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는 매가 약이다”...권투선수 불러 파업현장 청소한 혁신기업 리더는 [히코노미]
그의 성미는 거칠고 메마르기 짝이 없어서, 제 편이 아닌 이들에게 송곳니를 드러내는 일을 주저하지 않았다. 정통 백인으로서 그는 오랜 편견에 기대 유대인을 혐오했고, 굴지의 경영인으로서 노동조합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 여겼다. 거친 생각은 전염성이 강한 탓에 그를 추종한 이들이 유대인을 학살하고, 노동조합에 총을 휘갈겼다.
이처럼 좁고 편협한 사고가 역설적으로 혁신의 불쏘시개였다. “전 세계인이 자동차를 타고 다니게 만들겠다”는 일념을 단 한 순간도 내려놓지 않아서였다.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았고, 생각을 바꾸지도 않았다. 독불장군이라는 힐난도, 꼴통이라는 멸칭에도 끄떡없었다. 럭셔리의 상징이었던 ‘자동차’를 세계인의 것으로 만들고, 동시에 전 세계 산업의 자동화를 이끈 남자. 헨리 포드의 이야기다.

변덕없이 항상 그 자리에서 자기 일을 묵묵히 하는 ‘관성’에 매력을 느낀 것이었다. 장난감이라곤 시계 하나뿐이었던 포드는 시계를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하는 객쩍은 일로 하루를 보내야 했다. 그에겐 누구보다 재밌는 일이었다.

![19세기 말의 디트로이트. 말과 전차가 혼재된 도시의 풍경. [사진출처=디트로이트 도서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19/mk/20251019091203430jueu.jpg)
바다 건너 독일에서는 사람들이 이미 말 대신 기계를 타고 다닌다는 말(言)이 들려왔다. 독일의 칼 벤츠가 1885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내연기관 자동차가 주인공이었다. 포드는 급했고, 고용주인 토머스 에디슨에 청해 자동차용 엔진 실험을 허락받았다. 그는 ‘자동차’가 불러올 세계적 파장을 예각하고 있었다. 독일제가 미국의 도로를 메우기 전에, 그는 아메리카 대륙을 자신의 자동차로 채우고 싶었다. 1896년 그가 첫 자동차를 완성했다. ‘포드 쿼드리사이클’이라 불린 미국의 첫 번째 자동차였다.
![“자, 말 대신, 이제 기계를 타세요. ” 처음 차를 개발한 칼 벤츠. [사진출처=Autor-in unbekannt]](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19/mk/20251019091203672hjox.jpg)
‘발명’과 ‘사업’은 축구와 농구만큼이나 다른 영역이라는 걸 그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가 개발한 자동차는 발명품으로서는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이었지만, 세간살이로는 전혀 긴요하지 않은 것이었다. 비싼 놀이기구를 애써 집에 들여놓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DAC는 역사의 뒤란으로 사라졌고, 포드는 희망을 잃었다.

DAC에서 함께 일하던 엔지니어들과 의기투합했다. 레이서로는 당대 최고의 자전거 레이서 바니 올드필드를 섭외하는 대범함도 보였다. 자전거 레이서를 믿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자동차를 믿어서였다.

첫 사업에서의 실패를 포드는 누차 곱씹었다. 자동차가 그저 부호의 장난감이어서는 곤란했다. 값비싼 장난감으로도 제법 돈은 만질 테지만, 포드의 야망을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이었다. 포드는 모든 미국인이 포드 자동차를 모는 생각으로 충만했다.
![미국 디트로이트 포드사의 옛 공장. [사진출처=Jackdude101]](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19/mk/20251019091204373mmfj.jpg)
이조차도 포드의 눈에는 만족스럽지 않은 가격이었다. 미국 일반 근로자의 연봉에 해당하는 가격이어서였다. 포드는 생산 설비의 효율성을 채근했고, 더 많은 생산량을 독촉했다. 한 대당 조립 시간이 12시간에서 93분으로 줄었다. 모델 T의 가격은 매해 내려갔다. 1925년에는 250달러까지 떨어뜨렸다. 근로자 월급의 세달치에 불과했다. 한 해 생산량이 1만대에서 200만대로 늘었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60%를 차지할 정도였다. 포드는 그냥 자동차가 아니었다. 미국의 발이었고, 미국의 자부심이었다.

