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사이에 끼인 한국 생존법…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노영우의 스톡피시]
미중 무역전쟁이 세계경제 상수로 자리 잡으며 향방에 따라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2025년 10월 10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주가는 3.6% 급락했다. 같은 날 국제유가도 4.2% 떨어졌고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도 급락했다. 한국 외환시장도 유탄을 맞아 원·달러 환율이 1430원까지 급등했다. 미중 무역전쟁에 시장이 요동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미중 관세정책의 충격에 특히 취약한 곳이 한국이다. 우리경제가 충격을 버텨낼 수 있을까.

2019년 6월 트럼프의 도발로 촉발된 미중 무역전쟁 당시만 해도 중국은 수세에 몰려 곤혹스러워했다. 미국의 일방적인 대중국 무역제제와 관세폭탄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수세적 위치에서 국제 여론에 호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자유무역을 역설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도 연출됐다.
하지만 2025년 현재 중국은 당시와는 다른 모습이다. 미국의 관세폭탄에 대한 내성을 키웠고 IT 산업의 핵심 원자재인 희토류로 미국을 압박할 수도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중국이 보유한 미국 채권으로 시장을 교란시킬 수도 있다. 미국의 관세폭탄을 피하기 위해 막대한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굴복한 유럽 일본 한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미국의 압박과 이에 맞서는 중국의 대응으로 세계 경제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글로벌 실물경제는 물론 금융시장까지 소용돌이에 몰아넣는 현 상황은 불가피해 보인다.
2024년 기준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고 미국은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무역 흑자를 보는 나라다. 전쟁이 치열해질수록 미중간 우호세력 확보에 열을 올릴 것이다. 줄서기를 강요당하는 국가에서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두 나라는 우리의 핵심 파트너지만 우리나라와의 무역 구조는 양국이 사뭇 다르다. 여기서부터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컴퓨터 및 주변기기의 경우 우리나라는 중국에 242억 달러를 수출하는 동시에 223억 달러를 수입해 수출대비 수입 비율이 92%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컴퓨터 부품을 수출하고 완성품을 수입하는 방식으로 같은 업계의 공급 망에서 밀접하게 연결돼있다.
미국과의 무역구조는 다르다. 2024년 우리나라가 미국에 가장 많이 수출한 품목은 자동차(1500-3000cc)로 수출액이 총 108억 달러다. 이 품목에서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금액은 4억9000만 달러로 수출-수입 비율이 4.5%에 불과하다. 컴퓨터와 주변기기의 대미 수출은 82억 달러이지만 수입은 1억3600만 달러로 수출-수입비율은 1.7%다.
반면 우리나라는 미국으로부터 원유와 프로판 천연가스 등을 200억 달러 넘게 수입하지만 이들 분야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경우는 천연가스 850만 달러가 유일하다.


이런 시장구조 때문에 우리나라 거시경제정책은 독립적이지 못하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는데 우리가 금리를 올리는 정책을 펴기는 어렵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큰 방향에서 미국의 금리 정책을 따라가면서 미세한 조정을 펴는 것이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방향이다.
1970-80년대 우리나라는 만성적으로 달러가 부족한 나라여서 수출 과정에서 가격을 낮추거나 인위적인 환율 조정을 통해 수출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2000년대 이후에는 더 이상 이런 방식의 정책은 가능하지 않다. 가격을 낮추면 덤핑으로 제재를 당하고 환율 정책을 과도하게 펼 경우 ‘환율조작국’으로 낙인이 찍힐 가능성이 높다.
미중 무역전쟁 국면에서 한국이 살아남는 길은 금융 실물 부분을 나누고 실물 부분도 이슈를 쪼개서 각 분야별로 대응하는 방안을 찾는 길이다. 각 분야에서 실질적인 산업경쟁력을 높여 외풍이 닥치더라도 타격을 입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소규모 개방경제에 닥친 숙명 같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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