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캄보디아 ‘뱅크런 사태’ 터졌다…“범죄조직에 돈 어떻게 맡기나”

안갑성 기자(ksahn@mk.co.kr) 2025. 10. 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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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주요 은행 중 하나인 프린스은행에서 17일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뱅크런)가 발생했다.

이는 모기업인 프린스홀딩그룹(이하 프린스그룹)이 미국과 영국 정부로부터 '초국가적 범죄 조직'으로 지정되고 총수가 전격 기소된 데 따른 직접적인 후폭풍으로 분석된다.

이번 뱅크런 사태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와 재무부, 영국 정부가 프린스그룹과 그 회장인 천즈(Chen Zhi)를 상대로 단행한 초강력 제재의 여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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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은행 모기업 범죄조직 지정 후폭풍
국제 제재에 신뢰도 급락하며 인출사태
캄보디아 프린스은행의 모습. 사진=AFP
캄보디아 주요 은행 중 하나인 프린스은행에서 17일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뱅크런)가 발생했다. 이는 모기업인 프린스홀딩그룹(이하 프린스그룹)이 미국과 영국 정부로부터 ‘초국가적 범죄 조직’으로 지정되고 총수가 전격 기소된 데 따른 직접적인 후폭풍으로 분석된다. 현지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캄보디아 금융 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현지 소식통과 외신에 따르면 이날 수도 프놈펜에 위치한 프린스은행 주요 지점에는 아침부터 예금을 인출하려는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긴 줄이 형성되는 등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 일부 지점에서는 유동성 부족을 이유로 예금 지급을 일시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뱅크런 사태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와 재무부, 영국 정부가 프린스그룹과 그 회장인 천즈(Chen Zhi)를 상대로 단행한 초강력 제재의 여파다. 미 법무부는 천즈 회장을 온라인 투자 사기(돼지 도살 스캠), 강제 노동, 돈세탁 등 혐의로 기소했으며, 이와 관련해 약 150억 달러(약 20조 5000억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 법무부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자산 몰수 조치다.

미 재무부는 프린스그룹을 ‘초국가적 범죄 조직’으로 공식 지정하고 그룹과 관련된 개인 및 법인 146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영국 정부 역시 천즈 회장 소유의 영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등 공동 제재에 나섰다.

캄보디아 프린스은행 창구에서 고객들이 예금을 찾기 위해 줄 서 있는 모습. [영상=독자 제공]
프린스그룹은 부동산, 금융, 레저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며 캄보디아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거대 복합기업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동남아시아에 불법 온라인 사기 센터를 운영하며 전 세계 수많은 피해자로부터 수십억 달러를 가로채고, 인신매매를 통해 감금한 노동자들을 사기 범죄에 동원하는 등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

모기업의 충격적인 실체가 드러나자 자회사인 프린스은행의 신뢰도는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예금주들은 자신의 예금이 범죄 수익과 얽혀 동결되거나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불안감에 앞다퉈 현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사태가 악화하자 프린스은행 측은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의 조치가 은행의 운영 능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고객 관계를 성실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예금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캄보디아 중앙은행 등 금융 당국은 긴급 유동성 지원 방안을 포함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지만, 이번 사태가 프린스은행을 넘어 캄보디아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프린스그룹은 한국 서울에도 사무실을 운영해온 정황이 포착돼 국내 파장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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