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합의금 빌미 10대 협박 ‘벌금 500만원’

울산지방법원 형사단독은 성폭행 피해 합의를 빌미로 피해자를 협박해 합의금을 갈취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로 재판에 넘겨진 10대 학생 2명에게 각각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피고인 A(당시 18세)는 2023년 6월 울산 남구의 한 상가 지하주차장에서 피해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뒤, 피해자로부터 합의금을 받아내기 위해 같은 학교 친구 B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A는 "합의금을 받으면 빌린 돈의 일부를 갚겠다"며 B를 설득했고, 두 사람은 피해자와 만나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같은 해 6월15일 울산 남구 한 대형마트 후문 앞에서 만난 자리에서 A는 피해자에게 "네가 나를 강간했다. 수습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합의금으로 2500만원을 생각하고 있다. 아버지가 경찰이라 사건을 없앨 수 있다"며 돈을 요구했다.
B 역시 "19세인데 징역 가고 싶냐" "강간은 최소 7년 이상" 등 협박성 발언을 이어가며 합의를 종용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겁을 먹고 피고인 A의 카카오페이 계정으로 130만원, B의 계좌로 150만원을 송금했다. 이후 A는 전화로 "합의서를 빨리 작성하라. 아버지가 경찰이라 사건을 없앨 수 있다"며 추가 압박을 가했다.
법원은 "피고인 A의 언행은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없는 수준이며, B 역시 부정확한 법률 지식을 전달하며 적극적으로 협박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가 A를 강간한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점, A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B는 계획적 범행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