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안 간 베트남 참전용사(?)’ 美 상원의원 논란 재점화
“그의 영웅담은 가짜… 어떤 거짓말보다 나빠”
美 ‘희대의 사기꾼’ 산토스 사면 근거로 삼기도
미국 민주당 소속인 리처드 블루멘솔(79) 연방의회 상원의원을 둘러싼 이른바 ‘베트남에 간 적 없는 베트남 전쟁 참전용사’ 논란이 재점화할 조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경력을 속이고 연방의회 하원의원에 당선됐다가 의원직 박탈은 물론 징역형 선고까지 받고 복역 중인 조지 산토스(37) 전 의원을 사면했기 때문이다. 공화당 소속인 산토스에 대해 트럼프는 “그래도 블루멘솔보다는 낫다”는 평가를 내렸다.
17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사기, 개인 정보 도용 등 혐의로 징역 7년형이 확정돼 뉴저지주(州)의 교도소에 수감 중인 산토스의 감형과 석방을 명령했다. 이에 따라 산토스는 남은 형기를 면제받고 즉시 풀려나 사회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산토스의 변호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옳은 일을 한 것에 박수를 보낸다”며 “다만 산토스가 정확히 언제 교도소 밖으로 나올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산토스와 비교를 당한 블루멘솔은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지른 걸까. 1946년생인 브루멘솔은 20대 젊은 시절을 1960년대 후반에 보냈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었고 무엇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도입된 징병제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다. 블루멘솔은 학업, 취직 등을 이유로 5차례나 현역병 입영 연기를 신청해 받아들여졌다. 그는 결국 1970년에야 미 해병대에 입대하긴 했으나 정규군이 아닌 예비군 부대였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베트남 현장에는 배치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을 받은 셈”이라고 비꼬았다.
블루멘솔은 1976년까지 해병대에 복무하고 병장으로 제대했다. 일설에 따르면 그는 베트남 등 해외로 파병돼 자녀 생일을 챙겨주기 곤란한 해병대 장병들을 대신해 해당 가정에 장난감 등 선물을 배송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블루멘솔은 코네티컷주를 지역구 삼아 정계에 입문한 뒤 자신이 베트남전 참전용사로서 마치 전장에서 사지(死地)를 넘나든 것처럼 행세해 ‘경력을 부풀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논란이 확산하자 “내가 유권자들에게 군 생활에 관해 부정확한 얘기를 한 것은 사실”이라며 사과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이를 알면서 그냥 넘어갈 리 없다. 그는 첫번째 대통령 임기 동안인 2019년 2월 베트남 방문 도중 SNS에 올린 글에서 블루멘솔을 ‘3류 상원의원’이라고 조롱했다. 이어 “그(블루멘솔)가 베트남전에 참전했다는 영웅담은 완전히 가짜”라며 “그는 베트남에 간 적도 없다”고 비난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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