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범죄단지’에 기자가 직접 가봤습니다 [The 5]
프놈펜 피싱 범죄 현장을 찾아간 기자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전문가가 답합니다.
‘캄보디아에 서류 가져다주실 분’이라는 ‘당근’ 광고 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런 광고가 범죄 집단으로 한 발을 내딛게 되는 계기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 추석 연휴 막바지, 캄보디아에서 사망한 한국 대학생 소식이 뒤늦게 전해지면서 캄보디아의 피싱 사기 범죄 현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국내 대포통장 모집 조직에 연루돼 캄보디아로 간 것으로 추정되는 대학생의 사망원인은 ‘고문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에 의한 심장마비’였습니다.
캄보디아에는 대규모 산업단지가 범죄단지로 변해 있습니다. 프놈펜 시내의 원구 단지, 인근의 태자 단지, 망고 단지가 그곳입니다. 앰네스티는 올 6월에 발표한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이런 범죄단지를 최소 52곳으로 특정했습니다. 앰네스티가 직접 답사해본 결과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범죄단지 건물은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거나 높은 담을 쌓았고, 입구는 전기봉을 든 경비원이 지키고 있습니다. 고위급 인사만 차를 타고 오갈 수 있을 뿐, 일하는 사람들은 안에서 숙식을 해결합니다. 일하러 가면 일단 여권과 휴대전화를 뺏기고 범죄사기 업무에 종사하는데, 숙식비와 대본비 등으로 빚을 떠안고 월급으로 빚을 탕감하게 됩니다. 업무를 거부하면 고문과 협박이 이어지고, 실적이 안 좋으면 다른 조직으로 팔려가는 일도 있습니다.
고문·감금 등이 자행되는 ‘야만적 상황’이지만, 이들의 업무는 지능적입니다. 지난 7월 서울동부지검이 발표한 캄보디아 거점으로 활동한 일명 ‘마동석’ 총책의 ‘한야’ 콜센터 범죄단체 사건을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조직원인 18명은 노쇼 사기, 리딩방 사기, 로맨스 스캠, 구매대행 사기 등 수익 모델별로 팀을 나눠서 활동했습니다. 자금 세탁팀도 뒀습니다. 검찰은 이 범죄조직을 ‘기업형 구조로 진화’한 형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들 범죄 사기는 ‘돼지 도살’(杀猪盘)로 불리는데 ‘키워서 도살한다’는 뜻입니다. SNS·메신저·데이트앱 등으로 친분을 쌓은 뒤 사기 피해자에게 고수익 투자 등을 미끼로 돈을 송금하게 만듭니다.
이들 캄보디아 내 조직은 총책이 주로 중국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 카지노 자본은 2018년 시진핑 정권의 단속을 피해 캄보디아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이후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온라인 도박 사업으로 확장하고 온라인 사기 범죄 시장도 개척했습니다. 이들 사기 범죄 산업은 미국 평화연구소가 연간 125억 달러 이상 수입을 얻는다고 추정하는 수준까지 성장했습니다. 이는 2024년 캄보디아 국내총생산의 27%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한겨레는 캄보디아 피싱 사기와 감금 범죄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캄보디아에 기자를 보냈습니다. 지난 14일 저녁 캄보디아로 출국한 사회부 정인선 기자에게 현지 상황을 물어보았습니다.

[The 1] 어떤 곳을 둘러보았나요.
정인선 기자: 프놈펜 시내에 있는 원구단지와, 외곽에 있는 망고단지, 태자단지를 돌아보았습니다. 시내에 있는 6층짜리 빌라, 콘도, 호텔 등도 돌아보았습니다. 원구단지는 아이보리색 콘도 같은 5층짜리 건물 4개동 정도가 모여 있습니다. 단지 전체에 높은 담장이 둘러져 있고 이중삼중으로 철조망이 있습니다. 방마다 방범창이 있는데, 현지 가이드 말로는 탈출이나 자살을 막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안쪽으로는 나란히 놓인 이층침대가 보였습니다. 검은색 SUV 차량 주차된 모습은 살짝 보이는데 사람 드나드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The 2] 이미 단속을 피해 프놈펜 범죄조직들은 다 떠났다고 하던데요.
정인선 기자: 단지마다 ‘방 빌려드립니다’라는 안내가 붙어 있습니다. 단지에는 거의 사람이 살지 않습니다. 망고단지에서 20대 초반 캄보디아인 요리사를 만났는데, 같이 사는 사람들 말고는 사는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중국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건물 안에서 폭행과 고문이 벌어진다는 얘긴 들었지만 지금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The 3] 시내 중심가의 건물도 살펴보았다고요.
정인선 기자: 프놈펜 시내 건물 서너 군데 가봤는데, 겉에서 보면 최신 주상복합호텔입니다. 프놈펜 전체 시내가 낮은 건물들의 도시인데, 주거단지 한가운데 뜬금없이 서 있는 높은 건물입니다. 이런 곳에서 호텔이 장사가 잘 될 리가 없는데 자리잡은 건, 보이스피싱 범죄조직 등이 층 단위로 세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호텔·레지던스는 공실률을 줄이고 범죄조직은 건물을 싸게 이용하는 공생관계인 셈이지요. 프놈펜에는 코로나19 이전에 중국 자본이 대규모 호텔들을 지었는데 거의 장사가 안 돼서 빈 채 방치되었고, 결국 거기에 범죄 집단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프놈펜 시내는 상대적으로 물가가 비쌀 텐데 왜 굳이 여기를 임대해 사용할까 궁금할 수 있는데, 현지인 말로는 범죄단체가 메뚜기처럼 옮겨다니기 때문에 단순히 싸고 비싸고는 중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이 건물을 층별로 빌려 쓰던 조직들은 7, 8월 단속을 피해 다 떠났다고 합니다.
[The 4] 한국 사람을 만나지 못한 건가요?
정인선 기자: 네 사망 사고 뒤 단속이 강화됐습니다. 하지만 현지인은 떠났다가 다시 돌아올 거라고 봅니다. 한인회 등에서는 올해 400명 이상의 한국인을 탈출시켰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여행 제한을 시행하면서 한국인이 거의 없습니다.
[The 5] 현지 한인회는 “특정 범죄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안전하다”며 “교민과 일반 여행객 피해 사례는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프놈펜 시내에서 관광객 납치가 시도되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정인선 기자: 교민들은 언론에 비치는 것처럼 캄보디아가 원래 위험해서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건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대포통장을 거래하기 위해 오거나, 돈 쉽게 벌 수 있다는 말에 현혹돼서 오는 이들한테 위험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캄보디아인 입장에서는 외국 범죄자들의 범죄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범죄자를 체포하면 죄다 중국인 등등 외국인이 많습니다.
현지인 말로는 언론이 보도한 ‘납치된 관광객’ 역시 카지노에서 도박을 해서 빚을 졌는데 안 갚았다고 합니다. 납치는 돈을 빌려준 조직의 소행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한국 언론에선 프놈펜의 번화한 거리 벙깽꽁 카페에서 이런 이유도 없이 납치된 것처럼 보도되고 있어 현지 교민들 불만이 많습니다. 게다가 이번 사태와 아무런 관련 없는 연예인 죽음이라든지 ‘박항서, 캄보디아서 납치’를 뉴스화하고 있으니까요. 심지어 박항서 납치는 베트남에서 있었던 일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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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셀럽파티에 가봤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218357.html?h=s
-유괴시도가 장난이라는 끔찍한 착각은 그만 두세요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19588.html?h=s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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