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이 선택한 길, '하락' 아닌 '전환'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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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은 없다더니, 임영웅 역시 서서히 전성기가 끝나가는 것일까? 정규앨범 2집을 발매하며 8월 말 전격 컴백한 임영웅이 공연, 음반, 시청률 등 활동 전방위에서 과거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숫자 뒤에 숨은 진실은 전혀 다르다. 임영웅은 하락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피케팅'에서 '전국투어'로—규모가 아닌 거리를 선택하다
'임영웅의 콘서트는 호남평야에서 여는 게 정답'이라는 농담이 돌 만큼, 임영웅의 공연은 늘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다. 워낙 티켓 확보 전쟁이 치열해 '피 튀기는 티케팅'이라는 의미의 '피케팅'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2024년 6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회당 5만 명씩 이틀간 1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그해 12월부터 2025년 1월까지는 고척스카이돔에서 6회 공연으로 약 10만 명을 불러 모았다. 1만 8000석 규모의 고척스카이돔 전석 매진은 그의 파워를 입증했다.
그런데 이번엔 KSPO돔이다. 회당 최대 1만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공연장이긴 하지만, 회당 5만 명에서 1만 8000명, 이제는 1만 5000명 규모로 줄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서서히 관객 동원에 자신감을 잃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진실은 정반대다. 임영웅은 규모 대신 거리를 선택했다. 대신 다양한 도시를 오가며 팬들을 만나는 전국투어를 결정한 것이다. 10월 인천 공연을 시작으로 11월 대구, 11월 서울, 12월 광주, 2026년 1월 대전에서 무대에 선다.

2022년 전국투어에서 누적 관객 17만 명, 2023년 전국투어에서 누적 관객 21만 명을 동원한 임영웅이다. 규모가 큰 공연장에선 4회(서울월드컵경기장 기준) 내지는 12회(고척스카이돔 기준)이면 가볍게 20만 관객을 불러 모을 수 있다. 그럼에도 그의 선택은 전국투어였다.
"팬들 가까이로 다가가 더 좋은 무대를 선보이고 싶었다." 이것이 임영웅의 결단이었다. 다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공연을 연다면 회당 5만 명씩 10회 공연도 너끈할 만큼 여전히 관객 동원력이 막강하다. 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할 만큼 티켓을 '공급'해도 '수요'에 미치지 못할 정도다. 정규 2집 발매에 맞춰 극장에서 단 하루 진행한 '청음회'만으로도 무려 4만 9000여 명을 동원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초동 110만에서 순위권 밖으로?—수치 경쟁을 포기한 용기
정규 1집 발매 당시 임영웅은 초동(발매 후 첫 1주일) 판매량만 110만 장이 넘는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했다. 8월 29일 오후 6시 임영웅의 두 번째 정규 앨범 'IM HERO 2'가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됐을 때, 업계는 또 한 번의 신화를 기대했다.
이번에는 어느 정도 수준의 초동 판매량을 기록할까. 또 한 번 100만 장을 넘어 1집에서 기록한 110만 장까지 넘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아예 음반 판매 집계 순위 어디에도 임영웅의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서서히 앨범 판매 파워가 줄어들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임영웅은 아예 피지컬 앨범을 발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더 이상 CD로 음악을 듣지 않는 음반시장을 감안한 임영웅의 용기 있는 결정이었다. 대신 임영웅의 정규앨범을 가지고 싶어 하는 팬들을 위해 화보가 담긴 패키지(앨범북)를 발매했다. 비록 음반 판매 집계 순위에 이름이 오르지 못하고 초동 판매량 경쟁에도 가세할 수 없게 됐지만, 이는 팬들을 위한 배려였다.
앨범 판매 파워는 전혀 흔들림이 없다. 초동 판매량 100만 장 돌파가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을 정도다. 아이돌 가수들처럼 여러 종류의 포토카드를 준비해 앨범에 랜덤으로 한 장씩 넣는 방식까지 동원하면 수백만 장의 앨범도 판매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임영웅 스스로 이런 경쟁을 포기하면서 팬들도 각종 차트와 기록표에 임영웅의 이름을 더 높은 곳에 올리기 위한 인위적인 응원을 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그의 음악은 순위표가 아닌,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조용히 흘러간다.
시청률 16.1%에서 6.2%로?—맥락을 읽어야 보이는 진실
2021년 12월 26일 방송된 KBS 송년특집 'We're HERO 임영웅'은 무려 16.1%(닐슨코리아 전국기준)라는 기록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유난히 연휴가 길었던 2025년 추석에는 임영웅이 아닌 가왕 조용필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광복80주년 KBS 대기획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가 15.7%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반면, 임영웅의 SBS '임영웅 리사이틀'은 6.2%에 머물렀다. KBS '불후의 명곡-그댈 위한 멜로디, 임영웅(스페셜)'도 5.8%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반면 조용필의 파생 프로그램들은 모두 7%를 넘겼다.
이제 더 이상 임영웅은 시청률 보증수표가 아닌 것일까? 역시 아니다.
TV 시청률 역시 'We're HERO 임영웅'처럼 별도의 TV 방영을 위한 공연을 갖고 이를 녹화해서 방영했다면 조용필 못지않은 시청률을 기록했을 것이다. 가왕 조용필이 이번 추석 연휴에 가장 빛났지만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의 시청률은 15.7%로 2021년 'We're HERO 임영웅'이 기록한 16.1%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번 추석 연휴에 방송된 임영웅 관련 특집방송은 TV 방영을 위해 별도로 촬영이 이뤄진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SBS '임영웅 리사이틀'은 2024년 연말과 올해 연초에 6일 동안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콘서트 공연 실황이다. 또한 KBS '불후의 명곡-그댈 위한 멜로디, 임영웅(스페셜)'은 8월 30일과 9월 6일 2회에 걸쳐 방송된 '불후의 명곡-임영웅과 친구들'의 감독판 버전이다.

