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 포화? 마이크로그리드로 해소…분산에너지 미래 온다"
"중앙집중형 전력공급 어려워… 지역 단위 전력생산·전력망 늘어나며 AI 중요"
"산업이 반응하는 전력 정책 돼야…민간의 건전한 경쟁 필요"

"앞으로는 지역 단위로 전력생산과 전력망이 갖춰지는 형태가 될 겁니다. "
1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에너지플러스(SEP) 2025' 셋째 날 진행한 '에너지를 위한 AI: 에너지전환 시대, AI의 역할' 세션에선 AI가 에너지 시스템 변화에 미칠 영향에 대해 연구기관, 대기업, 스타트업을 아우른 폭넓은 시각이 소개됐다. 특히 분산에너지 형태의 새로운 시스템이 확산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생성형 AI로 인해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지난해 415TWh(테라와트시)에서 2030년 945TWh까지 급증할 걸로 전망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연간 총전력 소비량이 600TWh가 안 되는 것과 비교할 때 막대한 양이다. AI를 위한 전력 공급이 긴급한 과제인 동시에 역방향의 영향도 주목된다. AI가 분산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시장 지형도 변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걸로 예상되면서다.
현재 선진국의 에너지 부문에서 AI는 예측, 운영 최적화, 설비 관리 등 크게 세 가지 분야에서 사용된다. 미국은 예측과 정비, 독일은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일본은 수요 예측에서 활용도가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기상 정보를 활용해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 발전량 예측에 AI를 이미 사용하고 있다. 운영 최적화의 경우, ESS(에너지저장장치)를 언제 충전·방전해야 비용을 가장 아낄 수 있는 지 계산하거나, 쾌적도를 유지하며 전기요금은 최소화하는 냉난방 설비 온도 설정 계획 수립에 AI를 쓸 수 있다.

김 센터장은 "기업들은 수도권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싶어하지만 우리나라 수도권 지역 전력망은 이미 포화상태로 허가가 안 난다"며 "주민수용성 때문에 앞으로는 대규모 송전망을 짓기도 어려운만큼 더 이상 중앙집중형 전력공급은 어렵다"고 했다. 그는 현 정부가 직류 기반의 에너지고속도로 건설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힌 전력망 정책이 분산형 전력망임을 언급하며 제도 역시 이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마이크로그리드'를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분산에너지를 지역에서 생산해서 지역에서 소비하는 전력 시스템"으로 간략히 설명하면서, 지역 단위 전력망이 늘면 AI 활용도 긴요해질 거라 짚었다. 발전·송배전 시스템이 분산형으로 바뀔 때 이를 운영하는 플랫폼이 필요한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게 해당 지역에서 얼마나 전력을 쓰는 지와 재생에너지 등이 얼마나 만들어질 수 있는 지 예측하는 것이고, 이 전력 수요·공급량 예측에 AI가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되리란 것.
분산에너지 확대에서 시장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산업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AI 활용 디지털전환(DX) 사업을 담당하는 임일형 LS일렉트릭 팀장은 "우리나라 계통이 포화라고 하지만 특정 몇시간이 포화인 거지 항상 포화인 건 아니"라며 "분산에너지 및 마이크로그리드로 유연성을 높이면 이 부분을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분산에너지가 정착될 때 "AI 데이터센터가 한국에도 세워지고, 한국의 데이터주권도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아울러 임 팀장은 "우리나라가 AI를 에너지 분야에서 쓰는 건 주로 예측으로, 지금은 발전량 예측에 치우쳐 있는데 수요 예측을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투자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AI 예측은 에너지 소비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했다.

선진국과의 격차를 감안할 때 분산에너지로 가기 위한 제도 변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임일형 팀장은 "세계적으로 유틸리티 산업에서 분산에너지 방향으로 산업구조 재편이 되고 있고, 유럽에선 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이미 '유틸리티 데스 스파이럴'(Utility death spiral, 한전 같은 전통적인 전력회사가 수익성을 잃고 점점 악순환에 빠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계통 문제를 해결하면서 사업자와 수요자의 편익을 높이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 팀장은 "현재 직접 PPA가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에서 논의되고 있고, 분산에너지 특화지역도 선정됐다"며 "산업이 반응을 안 하면 유명무실한 정책이 될 수 있는 만큼 민간이 발빠르게 시도할 수 있는 제도적 변환과 민간의 건전한 경쟁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철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AI를 활용한 에너지전환 정책 방향' 발표에서 "아직은 투자수익률(ROI)이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아 AI를 활용한 비즈니스모델 창출 한계가 명확하다"며 "에너지 인프라 분야에 혁신적 기술을 도입해 인프라로 수익을 창출하고, 계속 수정해 나갈 수 있는 걸 열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에너지 부문에 AI를 적용하기 위해 계속 오류를 수정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면서 "보완할 부분이 있는 전기사업법에 AI 관련한 내용을 넣는 게 가능할 것"이라 했다.
데이터 접근과 보안 문제도 핵심 과제로 지적됐다. 김종율 센터장은 "난제 중 하나는 양질의 많은 데이터를 어떻게 표준화 해 얻느냐"라며 "에너지는 안보와 직결 돼 데이터 접근이 제한적"이라 했다. 아울러 "사이버보안 문제도 분산형 전력망으로 갈 때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 했다.

산업용 컴퓨팅 기업 어드밴텍의 한국법인에서 임베디드 부문을 총괄하는 안동환 부사장은 '엣지 AI 기반 ESS 운영 최적화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제조업에서의 검사장비, 의료, 금융, 물류 등 여러 분야에서 AI를 적용할 수 있는 가교를 '엣지 AI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AI에 데이터를 학습시켜 ESS 화재를 예방하는 시스템 등의 엣지 AI의 실례를 소개했다.
에너지 소프트웨어 기업인 식스티헤르츠의 조민곤 사업개발팀장은 "10년 후에는 전력원의 60~70%가 재생에너지, 이 중 대부분이 태양광과 풍력일 것"이라며 "얼마나 정확히 예측하고 유지관리에서 얼마나 지원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라 했다. 그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예측불가성으로 인해 태양광 및 풍력발전소에 AI를 도입해 운영의 안정과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김지현 기자 mtj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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