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5주차에 갑자기 가슴에서 ‘뻥’…대동맥 박리로 응급 제왕절개, 심장수술까지

마르판 증후군, 임신 중 대동맥 박리 위험 높여…정기 심장 초음파와 협진 필수

유전 질환인 마르판 증후군은 임신 중 대동맥 박리 위험을 높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출산을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임산부가 가슴에서 '뻥'하는 소리를 느낀 직후 병원을 찾았다가 제왕수술과 심장 수술을 동시에 받는 극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텍사스에 사는 MK 캠벨(27)은 임신 35주차였던 어느 날 밤, 잠결에 가슴에서 '뻥'하며 뭔가 터지는 느낌을 받았다. 곧이어 "목에 스테이크 조각이 걸린 듯한" 통증이 느껴졌고, 통증이 가라앉지 않자 남편은 즉시 그를 응급실로 데려갔다.

검사를 진행한 의료진은 대동맥 박리를 진단했다. 대동맥 박리는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을 내보내는 대동맥 벽이 찢어지는 질환으로, 심근경색·부정맥·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응급 질환이다.

진단 후 2시간 만에 캠벨은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고, 곧이어 심장 절개 수술을 받았다. 12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캠벨은 중환자실과 일반 병실을 거쳐 일주일 만에 퇴원했고, 아기 또한 신생아 집중치료실 치료를 마치고 건강하게 퇴원했다.

퇴원 후 심장 전문의와의 진료에서 그는 심근병증과 심부전 진단을 받았다. 원인은 유전질환인 마르판 증후군(Marfan syndrome)이었다.

캠벨은 어린 시절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기준에 부합하는 전형적인 증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이중관절을 보여주면서 "뿐만 아니라 치아가 약하고, 시력이 좋지 않으며, 척추측만증과 좌골신경통, 승모판탈출증 등 특징적인 징후가 모두 있다"고 설명했다. 이중관절은 인대 등 결합 조직이 느슨해 관절이 과도하게 움직이는 것을 가리킨다. 임신 중 대동맥 근위부가 확장되면서 심장 전문의는 마르판 증후군 진단을 확정했다. 유전 질환인만큼 이번에 태어난 딸도 검사를 받을 계획이다.

마르판 증후군으로 인한 대동맥 박리, 임신으로 위험 증가

마르판 증후군은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는 질환으로 근골격계, 심혈관계, 눈 등 신체 내 여러 장기에 이상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fibrillin-1(FBN1)이라고 하는 단백질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서 정상적인 결체 조직이 형성되지 않아 발생한다. 환자의 약 75%가 부모로부터 유전되고, 나머지는 산발적인 변이로 발생한다.

이 질환의 가장 심각한 합병증 중 하나가 대동맥 박리다. 마르판 환자는 대동맥 벽이 얇고 탄성이 떨어져 있어, 대동맥 혈관벽에 균열이나 파열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임신 후반기처럼 심장 박출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내막이 찢어질 위험이 높아진다.

미국심장협회(AHA)와 미국심장학회(ACC)의 대동맥질환 진료지침은 마르판 증후군을 가진 여성에 대해 임신 전 대동맥 근위부 직경 평가와 임신 중 정기적인 심장 초음파 등 정기 영상 추적 검사, 심장내과와의 협진을 통한 관리를 권고한다. 또한 기존 문헌에 따르면, 마르판 증후군 환자의 임신 및 산욕기 대동맥 박리 위험은 일반 인구보다 높아 임신 전 평가와 임신 중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지해미 기자 (pcraemi@kor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