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목표는 ‘조희대 없는 사법부’…시간싸움의 키 쥔 조 대법원장

이혜영 기자 2025. 10. 1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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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의 무차별 공세, ‘사법 개혁’ 쟁점 흐리고 논란만 키워
李 정부 첫 국정감사 끝나면 지방선거 모드로…“대법원장 자진 사퇴 가능성 희박”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대법원을 향한 국회의 유례없는 '2회 차' 국정감사가 혼돈 속에 마무리됐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한 초유의 청문회 공세에 이어 대법원 현장검증까지 나서며 사법부를 압박한 더불어민주당은 출구전략을 찾지 못한 채 '3회 차' 국감 카드의 가능성까지 들고나왔다. 국감 정국이 막을 내리면 정치권의 시선은 내년 지방선거로 향하게 된다. 여당의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공세가 점차 힘을 잃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0월1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 참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대법원 국감에서도 '급발진' 무리수 나와

민주당이 추석 전에 조희대 대법원장을 국정감사 일반 증인으로 채택하며 총공세를 펼친 동력은 여론이었다. 여당의 사법부 흔들기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조 대법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쪽과 '사퇴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거나, 사퇴 여론이 오히려 앞지르는 양상을 보였다. 연휴 직전인 10월1~2일 SBS가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0월4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률은 48%로 나타났다. '사퇴하지 말아야 한다'는 35%로, 오차범위(±3.1%포인트) 밖에서 조 대법원장의 사퇴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우세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에 대한 이례적 속도전의 중심에 조 대법원장이 있고, 이로 인한 '재판 의혹' '사법부 불신'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이 짊어진 국민적 불신에 대한 고민을 오히려 민주당이 덜어주는 양상이다.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해 범여권 의원들 주도로 조 대법원장의 국감 증인 채택이 의결됐고, 10월13일과 15일 두 차례 진행된 대법원 국감의 최대 화두는 '조희대 이석(離席)'이 됐다. 조 대법원장은 첫째 날 국회에서 진행된 국감에 나와 관례대로 인사말을 했고 이석했다가 종료를 앞두고 복귀해 마무리 발언을 했다.

조 대법원장은 10월13일 국감 종료 전에 선거법 사건 판결과 관련해 "불신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며 처음으로 의혹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다만 사법권 독립과 이를 규정한 헌법 조항과 법원조직법에 따라 재판 진행 및 그 과정에 대한 설명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조 대법원장의 이 같은 제한적 답변은 민주당이 주도한 두 차례의 '조희대 없는 조희대 청문회'를 통해서도 예견된 부분이었다. 조 대법원장이 이석 없이 국감장에 남아있더라도 판결에 대한 구체적 경위나 검토 절차는 법원조직법 제65조가 정한 '합의의 비공개' 규정에 따라 밝힐 수 없게 돼있다. 예상대로 조 대법원장은 관련 질의에 대해선 침묵했다.

국감을 앞두고 사법부는 초유의 대법원장 증인 채택과 여당의 파상공세로 살얼음판이었다. 다만 여권 일부 강성 의원과 유튜브를 중심으로 제기된 '조 대법원장의 밀약설' '한덕수 회동'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 내에서도 신빙성 있는 증거나 증언을 추가로 제시하지 못하게 된 이상 국감에서 '무차별 폭로 되풀이'는 경계해야 한다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국감이기 때문에 내용과 수위 조절을 주문하는 '내부 입단속' 움직임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조요토미 희대요시" "친일 사법부" 공세를 펼치며 합성 사진까지 들어올린 순간 대법원을 향한 합리적 질문과 지적까지 모두 희석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 의원은 이석하는 조 대법원장을 상대로 "도망가지 말라" "의혹을 해명하고 국민에게 답변하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최 의원이 '무소속'인 점을 강조하며 '망신주기 프레임'이 여당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 수석대변인은 "국민이 궁금해하는 본질적 답변을 끌어내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쫓아내려는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대법원장 축출' 시도를 부인한 민주당이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조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다. 기저에는 '일시 중지'된 이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임기 중 재시동 걸릴 수 있고,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대한 내란죄와 3대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재판 중 일부가 '무죄'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이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내란 특검의 구속 시도가 불발되면서 '영장 기각 판사 좌표찍기' '내란 전담재판부 구성'을 반복하는 것도 동일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10월20일 사법 개혁안 공개를 예고했지만 '탄핵'을 비롯해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압박 카드는 마땅치 않다. 청문회, 국감 증인 채택, 대법원 현장 국감까지 진행한 데다 조 대법원장이 두 번의 국감에 모두 나와 사법부 독립 침해 우려와 신뢰 확보 방안 도출에 대한 메시지를 낸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조 대법원장의 출석이 역설적으로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입지와 역할을 강화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희대의 출석'이 되레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불출석'을 부각시키면서 국민의힘의 역공세를 키우는 지렛대가 된 점도 민주당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국회 법사위 국민의힘 의원들이 10월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 앞두고 또 조희대 흔들기?…野 "자살골 될 것"

