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소생]이름만큼 맛도 있을까…이마트24 '시선강탈버거'
이마트24×신세계푸드, 합작 버거 출시
3980원에 즐기는 '프리미엄 버거' 2종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편집자]
*본 리뷰는 기자가 제품을 직접 구매해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편의점 햄버거
학창시절 2교시가 끝나면 어김없이 매점을 향해 질주했다.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뛰어갔지만, 이미 매점은 학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당시 매점 인기 메뉴는 '햄버거'였다. 고기 패티에 달콤짭조름한 소스를 더한 햄버거는 배고픔을 채워주는 든든한 간식이었다. 닭 머리를 갈아서 만든다는 괴담이 돌기도 했지만, 인기는 식지 않았다. 졸업할 때까지 학교 매점 햄버거는 불변의 1등 메뉴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엔 편의점 햄버거가 지갑이 가벼운 대학생의 배를 채웠다. 강의와 강의 사이 짧은 시간에 먹을 수 있는 메뉴는 삼각김밥, 샌드위치 그리고 햄버거뿐이었다. 학창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햄버거를 종종 사 먹었다. 그러나 다양한 간식들이 쏟아지면서 어느새 편의점 햄버거를 찾는 횟수는 줄었다. 그렇게 매점과 편의점 햄버거는 기억 속에서 서서히 사라졌다.

그런데 최근 편의점 햄버거가 부활했다. 학생들은 물론 바쁜 직장인들까지 도시락 대신 조리빵이 새로운 식사 대용으로 떠오르면서다. 얇은 패티 한 장이 전부였던 과거의 싸구려 버거를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편의점 햄버거는 전문점 못지않은 맛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돌아왔다.
여기에 달라진 편의점 소비 트렌드도 한 몫 했다. 과거에는 간편식을 '배를 채우는 음식'으로 여겼다면, 이제는 '맛있게 먹는 한 끼'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즉석식품의 중심축도 '가성비'에서 '가심비'로 옮겨가고 있다. 그냥 편의점 버거가 아닌, '프리미엄 편의점 버거'가 등장한 이유다.
이마트24는 버거와 샌드위치가 식사 대용으로 자리 잡은 데 이어, 소확행을 중시하는 고객이 늘면서 프리미엄 상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노브랜드버거'를 운영 중인 계열사 신세계푸드와 손잡고 프리미엄 버거를 내놨다. '버거 전문가'와 만든 편의점 버거는 어떨까. 이번 [슬기로운 소비 생활]에서는 이마트24가 신세계푸드와 손잡고 선보인 프리미엄 버거 '더블비프치즈버거'와 '블랙페퍼더블버거' 2종을 직접 먹어보기로 했다.
시선강탈 패티가 두 장
이마트24는 신세계푸드와 '맛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새로운 프리미엄 버거를 기획했다. 제품 콘셉트부터 맛, 제조까지 신세계푸드의 전문 인력이 3개월간 전 과정에 참여해 '편의점 맞춤형 더블버거'를 완성했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나온 게 바로 '시선강탈 버거' 2종이다. 출시 직후 반응도 나쁘지 않다. 두 제품은 나란히 버거 카테고리 내 매출 1·2위를 기록하며, 전체 버거 매출을 전월 대비 24% 끌어올렸다.
두 버거 모두 원육 함량 69% 이상의 고급 패티를 사용했으며, 셰프 출신 개발자가 직접 만든 특제 바비큐·블랙페퍼 소스를 넣었다. 여기에 패티와 야채 등 속 재료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투명 용기를 사용해 '보이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기존 편의점 버거가 패키지 이미지와 실제 내용물 간의 차이로 소비자에게 종종 실망을 줬다는 점을 보완했다. '더블 비프' 패티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라는 것. 이 제품의 이름이 '시선강탈'인 이유다.

시선강탈 버거는 이름처럼 첫인상부터 강렬했다. 투명 용기를 통해 두툼한 패티 두 장과 흘러내리는 소스가 한눈에 들어와 시각적인 만족감을 줬다. 포장을 뜯기 전부터 '전문점 버거 같다'는 인상을 주며 프리미엄 제품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포장을 뜯자 노란 치즈가 패티 사이로 고개를 내밀었다. 보이는 모습 그대로 이름도 '더블 비프 치즈 버거'다. 이름 그대로 '소고기'와 '치즈'가 들어간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품 패키지에는 '버거 스테이크 47.4%(소고기 38%), 가공치즈 5.6%'라는 문구가 큼직하게 적혀 있다. 뚜껑을 제거하고 전자레인지에 40초를 데우면 조리는 끝이다. 간단하게 데운 햄버거를 베어 물자, 소고기의 진한 육즙과 불향이 느껴졌다. 패티의 씹는 식감이 퍼석거리지 않고 소고기의 풍미가 잘 느껴졌다. 여기에 고소한 치즈가 잘 어우러졌다.
'블랙페퍼 더블버거' 역시 이름 그대로 '후추 향'이 특징이다. 한 입 먹는 순간 육즙과 함께 알싸한 후추 향이 입안을 감쌌다. 고기 패티와 햄버거 소스에서도 후추가 맛을 잡아줘 마지막 한 입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빵에 바른 마요네즈 소스가 부드러움을 더했고, 양파와 피클의 아삭한 식감이 느끼함을 잡아줬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블랙페퍼 더블버거가 더 입맛에 맞았다.

가격은 두 제품 모두 3980원이다. 한 끼 식사 대용으로 충분한 양임에도 4000원이 안 된다. 최근 햄버거 전문점 세트 메뉴가 1만원이 훌쩍 넘는 걸 고려하면 가성비는 최고다.
아쉬운 점은 '소스'다. 패티의 두께는 만족스럽지만, 전반적으로 소스의 존재감이 약하다. 먹다 보면 다소 퍽퍽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블랙페퍼 더블버거는 소스만 맛봤을 때 느끼한 뒷맛이 남았으나, 강한 후추 향이 이를 상쇄했다. 고기 중심 버거인 만큼 패티에 집중한 점은 좋았다. 그러나 야채가 좀 더 풍부했다면 '신선한 버거'라는 느낌까지 들 수 있어서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선강탈 버거'는 분명 과거의 '학교 매점 햄버거'와는 다른 세대의 상품이다. 햄버거 전문점 수준의 맛과 합리적인 가격까지 갖췄다. 편의점 햄버거의 재도약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제품으로 평가할 만하다.

김다이 (neverdi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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