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떠나는 원주민, 피켓 든 상인들…북촌 '관광버스' 속앓이

정희윤 기자 2025. 10. 1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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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촌 한옥마을에 방문하는 관광객이 한 해 1300만 명에 이르면서 관광버스 주차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이곳이 생활 공간인 원주민과 관광객을 더 받고 싶은 상인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 밀착카메라 정희윤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이 마을 버스 정류장은 오랜시간 주민들이 이용한 공간이었습니다.

지금 정류장을 채운 건 관광객 수십 명입니다.

마을 버스가 아니라 대형 관광버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곳은 북촌한옥마을 입굽니다.

이렇게 관광버스가 승객들을 승하차 시키기 위해 입구 바로 앞에 차를 세웠는데요.

원래는 불법입니다.

내년 1월부터는 구청이 이 버스들에 과태료 30만원을 부과할 예정입니다.

200명 남짓 마을 주민들은 반겼습니다.

매일 오가는 마을 입구서부터 버스 매연과 인파에 시달려 온 게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아이들 등하교는 항상 불안했습니다.

[10년 차 주민 : 북촌의 특성이 사실 고즈넉하고 옛것과 현재의 것이 어우러지고 사람들이 같이 살고 있는 것들이 큰 장점이잖아요.]

조용했던 마을이 본격적으로 변한 건 지난 5년 전이었습니다.

서울시가 개발 제한을 풀고 수익형 한옥을 허가했습니다.

관광객과 외국 자본이 몰려들었고 카페와 상점이 늘어났습니다.

[21년 차 주민 : 카페 같은 것을 밀고 들어오기 시작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왜 들어왔는지 물어봤어요. '여기서 수익을 누릴 수 있을 것 같고…']

소음과 불편을 견디다 못한 원주민은 나가고 그 빈자리를 돈 있는 사람들이 채우게 된 겁니다.

문제는 그러면서 원래 마을의 정취가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21년 차 주민 : '이게 되게 위험하구나, 단순한 게 아니라 그냥 한국에서 홍보하는 전통 마을이 통째로 없어지는 위기구나' 라는 걸 경험하고요.]

하지만 북촌 일대 상인들도 이미 이 마을 생태계의 일부가 됐습니다.

피켓을 들고 나온 이 상인들, 생계가 걸렸습니다.

[김충식/북촌한옥마을 주민 겸 상인 : 여유 있는 공간에 차를 승하차하게 한다면 납득이 되잖아요, 납득이. 과잉 대응이라는 거죠. 여기 상인들 다 죽으면 끝나는 게임이죠.]

지난해 관광객 통행 시간 제한을 했는데 관광 버스 주정차도 못하게 하는 건 너무하다는 겁니다.

갈등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

먹고 살아야 하는 건 건 관광 버스 기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유현익/25년 차 관광버스 기사 : 지금 밥도 못 먹고 일하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차를 주차를 못 하니까 손님들은 식당에 내려놓고 그 공간에서 계속 빙빙 돌아요.]

대안은 누구도 마련해 주지 않고 책임은 개인들에게 전가되고 있습니다.

[유현익/25년 차 관광버스 기사 : 불편한 게 아니라 우리는 생존이죠. 잠깐 세워 놓으면 바로 단속해버리니까…]

관할 종로구청은 올해 안으로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 승하차장 세 곳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다소 불편할 수는 있어도 어쩌면 주민에게도 관광객에게도 더 좋은 경험일 수 있습니다.

[라라/필리핀 관광객 : 저희는 준비돼있어요. 10분 이상도 걸을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습니다.]

[10년 차 주민 : 주민 입장에서는 약간 천천히 걸으면서 이 동네도 좀 보고 느끼고 이런 형태로 됐으면 좋겠다…]

지역 보존과 관광 활성화, 이 두 가치의 균형을 찾기 위한 진통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주민이 떠나고 상권만 남는다면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로서의 가치와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까요?

[영상취재 황현우 영상편집 홍여울 VJ 김수빈 작가 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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