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워치] "한국은행이 금을 더 샀더라면…"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진열된 금 제품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18/yonhap/20251018060245936xvxw.jpg)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2013년 10월 18일. 한국은행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여야의원들은 한은의 '잘못된 금 투기'로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며 김중수 당시 한은 총재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의 다변화 차원에서 2011년부터 2년간 90t의 금을 사들였는데 금값이 떨어지는 바람에 약 11억2천만달러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이한구 의원은 "이런 대규모 평가손실에 대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고 호통쳤다. 김현미 의원은 김 총재를 향해 '금(金)을 사랑한 총재'라고 비꼬면서 한은이 금 가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국가적 손실을 가져왔다고 질타했다.
실현되지 않은 평가손실로 거센 비난과 질타를 받자 한은은 이후 금 매입을 중단했다. 2013년 2월에 20t을 매입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12년째 한은의 금 보유량은 104.4t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등 다른 나라가 그동안 금을 꾸준히 사들인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이에 따라 한은의 금 보유량 순위는 2013년 말 세계 32위에서 작년엔 38위까지 떨어졌다.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진열된 금 제품.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18/yonhap/20251018060246121fwhp.jpg)
10여년 전 모질게 비난받았던 한은의 금 투자 실적은 현재 어떻게 됐을까. 한은이 추가 매입도, 매각도 하지 않았으니 지금도 금 보유량은 104.4t 그대로다. 최근 무서울 정도의 급등세를 보이는 금값(트로이온스당 4천달러)을 대입해 시가를 대충 계산해보니 134억2천700만달러(약 19조1천980억원)가 넘는다. 한은이 공개하는 매입가 47억9천만달러의 2.8배에 달한다. 약 180%의 수익률이다. 물론 이 금액도 역시 평가액일 뿐이다.
그런데도 금 가격이 워낙 거세게 오르자 이번엔 반대로 한은이 왜 그동안 금을 더 사지 않았냐는 목소리가 커진다. 더구나 한미 관세협상에서 3천500억달러의 막대한 자금을 현금으로 선불 투자하라는 압력을 받는 상황이니 "그동안 한은이 금을 더 사서 외환보유액을 늘렸더라면 좋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과 함께 한은이 금 투자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9월말 현재 우리 외환보유액은 4천220억2만달러다. 운용수익 등으로 인해 한 달전보다 57억3천만달러 늘었다. 하지만 한은이 매월 말 기준으로 발표하는 외환보유액은 사실 알고보면 정확한 숫자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외환보유액을 구성하는 몇 가지 항목 중 금 보유액은 금 시세를 반영한 시가 평가액이 아니라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기하고 합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은이 발표하는 외화보유액 중 금 보유액은 47억9천만달러로 매월 변함이 없다. 중국, 독일 등은 금 보유액을 시가로 평가해 외환보유액에 반영하지만 일본, 대만, 사우디, 한국 등은 매입가로 반영한다.

금을 더 사라는 지적에 워낙 시달렸기 때문인지 한은은 지난해 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있다. 한은은 금 가격의 변동성이 크고 유사시 즉시 현금화하기 어려워 금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또 금은 이자나 배당을 받을 수도 없으며 보관 비용이 발생하는 특성이 장기보유 목적의 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이라는 점도 들었다. 한은은 따라서 외환보유액의 증가 추이, 국내 외환시장 상황, 국제 금 시장 동향 등을 점검해가며 금 투자의 시점과 규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은 지적대로 금은 가격 등락이 심한 자산이고 특히나 최근 금값은 비정상적이라 할 정도로 급격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은이 그동안 금을 꾸준히 매입해 보유량을 늘렸더라면 상당한 투자수익이 발생했을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투자자금이 외환보유액이라는 점을 한 번 더 생각한다면 자산 가격의 등락에 일희일비하며 지적과 비난을 일삼을 일은 아닐 것이다. 외환보유액은 국가 긴급 상황 때 즉각 사용할 수 있도록 보유하는 대외 지급준비자산이다. 외환시장의 안정은 물론 국가신인도와도 직결돼 있으니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운용해 국민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28년전 외환위기 때 뼈아픈 경험을 통해 체험한 바 있다. 외환보유액을 무조건 늘리기만 하는게 좋은 것인지 그 적정 규모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투자자산의 시세 급등락을 경계하고 조심해야할 이유는 충분하다. 한은이 외환보유액을 어떤 자산에 투자해 어떻게 운용하건 그런 외환보유액의 본질과 목적에 부합하는 운용전략을 유지하길 바란다.
hoonkim@yna.co.kr
![[그래픽] 국제 금값 추이 (서울=연합뉴스) 김토일 김영은 기자 = 미 연방정부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 여파로 안전자산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8일(현지시간) 국제 금값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온스당 4천달러대에 안착했다.
0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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