시간 싸움에서도 조 대법원장은 유리한 고지에 있다. 이재명 정부 첫 국감이 종료되면 국회의 시계는 내년 6월 있을 지방선거로 향하게 된다. 당정이 검찰청 해체 이후의 로드맵을 아직 제시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법부 흔들기까지 가속화할 경우 지방선거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조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 찬반이 팽팽했던 복수의 여론조사에서도 무당층의 경우에는 '반대' 의견이 월등히 앞서는 등 중도와 무당층은 선출권력의 사법부에 대한 압박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뉴시스가 여론조사업체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9월28일부터 9월29일 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조 대법원장 사퇴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반대한다'는 응답이 47.5%로 '찬성한다(43.9%)' 보다 3.6%포인트(p) 높게 나타났다. 특이할 점은 수도권을 비롯해 지방선거의 키를 쥔 중도·무당층에 대한 조사 결과다.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반대 63.7%, 찬성 25.1%)의 경우 반대가 63.7%로 찬성 25.1%를 크게 웃돌았다. 무당층과 중도층에서는 조 대법원장의 사퇴 압박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훨씬 우세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법부 공세 강도와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경우 이를 다시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 국민의힘도 사법부에 대한 민주당의 십자포화를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2026년 6월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 임기 초반을 평가하는 척도가 될 텐데 서울·수도권 민심이 이미 크게 흔들리고 있다"며 "지방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2028년 4월 치러질) 총선 모드로 돌입하게 되고 가뜩이나 민주당이 밀어붙인 3대 특검 수사 피로도가 높은 상태에서 조 대법원장 압박까지 계속한다면 그야말로 자살골"이라고 평가했다. 2023년 12월8일 임명된 조 대법원장은 정년 70세 연한을 적용받아 약 4년 만인 2027년 6월 임기가 종료된다. 중도 사퇴하지 않는다면 지방선거와 총선을 사이에 두고 대법원장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법조계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자진 사퇴'가 아닌 '완주' 결심을 굳혔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조 대법원장이 10월15일 대법원 현장 국감 도중 열린 법사위원들과의 오찬에 참석하고 "국민의 입장에서 바람직한 사법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중도 사퇴는 없다는 '최종 선고'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한 변호사는 "현시점에서의 사퇴는 이재명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부터 다른 의혹들까지 모두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는 데다 사법 역사에 크나큰 오점으로 남을 수도 있다"며 "조 대법원장이 임기를 남겨두고 물러날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과 대법원이 국감에서 '대선 개입 의혹'을 명확히 해소하지 못했다며 추가 국감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박지원 의원은 10월16일 K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사법부가 이 대통령 사건의 기록 검토 여부를 확인할 전산 기록 등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대법원에 가서 다시 한번 감사를 하자는 것으로 (법사위원들의) 의견을 집약했다"는 말로 1·2차에 이은 3차 국감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첫 번째 조사는 무선 전화 면접 조사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응답률은 12%,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다. 두 번째 조사는 ARS 자동응답(무선·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식 100%)으로 이뤄졌고 응답률은 2.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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