'임영웅 리사이틀'은 TV 최초 공개, '불후의 명곡-그댈 위한 멜로디, 임영웅(스페셜)'은 본방송 미공개 영상 포함이라는 경쟁력을 갖췄지만, 추석 연휴 방송을 위해 별도로 녹화된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방송가에선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6.2%와 5.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점이 오히려 임영웅의 저력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새로 촬영한 콘텐츠도 아닌데 이 정도 시청률이면, 그건 팬덤이 아니라 문화 현상입니다" 한 방송 관계자의 말이다.
기존 잣대로는 측정할 수 없는 행보
이처럼 임영웅은 기존 가요계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존 가요계의 기준과 관련 수치로만 보면 정규앨범 2집 발매 후 활동이 그리 성공적이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 공연장 규모는 줄었고, 음반 차트에는 이름조차 오르지 않았으며, 시청률도 과거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이는 임영웅이 그런 화려한 길에서 스스로 멀어졌기 때문이다. 대신 팬들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팬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활동 계획을 세웠다. 관객 동원력, 앨범 판매 파워, 시청률 영향력 모두 여전히 건재하다. 다만 그것을 증명하는 방식을 바꿨을 뿐이다.
레전드가 되는 법—경쟁의 트랙에서 내려오는 용기
물론 임영웅이 다른 가수와의 경쟁 구도를 벗어난 레전드 급 스타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가요관계자들은 그가 아직 서른다섯의 젊은 나이이며 이제 막 정규앨범 2집을 발매한 가수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충분히 더 욕심을 내고 뭔가를 성취하려 해도 무방한 나이와 경력의 가수라는 의미다. 보통 이 나이의 가수는 더 큰 스케일, 더 높은 수치, 더 화려한 기록을 원한다. 그런데 임영웅은 본인이나 소속사보다 팬을 먼저 생각하는 방향으로 본인 활동의 이정표를 세웠다.
CD 판매 경쟁에서 벗어나고, TV 시청률 경쟁에도 연연하지 않으며, 대형 공연장 대신 전국 곳곳의 팬들을 찾아가는 길을 택했다. 오직 팬과의 교감이라는 한 가지 목적만을 좇고 있다.
향기로 남는 전성기
화무십일홍이라지만, 그 꽃이 진 자리에 남은 건 향기였다. 임영웅의 전성기는 끝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계속되고 있다.

조용필이 세대의 기억이라면, 임영웅은 지금 세대의 '현재진행형 전설'이다. 그는 숫자의 정상에서 내려와 사람들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더 오래 남을 이야기를 쓰고 있다.
그가 벌써 레전드 급 스타로 자리매김한 원동력이 바로 이런 남다른 결단 때문 아닐까. 전성기란 언젠가 끝나는 법이다. 하지만 어떤 전성기는 형태를 바꾸어 계속된다. 임영웅의 전성기는 지금, 바로 우리 곁에서 새로운 색으로 피어나는 중이다.
취재 신민섭 기자(일요신문)
사진 임영웅 공식 인스타그램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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