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 쓰는데…" 美 실리콘밸리 '산호세', 왜 한국만 '새너제이'?

산호세(미국)=김소연 기자 2025. 10. 18. 08: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산호세 말하는 거구나. 실리콘밸리는 지역이 아냐."

산호세에 갈 건데, 그 지역명을 정직하게 '산·호·세'라고 발음하면 못 알아듣고 '새너제이'라고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였다.

"그런데, 산호세라고 발음해도 돼? 새너제이... 이거 아냐?" "아냐. 다 산호세라고 해. 네가 친구에게 제대로 알려줘."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에 문의했더니…
실리콘밸리 지도/사진=나무위키

"(입국해서)어디 갈거야?"
"새너ㅈ..산호..실리콘밸리 가려고!"
"산호세 말하는 거구나. 실리콘밸리는 지역이 아냐."

지난달 찾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공항. 홀로 온 동양인 여자는 입국 심사를 까다롭게 한다고 해 조마조마한 심경으로 심사대에 오른 차였다.

입꼬리를 한껏 끌어올려 좋은 인상을 유지하던 기자에게 심사관은 "샌프란시스코만 갈거냐"고 물었다. 산호세에 갈 건데, 그 지역명을 정직하게 '산·호·세'라고 발음하면 못 알아듣고 '새너제이'라고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였다. 그런데 기억이 나질 않았다. 결국 망설이다 '실리콘밸리'라고 답했다.

그 직원은 미국 땅을 처음 밟는 동양인 여자에게 측은지심을 느꼈는지, 긴 대기 줄을 뒤로 하고 친절하게 지리 강의를 해줬다.

"실리콘밸리는 지역명이 아냐. 네가 가려는 산호세 지역을 포함해서 샌프란시스코 베이 애리어 지역이 실리콘밸리야. 블라블라."

정확히 어디서부터 어디까질 이야기하는지는 못 들었지만 '산호세'는 귀에 박혔다.

"그런데, 산호세라고 발음해도 돼? 새너제이... 이거 아냐?" "아냐. 다 산호세라고 해. 네가 친구에게 제대로 알려줘."

그 대화를 끝으로 입국장을 빠져나왔지만, '산호세'가 왜 '새너제이'가 됐는지에 대한 의문은 커졌다. 미국에서 만난 자율주행차 리프트(Lyft) 기사에게도, 캘리포니아 변호사에게도, 우버(Uber) 기사에게도 "산호세가 맞아, 새너제이가 맞아?" 물었고 '산호세'라는 답변을 받았다.

알고 보니 이는 십수년간 국립국어원 누리집에 올라오는 단골 질문이었다. 17일 기준, 올해에만 5건이 신규 등록됐다.

국립국어원에 질의하니 해당 지명이 '새너제이'가 된 것은 1996년,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에서 새너제이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영어 발음대로 '새너제이'라고 적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지 교민들은 잘못된 표기라는 민원을 지속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에 표기된 새너제이/사진=국립국어원

현지 교민들은 현지에서 '산 호세' 또는 '샌 호세'로 발음되는 단어를 국립국어원이 마음대로 연음 처리하고 'h' 발음도 없애 '새너제이'로 표기한다고 불만을 제기한다. San Jose는 'San'과 ' Jose' 단어 간격이 벌어져있어 따로 발음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원 역시 스페인어 '성 요셉'으로, 스페인어는 대개 'j'를 'h'로 발음한다.

지속되는 민원에 국립국어원 측은 "'San Jose' 지명 표기는 일반적인 영어식 지명이 아니라 영어 외의 외국어에서 유래된 것인데, 기존과는 다른 형식의 발음이 영어식으로 굳어져 통용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표기와 발음이 직접적으로 관련되지는 않는 것인데, 영어의 외래어 표기 규정상 발음을 기준으로 한다"는 답변을 남겼다.

모든 법칙에는 흔들릴 수 없는 기본 원칙이 있다. 외래어 표기법은 이미 굳어진 관용을 존중하고, 적용 방향은 '한글→원어'가 아닌, '원어→한글'이다. 즉, 현지 발음을 반영해 한글로 적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그렇다면 현지에서 사용하고, 로마자 표기에도 맞고, 한국인이 인식하기에도 편한 '산호세'로 표기하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사용하지 않는 단어는 사라지거나 바뀌기 마련이다. 1930년대 일본식 발음으로 '코피'라고 신문에 쓰였던 단어 'coffee'가 1986년 '커피'로 정착된 것처럼 말이다.

한 현지 교민은 "아무도 새너제이라고 하지 않는데 왜 (국립국어원이) 새너제이라고 하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산호세(미국)=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