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한 韓여성 작가들 AI시대 예술이 갈 길을 밝히다

이향휘 선임기자(scent200@mk.co.kr) 2025. 10. 17. 16:5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아영 '거울 미로 속 댄서'. 김아영

한국 여성 작가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단색화로 대표되는 남성 중심의 구도를 넘어 미디어아트와 설치 미술, 조각 등 다양한 매체로 세계적인 미술관과 비엔날레에서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

올해 가장 주목받는 미술계 스타는 단연 미디어 아티스트 김아영(46)이다. 그의 올해 일정은 최고의 전성기를 증명한다. 상반기 독일 베를린의 국립현대미술관 '함부르거 반호프'에서 개인전을 성공리에 마친 그는 이달부터 홍콩 M+ 미술관 파사드에 그의 대표작 '딜리버리 댄서' 연작 중 '거울 미로 속 댄서'를 선보이며 홍콩의 야경을 수놓고 있다. 이 작품은 배달 플랫폼 시대에 효율성과 최적화에 내몰린 현대인의 초상을 날카롭게 그려내 호평을 받고 있다.

김아영의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오는 11월에는 세계 현대미술의 메카인 뉴욕현대미술관(MoMA) PS1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연다. 올해 활동의 정점을 찍는 중요한 전시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터빈홀에서 전시를 연 이미래(37)도 김아영과 함께 글로벌 무대의 중심으로 진격하고 있다.

이불 '취약할 의향'. 리움미술관

물론 이들에 앞서 이미 30여 년 전부터 국제 무대에서 독자적인 궤적을 그려온 3인방이 있다. 각개전투로 해외 미술관을 뚫고 위상을 높인 이불(61)과 양혜규(53), 김수자(68)다. 지난해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조각 넉 점을 선보인 이불은 올해 초 세계 최대 갤러리로 꼽히는 하우저앤워스와 손잡으며 국내 미술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한국인으로는 첫 전속 계약이었기 때문이다.

개념적인 작업을 하는 양혜규는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통해 미국 중서부로 지평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시작된 '윤년' 개인전은 쿤스트할 로테르담을 거쳐 현재 취리히 미그로스현대미술관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양혜규는 다음달 개막하는 상하이 비엔날레에 참여하며, 오는 12월 개관 예정인 대만 타이중 미술관에 대규모 베네치안 블라인드 작품을 설치한다. 미사 제퍼리스 세인트루이스현대미술관 수석 큐레이터는 "양혜규는 명실상부 현시대 시각 문화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 중 하나"라며 "우리 주변의 미묘한 뉘앙스를 고유한 감성과 무게감, 그리고 상징을 내포한 조각을 통해 섬세하고 능숙하게 포착해낸다"고 평했다.

김수자 '보따리'. SK 포도뮤지엄

김수자는 지난 7월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공로훈장'을 받는 영예를 안았으며, 최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역사적 공간인 'Oude Kerk'에서 보따리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였던 구정아(58) 역시 프랑스 아를 지역에 새로 설립된 '루마 아를'에서 개인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도자기 파편들을 금으로 접합한 '번역된 도자기' 연작을 선보이는 이수경, 북한 자수 공예가와 금기된 소통을 시도하는 함경아, 소멸하는 비누라는 재료를 조각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신미경도 해외에서 주목받는 작가군이다. 현재 국제갤러리 개인전을 열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미술작가인 갈라 포라스-김도 최근 미국 맥아더 펠로에 선정되며 핫한 작가로 떠올랐다.

한국 여성 작가들의 약진 배경으로는 새로운 매체와 형식으로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이들은 인공지능(AI) 시대 인간의 정체성, 이주(디아스포라), 무속적 요소의 재해석 등 현대사회를 관통하는 담론을 깊이 있게 파고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도 한국의 무속적 뿌리를 다뤘듯, 여성 작가들도 무속적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경우가 상당수다. 김솔 리움미술관 학예연구원은 "서구 미술계는 백남준으로부터 이어져온 무속적 요소를 한국 여성 작가들의 작품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 흥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미술계 흐름도 여성 작가와 소수자 예술을 재조명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최근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여성 작가들에게 잇달아 최고상을 수여하면서 컬렉터들의 관심도 여성 작가로 쏠리고 있다. 아트바젤과 UBS 조사에 따르면 고액 자산가 컬렉션 내 여성 작가 비율은 2018년 33%에서 2023년 44%로 크게 증가했다.

국내 미술계 내부에서도 여성 리더십이 확대되고 있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의 명예관장 복귀, 국립현대미술관(관장 김성희)과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 등 주요 국공립 사립 미술관 관장직을 여성이 맡고 있는 점도 여성 작가들의 활동에 긍정적인 환경을 만들고 있다. 국내 주요 경매사와 대형 화랑 대표 역시 여성들이 두루 포진해 있다.

[이향휘 선임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