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불렀다” 캄보디아 가려던 대학생, 가까스로 출국 막아

인천공항서 프놈펜행 항공기 탑승하려다 항공사 직원 기지로 출국 포기
경찰, 보복 막기 위한 후속조치…현지서 사망한 대학생 부검 내주 실시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10월16일 인천공항경찰단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오후 6시30분께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탑승 게이트 앞에서 캄보디아행 항공기에 탑승하려고 한 20대 A씨의 출국을 제지했다. ⓒ 인천경찰청 제공[인천경찰청 제공.

고수익 보장 일자리를 소개 받았다며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탑승하려 했던 10대가 출국장에서 가까스로 발길을 돌리는 일이 발생했다. 캄보디아에서 고수익과 취업 알선을 미끼로 한 납치·감금·피살 사건이 잇따르면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7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5시께 인천국제공항에서 캄보디아 프놈펜행 항공기를 타려던 대학생 A(18)씨가 항공사 직원의 만류 끝에 출국을 포기하고 귀가했다.  

당시 A씨의 항공권을 확인한 대한항공 탑승수속팀 서비스 매니저 박진희씨를 비롯한 직원들이 발휘한 기지 덕분이었다. 박씨는 A씨의 항공권 정보에 '+86'으로 시작하는 중국 번호가 들어가 있고, 비상여권으로 왕복이 아닌 편도 항공권만 갖고 있는 점을 수상히 여겼다. 

A씨가 출국하려 했던 시점은 프놈펜 지역에 외교부의 특별여행주의보가 내련진 때였다. 특별여행주의 지역은 긴급 용무가 아니면 방문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것이 권고된다. 현재는 인천공항 여객기 탑승구 앞에 경찰관이 배치돼 있지만, A씨가 공항을 찾았을 때는 캄보디아 출국을 관리하기 위한 별도의 경찰 인력은 없었다. 

박씨는 A씨를 상대로 여행 목적과 최근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사건을 인지하고 있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이에 A씨는 자신이 부산에서 왔으며 돈이 필요해 휴학 중이며, 중국으로 이민을 간 친구가 캄보디아에서 고수익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해서 가는 것이라고 출국 경위를 설명했다고 한다.   

A씨는 현지에 장기간 체류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출국 수속 전) 어머니와 통화했고 '조심해서 다녀오라,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전화하라'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한항공 측은 A씨에게 프놈펜으로 출국하기 위해서는 왕복 항공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고, 그는 왕복 항공권을 끊어 다시 수속을 했지만 이후 스스로 공항 안내데스크로 가서 112 신고를 부탁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가 보복당하지 않도록 주민등록을 말소하고 은행 계좌를 정리하는 방법을 알렸다. 

경찰이 A씨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휴대전화로 '얼른 출국하라'는 협박성 전화가 걸려 왔다고 한다.

A씨의 사례를 파악한 박 의원실은 지난 15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여행사들을 상대로 캄보디아행 출국자들에게 위험 상황을 안내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박 의원은 "항공사 직원의 세밀한 관찰이 한 청년을 해외 취업 사기에서 구한 사례"라며 "은행 창구에서 보이스피싱 차단을 돕듯 공항·항공사·여행사도 출국 전 이상 징후를 포착하면 선제적으로 안내해달라"고 했다.

10월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범죄단지인 태자단지 내부에 옷가지 등 생활흔적이 남아있다. ⓒ연합뉴스

당국에 따르면, 인천공항에서는 캄보디아를 방문하는 목적을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거나 범죄 연루 정황이 포착된 청년들에 대한 출국 제지가 잇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캄보디아에서 현지 보이스피싱 조직에 의해 감금됐다 잔혹한 고문 끝에 피살된 한국인 대학생의 사망 원인과 경위를 규명하기 위한 양국 합동 부검이은 다음주 중으로 진행된다. 경찰은 부검에 입회할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 소속 수사관 2명을 현지에 급파할 계획이다. 파견된 경찰관들은 현지 부검 과정에 참여해 구체적인 피해자의 사망 원인과 범행 수법, 외상 여부 등을 면밀히 확인할 방침이다.

캄보디아와 맞닿은 베트남 국경지대에서 지난 8일 숨진 채 발견된 한국인 여성 B씨에 대한 사망 경위는 경찰의 입건 전 조사(내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과 외교 당국은 캄보디아에 머물러 온 B씨가 사기 범죄 조직의 지시를 받고 베트남을 찾았다가 복귀하는 과정에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