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낙지, 선착순!" 이 연예인이 '식당' 열자 벌어진 일
나래바, '나 혼자 산다-나래 카세' 번개, 추석 전 나눔...
박나래는 직접 요리해 같이 먹는 데 왜 이렇게 '진심'일까
편집자주
함께 도전해 세상의 편견을 지우고 변화를 이끈 대중문화 단짝들 인터뷰.

세상의 변화를 이끈 대중문화 단짝을 조명하는 인터뷰 시리즈 '환상의 콤비'를 통해 지난 17일 ''손녀 박나래' 주소 적힌 김치... 세 '유품정리사'가 울었다'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나혼산)를 올해로 10년째 이끌고 있는 방송인 박나래와 이경하 작가가 '환상의 콤비' 세 번째 초대 손님이었습니다. "이 작가님과 함께라면" "나래와 같이라면"이라며 두 사람은 동반 인터뷰를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한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01514460005038)

"나래 김치 안 먹어본 사람 없을걸요?"
두 사람을 지난 추석 연휴 직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만났습니다. 매주 월요일 오후, '나혼산' 녹화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목이 아파 병원에 다녀왔다는 박나래는 이날 상자에 떡을 잔뜩 담아 왔습니다. 명절을 맞아 '나혼산' 스태프들과 나눠 먹으려고 사 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83분 여의 인터뷰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말도 '같이 먹는' 얘기였습니다. 박나래는 '나혼산'에서 종종 '나래 카세'의 주방장이 됐습니다. 방어나 낙지 등 지방에서 신선한 재료를 공수하면 단톡방에 공지를 올려 '식사 한 끼' 번개를 쳤다고 합니다. 많을 때는 15명까지 왔다고 합니다. 옆에 있던 이 작가가 거들었습니다. "'나혼산' 식구 중 나래 김치 안 먹어본 사람 없을걸요?"

'더부살이한다고 내 인생이 더부살이는 아니다'
박나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나래바'입니다. '나래바'는 어떻게 열리는 걸까요. '싱싱한 장어가 왔습니다. 내일 5시부터 '나래바'가 열립니다. 선착순 여섯(명) 입니다'. 이런 단톡 공지로 '음식 파티'는 시작됩니다. 김치찜 반응이 특히 좋았다고 합니다. 방송인 신기루는 평소 김치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나래바'에서 김치찜을 먹고 나서 입맛이 확 바뀌어 요즘엔 김치를 즐겨 먹는다고 합니다. 박나래는 셋방살이할 때부터 '나래바'를 운영했습니다. '더부살이한다고 내 인생이 더부살이는 아니다'. 박나래가 같이 먹는 즐거움을 나누는 걸 집을 산 뒤로 미뤄두지 않은 이유였습니다.

"선배, 동기들에 신세 갚고 싶어 만든 공간"
집들이 한번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직접 요리해 손님 맞는 게 보통 일이 아닙니다. 박나래는 왜 이렇게 같이 먹는 데 '진심'일까요. 그는 인터뷰에서 "집안 분위기가 그렇다"고 돌려 말했지만 진짜 속마음이 궁금했습니다. 인터뷰 직후 바로 예정된 녹화 일정으로 시간에 쫓겨 '나래바' 관련 더 깊은 속 얘기를 듣지 못했지만, 그가 2017년 낸 에세이 '웰컴 나래바! 놀아라, 내일이 없는 것처럼'(싱긋)을 읽어보니 그 답이 있었습니다.
''나래바'는 돈을 못 벌던 무명 시절에 수없이 얻어먹었던 선배, 동기들에게 신세를 조금이나마 갚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박나래는 책에 이렇게 썼습니다. 박나래의 무명 시절은 10여 년으로 길었습니다. 안양에서 예고 다니느라 고1 때부터 고향을 떠나 객지 생활을 하고, 대학 입학 후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인근 반지하방에서 친구 둘과 살았습니다.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 '나 혼자 살다' 보니 요리 실력도 자연스럽게 늘게 됐다고 합니다. '나혼산'을 본 시청자들은 방송에서 박나래 어머니가 하는 근사한 요리를 보고 '딸이 엄마한테 요리를 배웠구나' 생각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사실과 조금 다릅니다. 박나래의 어머니는 딸이 요리하는 걸 되레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딸이 부엌데기가 될까 봐서였다고 합니다.
박나래는 의외로 수줍음이 많습니다. 그는 "낯 가리는 걸 마흔쯤 돼서야 알았다"며 웃었습니다. 낯 가리는 사람이 사람들을 불러 모아 '열혈 나래바 사장'이 된 걸 박나래는 "어려서 사람에 대한 집착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인맥이나 마당발이 방송일의 생명이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롤링 페이퍼 돌리며 서로 위로했던 술자리
그렇게 관계를 꽃피우던 '나래바'엔 다른 식사 모임엔 없는 '특별 놀이'가 있었습니다. 바로, 롤링 페이퍼 돌리기입니다.
'나래야, 난 네가 '스타골든벨'에 꼭 나갔으면 좋겠어'.
박나래는 무명 시절 동료로부터 이런 내용이 적힌 롤링 페이퍼를 받았습니다. 2000년대 인기를 누렸던 예능프로그램 KBS '스타골든벨'은 예능 스타의 등용문이었습니다. 무명 시절, 음식을 나눠 먹으며 서로의 앞날을 응원한 겁니다. 그 자리엔 박나래가 존경하고 따른다는 코미디언 김숙도 있었습니다. '처음엔 김숙 선배가 너무 무서웠다. 알고 보니 여리고 허당이었다. 남들은 김숙 선배가 술을 잘 마실 거라 생각하지만 나래바에 와서 물만 2리터를 마시고 갔다'. 박나래는 책에서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박나래는 '개그콘서트' 리허설 중 코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때 '나래바'는 임시 폐업했습니다. 잠시 가게 문을 내린 적은 있지만 '나래바' 운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 같습니다. '오늘을 즐겨라'란 뜻의 라틴어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 그의 삶의 지론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 집에 초대하고 만나는 걸로 정말 에너지를 많이 받거든요.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영영 행복해질 수 없지 않을까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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