싸고 좋은 모델로만 경쟁자를 괴롭힌 게 아니었다. 포드는 노동시장의 저임금 ‘질서’도 교란했다. 디트로이트 자동차 회사들은 근로자들을 뺏고 빼앗는 경쟁으로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포드사(社)만 해도 이직률이 한해 400%에 달할 정도였다. 근로자 한명이 3개월 일하면 다른 회사로 내뺀다는 의미였다. 100명을 부리기 위해서 300명을 고용해야 했다.
포드는 ‘일당 5달러’를 선언했다. 경쟁사 대비 두배에 달하는 액수였다. 여기에 주 5일 40시간 근무제까지 얹었다. 포드는 경영의 눈썰미가 남달라서, 임금과 근로환경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보는 선구안이 있었다. 그의 예견은 적중했다. 디트로이트 최고의 정비사들이 포드사 앞에 줄을 섰다. 경쟁사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임금으로 양질의 인재를 챘다. 포드의 자동차 바디에 윤이 났고, 엔진은 짐승이 포효하듯 울부짖었다.

포드는 해리 배넷을 노동 관리 전담자로 고용했다. 해군 출신의 권투선수였다. 충성스러운만큼이나, 폭력적인 인물이었다. 한 기자가 베넷을 만나 물었다. “포드가 내일 하늘을 검게 칠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내일이면 선글라스를 쓴 10만 명의 노동자들이 공장 정문을 통과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겁니다.”
포드는 해리에게 디테일을 주문하지 않았다. 근로자들의 파업현장을 가리키며 ‘관리하라’는 한 마디만 던졌다. 파업 현장에 깡패들이 도열했다. 곤봉으로 근로자들을 후려쳤고, 이마저도 통하지 않으면 총을 꺼냈다. 파업 현장에서 다섯 명의 노동자가 세상을 등졌다.

포드는 외골수인 만큼, 오랜 편견에 기대어 사는 사람이었다. 이성적 조언엔 눈을 감았고, 음모론에 귀가 팔랑거렸다. 특히 유대인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으면서 세상을 망치고 있다는 허언을 포드는 굳게 믿었다. 헛소문을 믿는 건 개인의 자유이지만, 경영계 거물의 믿음은 그 파장이 달랐다.

히틀러는 헨리 포드의 생각만큼이나, 경영 능력을 닮고 싶어서, 독일판 ‘모델 T’를 만들고자 했다. 폭스바겐 비틀이 태어난 배경이었다. 저렴한 국민차의 등장에 독일 국민은 열광했고, 히틀러는 그 지지를 무기삼아 유대인을 학살했다. 포드는 후에 반유대주의 주장을 철회했으나,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혁신의 물성은 기체와 같아서, 포드의 생산 시스템은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극단적으로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은 통조림 공장에, 옷 공장에, 철강 공장에, 벽돌 공장에 번졌다. 미국의 생산력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세계 어떤 나라도 미국의 생산력을 따라 잡을 수 없었다.
극단적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인간을 기계 속으로 밀어넣는 것이어서, 올더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를 통해 포드를 신으로 모시는 세계의 디스토피아를 그렸다. ‘멋진 신세계’에서 BC(기원 전)·AD(기원 후)라는 연대 표기법 대신 A.F를 사용하는데, 포드 탄생 후(After Ford)라는 뜻이었다.


포드는 노조를 박살내는 데 일인자인 해리 배넷을 대표로 세우려 했다. 시대의 공기를 읽지 못하는 포드의 우둔함에 가족들은 기함했고, 그의 일가는 자신들의 손으로 포드를 ‘포드사’로부터 내쳤다. 손자 헨리 포드 2세가 경영을 물려받았다.


![헨리 포드의 무덤. [사진출처=Dwight Burdette]](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19/mk/20251019091206770xbvt.jpg)
ㅇ헨리 포드는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인 포드사의 설립자였다.
ㅇ그는 생산 라인의 극단적 분업화로 혁신해 자동차 생산 속도를 극대화했고, 자동차 가격도 떨어뜨렸다.
ㅇ동시에 그는 편협한 사고의 소유자여서, 노조와 유대인을 혐오했는데, 이는 히틀러에도 영향을 끼쳤다.
ㅇ포드의 생산 방식은 전 산업으로 퍼져서 미국을 부강하게 만들고, 더불어 전 세계 자본주의의 성숙도를 한 단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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