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의 어머니가 써내려간 자서전…아들에게 엄마의 일생이 전해졌다 [세상&]

손인규 2025. 10. 1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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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살고 있는 아들에게 한 권의 책이 도착했다.

특히 할머니 책에는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내용이 많았다.

할머니는 "남한테 숨기고 싶은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내 자서전인 만큼 최대한 솔직하게 쓰고 싶었다"며 "내 책을 선물한 주위 사람이 '그런 속사정이 있는 줄 잘 몰랐는데 알게 돼서 고맙다'고 격려해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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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구, 어르신 대상 ‘ChatGPT와 함께 쓰는 인생 이야기’ 진행
민애 할머니 “ChatGPT 도움으로 글 쓰는 용기 얻어”
민애 할머니가 자신이 쓴 자서전을 보여주고 있다. [강북구 제공]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엄마의 어린 시절을 알게 돼서 기뻤어요. 그리고 저를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아들에게 한 권의 책이 도착했다. 제목은 ‘혼자서도 다시 꽃 피다’. 지은이는 ‘민애’(73), 어머니였다. 아들은 어머니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자서전을 읽으며 눈시울이 붉어졌을 테다.

민애 할머니가 두 달 만에 본인의 이름으로 된 책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던 건 ChatGPT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민애 할머니는 지난 7~8월 강북구 평생학습센터에서 진행한 어르신 대상 ‘내 생애 첫 자서전-ChatGPT와 함께 쓰는 인생 이야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민애 할머니를 비롯해 총 17명의 어르신이 참여해 두 달 만에 본인의 이름으로 만든 자서전을 완성했다.

할머니는 “평소에 일기도 쓰고 생각나는 것들을 기록하는 걸 즐겼지만 내가 정말 책을 쓸 수 있을지는 두려웠다”며 “그런데 지난해 다리를 다치는 사고를 당하고 병원에 있으면서 내 삶을 기록해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커져 자서전 쓰기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책에는 할머니의 부모님 이야기부터 어린 시절의 추억, 친한 친구들, 남편, 아이들 이야기까지 평범한 한 여성의 인생이 오롯이 담겨 있다.

민애 할머니가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함께 찍은 사진. 할머니 제공

특히 할머니 책에는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내용이 많았다. 할머니는 “아버지는 전쟁 중 다리를 잃어 평생 의족을 끼며 살아야 할 만큼 몸이 불편하셨지만 맏딸인 나에게 ‘하고 싶은 것 다 해보고 살아라’ 말하실 만큼 당시로서는 깨어있던 분이셨다”며 “책을 쓰며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어 너무 행복했고 지금도 아버지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날 것만 같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책을 쓰면서 ChatGPT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처음에는 기계라는 것 때문에 거부감이 있었는데 나의 감정까지 잘 끌어내는 걸 보고 ‘이거 혹시 사람 아니야’라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다”는 할머니.

이어 “잘 생각나지 않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두서없이 풀어내면 그걸 ChatGPT가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 줬다”며 “더 좋은 문장을 추천해 주거나 내가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 확장해 줬기에 좀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책에는 10여 년 전 돌아가신 남편 이야기도 솔직하게 담겨 있다. 책에서 할머니는 ‘그와의 삶을 돌이켜보면, 나는 늘 혼자였다’며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할머니는 “남한테 숨기고 싶은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내 자서전인 만큼 최대한 솔직하게 쓰고 싶었다”며 “내 책을 선물한 주위 사람이 ‘그런 속사정이 있는 줄 잘 몰랐는데 알게 돼서 고맙다’고 격려해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북구청에 어르신들이 완성한 자서전이 전시돼 았다. [강북구 제공]

할머니는 이번 경험을 통해 글 쓰는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이번 자서전은 분량 제한 때문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담지 못해 아쉬웠다는 할머니. 할머니는 자식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다음 책으로 구상 중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할머니는 “강사님이 그러는데 아주 유명한 작가들도 자기 글에는 항상 만족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며 “글은 잘 쓰고 못쓰고가 없는 거 같다. 누구든 두려워 말고 솔직하게 일단 써보면 삶이 풍요로워지는 경험을 하게 될거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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