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복제약의 세계” K바이오시밀러의 기회와 도전 [김형자의 세상은 지금]
美 100% 관세에 대응하려면 유럽 등 다른 시장 공략해야
(시사저널=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미국 행정부가 의약품 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복제약 바이오시밀러(biosimilar)를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은 수입 의약품에 10월1일부터 관세 100%를 물리겠다고 예고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미 행정부가 제네릭(generic)은 관세에서 제외할 계획이라고 하면서 실제 관세 부과 여부를 두고 혼선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렇듯 입장을 번복하는 이유는 미국의 해외 제네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미국 내 처방약의 90%는 제네릭이 차지하는데, 제네릭 원료의약품의 78%가 인도와 유럽연합(EU)에서 제조되고 있다. 미국 내 생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미국이 한국의 바이오시밀러에 고관세를 부과할 경우 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 등 주요 바이오시밀러 기업의 수출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럽과 일본처럼 이미 무역협정을 맺은 국가는 최혜국 대우 원칙에 따라 의약품에 15% 관세만 부과하기 때문에 한국산 의약품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 바이오시밀러가 대미 의약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0%에 달할 만큼 높다. 그렇다면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어떤 차이가 있고, 전문가들은 향후 복제약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약에는 명품가방처럼 '오리지널 의약품'과 복제약이 있다. 그렇다고 복제약이 가짜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리지널 의약품은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으로 크게 나뉘는데, 여기에 두 의약품의 기술을 활용한 '복제약'이라는 개념이 하나 더 있는 것이다.
복제약은 오리지널(원개발) 의약품을 그대로 만들어낸 의약품을 말한다. 오리지널 의약품은 특정 질환을 치료할 목적으로 특정 성분으로 가장 처음 개발된 신약이다.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을 거치고 여러 단계의 임상시험을 통과하고 나서야 시장에 출시된다.
복제약,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로 나뉘어
신약은 효과가 좋더라도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면 출시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신약은 보통 개발기간만 10년 정도 걸리고, 성공률도 낮은 편이다. 그래서 신약이 나오면 특허권을 10∼15년간 보호해 준다. 특허가 만료된 후에는 개발사가 더 이상 독점판매권을 보유할 수 없게 돼 개발사뿐 아니라 다른 제약사도 오리지널 의약품의 복제약을 개발할 수 있다.
복제약의 가장 큰 경쟁력은 낮은 약값이다. 이미 공개된 약에 대한 분석을 거쳐 만드는 약이니만큼 개발 비용이 대폭 줄어준다. 이 때문에 복제약은 대개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약 80%이고, 상한선은 53.55%를 넘지 않는다. 이는 환자들에게 큰 혜택이 될 수 있다.
복제약은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로 구분된다. 둘 모두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효능을 갖도록 만들었다는 게 공통점이다. 하지만 각각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을 복제한다는 데서 차이가 있다.
제네릭은 오리지널 합성의약품의 공개된 기술을 이용해 동일하게 만든 의약품이다. 합성의약품과 주성분, 함량, 효능·효과, 복용 방법 등이 같다. 화학물질을 재료로 사용하는 합성의약품의 화학식을 알고 화학반응을 그대로 따라 하면 같은 성분을 쉽게 만들 수 있다. 화학반응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아 오차가 없기 때문에 오리지널 의약품이 거친 임상시험을 생략한다.
단,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특성을 갖는지 알기 위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인체에 나타나는 효능·안전성이 똑같은지 시험을 통해 입증한 뒤, 제네릭 약효가 오리지널 의약품의 80∼125% 범위에 들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을 받고 출시할 수 있다. 제네릭은 2011년부터 2022년까지 12년 동안 1만 개가 넘는 제품이 출시됐다.
제네릭이 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21세기의 화두는 '바이오의약품'이다. 따라서 요즘 이슈로 떠오르는 복제약은 바이오시밀러다. 바이오시밀러는 '동일성'이 아닌 '유사성'을 요구한다. 바이오의약품은 대장균이나 효모, 동물 세포 등 살아있는 세포에서 단백질을 뽑아내 생산하기 때문에 독성이 적고 작용기전이 명확해 난치·희귀·만성질환에 큰 효과를 보인다.
하지만 생물체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바이오의약품의 특성상 오리지널과 똑같이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오리지널 의약품을 만들 때처럼 임상시험의 모든 단계를 다시 거친다. 그런 탓에 제네릭보다 개발기간이 길고 비용도 많이 들어 약값도 비싸다. 하지만 업계는 비싼 바이오시밀러가 큰 부가가치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복제약이 판도 뒤흔들어
현재 세계 의약품 시장은 인구 고령화 현상으로 의료비 증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복제약이 판도를 크게 뒤흔들고 있다. 2022년 제네릭 의약품 시장 규모는 4119억9000만 달러(약 559조원)에 달한다. 제약 업계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다수의 주요 합성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기 때문에 제네릭 시장이 2030년 6133억4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2023년 286억2000만 달러(약 39조원)에 달했던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연평균 17.8%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설리번'은 바이오시밀러의 성장 전망치를 2027년 600억 달러, 2028년 765억 달러로 예측한다. 글로벌 누적 매출액 1위 의약품인 '휴미라'(자가면역질환 치료제)가 2023년 1월 특허 만료된 데 이어 50개 이상의 오리지널 의약품 독점권이 2032년까지 순차적으로 풀리기 때문이다. 휴미라의 첫 바이오시밀러인 암제비타를 출시한 암젠 등 미국과 유럽 제약업체들은 지금 바이오시밀러 출시에 온힘을 쏟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바이오시밀러를 선도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시장 규모가 큰 미국, 유럽 등으로 활발하게 진출 중이다. 특히 셀트리온은 이달 초 미국에서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약 35% 인하된 높은 도매가격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앱토즈마(토실리주맙)'를 출시하며 시장 선점에 돌입했다.
202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미국 브라운대의 피터 하윗 교수는 10월13일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한국이 대응하려면 유럽 등 다른 교역국을 찾아내 시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순 시장 진출을 넘어 글로벌 경쟁에서 복제약의 우위를 차지하려면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양한 대응 전략을 발판 삼아 한국이 미래 먹거리로 복제약 시장을 선도해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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