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 사정 이해… 트럼프 수용은 불확실”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2025. 10. 18.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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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김정관·김용범 등 총출동
美 재무·상무장관과 연이어 협상
김용범(오른쪽)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미국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으로 입국한 뒤 한미 간 무역 합의 후속 협상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한·미 무역 협상이 막판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한국 정부 각료급 4명이 미국 워싱턴에 총출동해 미 측과 집중 협상에 나섰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이 16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만나 담판을 벌였고, 앞서 15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회동했다. 최대 쟁점으로 꼽혀온 3500억달러(약 497조원) 규모 대미 투자의 집행 방식과 관련한 양국의 이견 조율이 본격화되면서, 이달 말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최종 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협상은 최근 미국이 한국 측 수정 대안에 ‘의미 있는’ 반응을 보였고, 새 제안을 한국에 전달하면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정관 장관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워싱턴 상무부 청사를 찾아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2시간 동안 협상을 벌였다. 김 장관과 러트닉 장관은 지난 4일 추석 연휴 중 뉴욕에서 만난 데 이어 2주도 채 되지 않아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김 실장은 회의를 마치고 나서 “2시간 동안 충분히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날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양국 간에 협상을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는 공감대는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공급망 압박을 받고 있고, 한국은 환율 변동성이 높아져 양측 모두 협상을 빨리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美 필요할 때마다, 장기 분할로… 한국, 새 투자 방식 제안

앞서 김 장관 등은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을 방문해 러셀 보트 국장과 약 50분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한·미 조선업 협력 구상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와 관련해 구체적인 협력 프로젝트를 논의했다. 김 장관은 면담 후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할지 건설적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김용범 실장은 이날 워싱턴 도착 직후 취재진과 만나 “지금까지와 비교할 때 양국이 가장 진지하고 건설적인 분위기에서 협상하고 있다”고도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미국 워싱턴 DC IMF 청사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대화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6일 워싱턴 DC 미 상무부 청사에서 미국 측과 협상을 마친 뒤 나오는 모습. /기획재정부·연합뉴스

전날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등 참석을 위해 미국에 도착한 구윤철 경제부총리도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만나 “한국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3500억달러 전액 선불 지급은 어렵다는 입장을 설명했고, 베선트 장관으로부터 “충분히 이해한다”는 긍정적 반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 부총리는 이날 특파원단과 만나 “미국의 실무 장관들은 (한국의 사정을) 이해하고 있지만, 이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지 여부는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외환시장 안정성과 재정 부담을 고려해 ‘캐피털콜(capital call)’ 방식, 장기 분할 집행 등을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피털콜은 출자금을 한꺼번에 납입하지 않고, 약정 한도 내에서 필요할 때마다 출자 요구에 응하는 방식이다. 또 현금 투자 외에 대출·보증 등을 병행하는 방안 등도 제시했지만 아직 양측이 최종 합의에 다다르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화 스와프 문제는 이번 협상의 최우선 의제는 아니라고 한다. 한·미 양국은 APEC 정상회의에 앞서 열릴 한·미 회담에 맞춰 정상 간 무역 합의 도출을 목표로 협상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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