 승리를 놓쳤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폰세를 상대로 이렇게 많은 점수를 뽑아낼 거라고는 예상 못했는데 타자들이 잘해줬다”며 “앞으로 저희 투수진으로 한화 타선 막는게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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