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톡] 한국 노벨상은 2040년대?

2025. 10. 1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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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나 과학계 이슈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일들을 과학의 눈으로 분석하는 칼럼 '사이언스 톡'이 3주에 한 번씩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긴 노벨 시차는 또한 노벨상 수상이 곧 그 나라 과학기술의 현재 상황을 뜻하진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본 안팎에서 짚은 현재 일본 과학기술 생태계의 위기가 노벨 과학상 0명인 한국과 일면 닮아 있다는 게 아이러니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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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부터 수상까지 점점 오래 걸려
상 받은 건 현재 아닌 과거의 일본
과학기술 위기는 누가 먼저 넘을까
편집자주
과학 연구나 과학계 이슈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일들을 과학의 눈으로 분석하는 칼럼 ‘사이언스 톡’이 3주에 한 번씩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7일 일본 오사카 인근 스이타시에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사카구치 시몬 오사카대 석좌교수가 꽃다발을 받고 있다. 오사카=AP/뉴시스

‘노벨 시차’라는 말이 있다. 노벨상을 받게 된 핵심 업적이 나온 시점부터 실제 수상까지 걸린 시간 간격을 뜻한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수상자들의 핵심 업적이 1984~85년에 나왔으니 노벨 시차가 40년이 넘는다. 화학상은 22~36년, 생리의학상은 24~30년이다. 2017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중력파 연구는 중력파가 처음 실험으로 검출된 2015년을 기준으로 하면 노벨 시차가 2년이라 이례적으로 짧지만, 중력파 존재가 이론적으로 예측된 시기부터 치면 100년이 훌쩍 넘는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10여 년이 다수였던 노벨 시차는 2000년대 들어 30년을 넘는 경우가 많아지더니 2020년대엔 반세기를 넘긴 수상들도 나왔다. 길어진 추세가 뚜렷하다. 노벨 시차가 길다는 건 그만큼 오래 살아야 상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라 수상 후보들 입장에선 그리 반길 일은 아닐 듯하다. 그래도 충분히 성숙하고 광범위하게 검증된 연구를 선정한다는 점에선 상의 권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긴 노벨 시차는 또한 노벨상 수상이 곧 그 나라 과학기술의 현재 상황을 뜻하진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본이 올해 노벨 과학상을 두 개나 탔다. 아시아에서 노벨 과학상 수상자 배출국 10위 안에 드는 유일한 나라가 일본이다. 그간 국제학계에선 일본이 주요 기관과 프로젝트를 통해 기초연구를 장기적으로 지원해왔고, 최상위 그룹이 분야의 흐름을 바꿀 만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냈으며, 대학 클러스터가 인재를 반복적으로 길러내는 핵심 역할을 했다는 점을 수상이 많은 구조적 배경으로 꼽아왔다. 장인 정신을 존중하고 오타쿠(덕후) 문화가 자리 잡은 특유의 사회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을 거란 시각도 있다.

일본 수상자들의 노벨 시차는 짧게는 14년, 길게는 36년 정도다. 핵심 업적 대부분이 2000년 이전의 연구임을 감안하면 노벨상은 '현재의 일본'이 아니라 '과거의 일본'이 받은 셈이다. 2022년 과학학술지 ‘사이언스’는 글로벌 학술정보기업 클래리베이트와 일본 국립과학기술정책연구소가 분석한 연구 생산성과 인용 횟수 상위 논문 점유율 등을 근거로 일본의 과학 영향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학계의 평가를 전했다.

지난해엔 일본 내에서도 중·장기적으로 일본이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이 줄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구비 제한으로 젊은 연구자의 고용 불안정이 심화했고, 대학 교수진이 고령화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연구 지원이 대학에 집중되는 데 대한 회의론, 박사과정 진학생 감소에 대한 우려도 겹치면서 올 2월 과학학술지 ‘네이처’는 일본이 다시 과학 강국이 되려면 연구비 배분 구조와 과학기술 거버넌스를 근본적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안팎에서 짚은 현재 일본 과학기술 생태계의 위기가 노벨 과학상 0명인 한국과 일면 닮아 있다는 게 아이러니컬하다.

테크기업이 세계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요즘도 노벨상의 의미는 흔들리지 않는다. 첨단산업과 응용기술의 궁극적인 기반이 여전히 기초과학이기 때문이다. 올해 노벨 과학상 업적이 없었다면 양자컴퓨터와 탄소 포집 기술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고, 암 치료는 과거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연구개발 투자와 학계 분석, 노벨 시차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생성형 AI는 2040년대쯤 되면 한국도 수상 가능성이 올라갈 거라고 예측했다. 재원이나 인재 문제에 따라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단서도 달았다. 노벨상은 일본이 앞섰지만, 연구 현장의 위기는 우리가 먼저, 더 지혜롭게 넘기길 바란다.

임소형 미래기술탐사부장 겸 과학전문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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