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보도자료' 그대로 기사화…'삼부토건 주가조작' 통로된 언론
김건희 특검 '삼부토건 주가조작' 공소장 입수…조작 동원된 기사 제목까지 적시
허위 보도자료 뿌리고 주가 부양해 369억 원대 부당이득 실현
특검 "해외사업 진행할 의사와 능력 없는 회사" 검증 없이 받아쓴 기사, 시세조종 수단 전락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김건희 특검(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이 들여다보고 있는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에, 이기훈 전 삼부토건 부회장이 관계자들과 공모하여 허위·과장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 '테마주' 등의 제목을 단 언론 기사를 통해 주가조작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기훈 전 삼부토건 부회장은 주가조작으로 총 369억 원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 핵심 그룹 중 한 명이다.
미디어오늘은 김건희 특검이 국회에 제출한 공소장을 입수, 삼부토건이 허위 보도자료를 이용해 언론사에 배포하고, 언론이 취재없이 허위 보도자료를 그대로 기사화해 주가조작에 이용된 정황을 확인했다.
김건희 특검 '삼부토건 주가조작' 공소장 입수…조작 동원된 기사 제목까지 적시
본지가 입수한 김건희 특검의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기훈 전 삼부토건 부회장은 “삼부토건의 우크라이나 관련 MOU 체결 및 허위·과장 보도자료 배포를 주도한 자”라고 기재돼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기훈 전 삼부토건 부회장은 한 협회가 2022년 6월23일 부산에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는 사실을 인지한 후 삼부토건 등이 해당 세미나에 참석하고 그 사실을 홍보해 삼부토건 등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테마주'로 시장에 인식시키는 방안을 제의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해당 협회와 MOU를 체결하지도 않은 채, 세미나 개최일에 맞추어 2022년 6월23일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MOU를 체결했다는 허위·과장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해당 협회 측으로부터 보도자료 내용이 허위라는 취지로 항의를 받자, 사후적으로 2023년 6월28일 삼부토건 등이 협회에 3000만 원 씩 후원금을 지급하고 MOU를 체결하는 방법으로 항의를 무마시켰다고 특검은 밝혔다.
공소장에는 2023년 5~6월 '삼부토건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를 내세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온 기사 제목은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공소장에 기재돼 있다. A가 삼부토건, B는 디와이디로, 삼부토건은 디와이디의 계열사다.
(2023.5.22)
<A, 우크라 현지 코노토프시와 재건사업 관련 MOU 체결> (2023.5.23)
<A, 우크라 최대 피해지역 마리우폴 및 폴란드 건설사와 재건 관련 MOU 체결> (2023.5.24)
<A, 우크라이나 이르핀시와 재건 관련 MOU 체결> (2023.6.2)
<A, 우크라이나 재건관련 추가 프로젝트 추진> (2023. 6.28)
미디어오늘이 네이버 뉴스창에 관련 뉴스를 검색해보니, 해당 기사들은 여전히 삭제되지도 않은 채 남아있다. 파이낸셜뉴스, 머니S, 아시아경제, 머니투데이, 프라임경제, 이투데이, 서울경제TV, 톱데일리, 글로벌이코노믹, 뉴스핌, 뉴시스, 대한경제, 더벨 등의 기사가 검색된다.


특검은 공소장에서 “이 보도자료들은 마치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처럼 허위·과장된 것”이라며 “사실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콘퍼런스는 삼부토건이 참가비를 내고 참가 신청을 하여 참석한 것일 뿐 특별히 초청된 것이 아니었고 삼부토건이 체결한 MOU는 일반적인 협력 내용을 다룰 뿐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과 관련된 내용이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삼부토건은 대내외 경쟁력 악화로 최근 진행 중인 해외 사업이 없고 해외 수주실적도 없는 등 해외 사업 부문이 유명무실한 상태였고, 재무 상황이 열악하여 해외사업을 진행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피고인(이기훈)은 관계자와 공모하여 허위·과장된 보도자료 배포로 2023년 5월2일 1083원이었던 삼부토건 주가가 2023년 7월17일 5010원까지 급등하는 과정에서, 모 증권에 담보로 제공된 주식 담보 설정 등을 해제하고 이를 264억653만1235원에 매도하여 176억6841만1503원 상당의 실현 이익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또한 특검은 “또 다른 관계자는 보유하고 있는 삼부토건 주식 중 760만 1000주를 282억 4406만 7355원에 몰래 매도하여 193억 245만 6461원 상당의 실현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피고인 등은 합계 369억 7086만 7964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하였다”고 밝혔다.
검증 없이 받아쓴 기사, 시세조종 수단 전락
해당 공소장을 살펴보면 허위·과장된 보도자료가 기사 형태로 유통돼 시세조종의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구조를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 언론 보도의 역할이 단순 전달을 넘어 시장 교란의 매개체로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공소장에 따르면 삼부토건은 우크라이나 재건과 관련해 실제로는 참가비를 내고 참석했을 뿐이고, 재건 관련 능력도 없으며, 체결한 MOU 역시 구체성이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언론은 이를 확인 없이 받아쓰면서 마치 해외 재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것처럼 기사를 내보냈고, 투자자들은 이를 사실로 받아들였다.
이는 단순한 취재 부실을 넘어 언론이 허위 정보의 확산 경로이자 주가조작 구조의 일부로 기능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겨 쓴 기사 한 줄이 시장을 교란하고, 수십~수백억 원대의 불법 이익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해당 공소장에는 기자들의 금품 수수 여부가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으나, 이러한 보도자료를 써주고 금품 수수를 받은 기자들도 일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KBS 다큐멘터리 '더 보다'에서는 주가조작범 이 아무개씨가 홍보자료를 기자들에게 주며 기사화를 하면 한 건당 1000만원을 줬다는 폭로가 나온 바 있다.

해당 다큐를 취재한 KBS 송수진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다큐멘터리 '더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주가조작범 이 씨는 'IR 회사가 집중적으로 로비를 하는 기자들이 있다'면서 기자 네 명의 실명을 거론했는데, 특검이 삼부토건의 인위적인 주가 부양이 있었다고 특정한 날 가짜 호재성 기사를 쓴 기자 명단에 모두 포함돼 있었다”며 “많고 많은 경제지 기자들 가운데서도, 이렇게 주가조작이 있었던 걸로 검찰이 특정한 종목에 대한 호재성 기사를 같은 기자가 쓸 확률이 어느 정도 될까. 우연의 일치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위험 소형주에 대한 홍보를 전문적으로 하는 홍보회사가 있고, 그 회사와 조직적으로 같이 움직이는 기자들이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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