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예술과 스포츠의 만남

최영미 시인·이미출판사 대표 2025. 10. 1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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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떠나려 해? /나도 모르겠어. /이유를 알고 떠난 적은 한 번도 없었지." 내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에 실린 '여행'을 지금 여기 옮기며,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왜 여행을 떠날까? 편한 내 집을 두고 왜 힘들게 이동해 낯선 곳에서 잠을 자나.

이글스의 젊은 선수들은 아이돌처럼 매력적이며 야구를 잘해, 이글스 팬이 아닌 사람들도 그들에게 매료되어 헤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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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최영미 시인·이미출판사 대표)

"왜 떠나려 해? /나도 모르겠어. /이유를 알고 떠난 적은 한 번도 없었지." 내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에 실린 '여행'을 지금 여기 옮기며,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언제든지 원할 때 떠날 수 있다는 게 내 삶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기나긴 추석 연휴가 끝났다. 휴가가 끝나자마자 다음 여행지를 물색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직장인(職場人)들뿐만 아니라 나처럼 급료를 받아 생활하지 않는 자유인들에게도 여행은 낭만이며 꿈이다. 왜 여행을 떠날까? 편한 내 집을 두고 왜 힘들게 이동해 낯선 곳에서 잠을 자나. 아까운 돈과 시간을 투자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시간과 공간에 나를 집어넣는 모험을 감수하는 것은 무언가 기대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바다가 보이는 경치든, 맛있는 음식이든 혹은 여행지에서 마주친 어떤 사람이든, 뭔가 기대하는 것이 있어 우리는 떠난다.

ⓒ갤러리 아트포아트

10월16일에 대전의 갤러리 아트포아트에서 한화 이글스의 포스트시즌을 기념하는 행사가 있다. 아트포아트의 주인 언니와 내가 기획한 '이글스 파티'에 참석하고 그 뒤에 내가 서울로 올라갈지 부산으로 내려갈지 나도 모른다. 정해 놓고 움직이지 않는 것을 사랑하는 나는 방랑자. 대전 여행을 계획하고 1박이 될지 2박이 될지 모르나 속옷과 세면도구를 싸며, 짐을 쌌다 풀었다를 반복하며 며칠 전부터 내 몸은 흥분한 상태. 혹시 있을 사고에 대비해 반창고와 마데카솔 연고, 타이레놀 근육이완제까지 비상약 주머니에 담았다.

집을 떠난다는 게 이렇게 큰일이구나. 이 귀찮은 짓을 내가 왜 할까. 내 속에 방랑자의 혼이 있어서? 정착해 한곳에 산다는 게 더 비정상(非正常)이 아닐까. 우리가 여행을 즐기는 것은 우리의 DNA 속에 이동에 대한 강력한 충동이 있어서다. 구석기 인류는 여기저기 떠돌며 수렵과 채취로 생명을 이어나갔다. 농경이 시작되며 한곳에 정주하고 문명이 발전했지만, 더 나은 곳을 찾아 더 먹이가 풍부한 곳을 찾아 이동을 계속하던 오랜 방랑의 욕망이 우리 몸에 새겨져 있을 게다.

응원의 열기를 예술로 표현하고 작가와 시민이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에 많은 이가 오면 좋겠다. 갤러리 주인 유 대표가 화랑 밖에 내놓은 노천 피아노에서 울려 퍼질 《나는 행복합니다》를 듣고 싶다. 아름다운 그녀는 피아노 솜씨도 수준급인데, 나는 언젠가 정우주 선수가 아트포아트에 들러 피아노를 연주할 그날을 꿈꾼다.

이글스의 젊은 선수들은 아이돌처럼 매력적이며 야구를 잘해, 이글스 팬이 아닌 사람들도 그들에게 매료되어 헤어나지 못한다. 김서현과 정우주와 문동주를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단 말인가. 김서현의 그 와일드한 투구 동작, 대담하면서도 귀여운 정우주, 착한 모범생 같은 문동주. 눈부신 그들의 젊음 앞에 무력해진 내가, 잃어버린 청춘을 돌아보며 한숨짓노라.

아트포아트는 대전역 근처 대동천변의 오래된 가옥을 개조한 작고 우아한 갤러리다. 대동천변 걷기를 나는 좋아한다. 몇 해 전 봄에 《난 그 여자 불편해》의 북토크에 초대되어 대전을 방문했다. 대전역에 내려 아트포아트로 가는 길이 아름답고 운치가 있었다.

1960년대의 모습이 남아있는 건물, 허물어진 담벼락에 붙은 벽보, 개울에 떠다니던 오리들, 대동천변에서 장기 두시는 어르신들, 오랜만에 보는 정겨운 풍경에 매료되어 카메라를 눌러댔지만 그 독특한 분위기를 사진에 다 담지 못해 안타까웠다. 벚꽃이 흩날리던 개천가에 지금은 단풍잎이 밟히겠지.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영미 시인·이미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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