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을 '감사'하다 ④ "기사 짜깁기해도 받는다"... '직원 포상금'으로 쓰인 특활비
감사원이 기밀이 필요한 정보 및 수사 활동 등에 써야 할 특수활동비를 직원 대다수에게 '포상금'처럼 지급해 온 사실이 확인됐다. 다른 정부·공공기관의 예산 사용 실태를 감시해 온 감사원이 정작 특활비 집행 지침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국정수행활동 등(특수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뜻한다. 다른 예산과 달리, 현금이나 계좌 이체로 집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당사자가 아니면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알기 힘들다.
감사원 특활비 87%의 행방 추적
감사원의 한 해 특활비 규모는 15억여 원이다. 지난해에는 15억 1천 9백만 원이었다. 이중 감사원장, 사무총장, 감사위원(원장 제외 6명)이 가져가는 특활비는 약 1억 9천만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약 13%다. 나머지 87%는 어디에 쓰이고 있을까.
뉴스타파가 정보공개 행정소송을 통해 확보한 감사원 예산 자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 등을 종합하면, 감사원은 계좌이체 방식으로 직원 수백 명에게 특활비를 주고 있었다.
지난해 감사원의 '(특활비) 대량이체 등록 내역 조회' 자료에 따르면, 감사원은 매 분기 마지막 달 20일에 직원들의 개인 계좌로 특활비를 이체하고 있었다. 이체 건수는 3월 20일 769건, 6월 20일 805건, 9월 20일 782건, 12월 20일 788건이었다. 이체 금액은 건별로 천차만별이었다. 적게는 10만 원에서 많게는 89만 원까지였다. 이렇게 4번에 걸쳐 나간 특활비는 모두 약 13억 2천 4백만 원으로 전체의 약 87%였다.

감사원, 정보 등급 매겨 직원들에게 '포상금' 지급... "규정 위반 명백"
대량 이체된 특활비의 사용처를 묻는 뉴스타파 질의에 감사원 측은 "감사원 직원들은 내부 업무망에 정보보고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감사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정기적으로 수집해 보고해야 하는 거다. 그렇게 제출된 직원별 정보보고를 평가해 총 4개 등급으로 나누고, 등급에 따라 매 분기 말 특활비를 일시에 차등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특활비를 정보보고에 대한 보상, 즉 '포상금'으로 쓰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규정 위반이 명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기획재정부의 예산집행지침에 따르면, 특활비는 '특수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뜻하고, 특수활동 수행자에게 필요 시기에 지급하게 돼 있다. 즉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특수활동의 필요성이 인정될 때, 이에 대한 지출 비용으로 건별 특활비를 주는 것이 원칙이다. 감사원처럼 포상 또는 인센티브 형태로 특활비를 주고, 또 자의적으로 일시 지급하는 것은 지침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
이번 감사원 예산 정보공개 소송을 대리한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의 하승수 변호사는 "정보 수집에 대한 보상으로 매 분기 특활비를 지급해 왔다면, 사실 이건 보수라고 봐야 한다. 특활비의 용도에 맞지 않다. 검찰에서도 이렇게 지급한 사례는 못 봤다"고 지적했다.
특수활동비는 별도 증빙을 요구하지 않는 돈이기 때문에 정말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특수활동이 필요할 때 건건이 심사를 해서 줘야 한다. 관련 지침에도 그렇게 돼 있다. 건건이 하는 게 힘들다고, 그냥 직원들한테 포상금처럼 뭉텅이로 나눠줘도 된다고는 어떤 지침에도 나와 있지 않다. 지금 감사원의 행태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어떻게 그렇게 법이나 지침을 해석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 하승수 변호사 / '감사원 예산 정보공개 소송' 뉴스타파 대리
수년간 검찰의 특활비 집행 실태를 분석해 온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김예찬 활동가도 비슷한 지적을 내놨다.
감사원 주장대로 정보보고에 대한 성과 포상을 하려면, 기타운영비로 우수직원에 대한 격려금의 형태로 지급하거나 해야 한다. 명백히 특활비 예산의 목적 외 사용으로 보인다. 과거 검찰에서도 특수활동비를 성과 포상금으로 전용해 문제제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이 정도로 대다수 직원이 정기적으로 나눠서 받지는 않았다.
- 김예찬 /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

직원 85%가 '특수활동 수행자'라는 감사원
뉴스타파는 감사원 직원 중 모두 몇 명이 포상금 성격의 특활비를 받았는지 확인해 봤다. 앞서 감사원이 특활비 대량이체 내역에서 공개한 정보는 돈을 이체받은 직원의 성씨와 계좌번호 일부, 은행 이름, 금액이 전부다. 취재진은 이중 직원 성씨와, 계좌번호, 은행 이름이 같은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계산했다.
그 결과, 3월 20일 769건의 이체 내역 가운데 19건에서 직원 성씨, 은행명, 계좌번호 일부가 일치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이들을 모두 동일인이라고 가정해 계산하면, 3월 20일 최소 750명이 특활비를 받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른 날짜에도 같은 산식을 적용하면 6월 20일 최소 788명, 9월 20일 766명, 12월 20일 771명이 특활비를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김용민 의원실에서 제공한 감사원의 부서별 인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감사원의 직원 수는 총 1,013명이었다. 이중 감사직 공무원(감사관)은 900명 안팎이다. 그러므로 위 계좌이체 내역에 따르면, 전체 감사관의 약 85%(4분기 평균치)가 매 분기 포상금 형식의 특활비를 받는 셈이다.
심지어 특활비 지급 대상에는 감사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는 지원 부서 인력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의 부서별 인원 현황 자료를 보면, 지원 부서 인력은 약 300명으로 파악된다. 소속 부서는 운영지원과, 인사혁신과, 감사교육원, 감사연구원, 심의실 등이다. 감사원 측은 "감사관이면 지원 부서에 있어도 정보보고 의무가 부여된다. 이들도 정보보고를 올리면 평가를 거쳐 특활비를 차등 지급받는다"고 해명했다.
감사원의 특활비 집행 방식이 자의적이란 비판이 나온다. 하승수 변호사는 "지원 부서까지 특활비를 받는 건 '감사원이 하는 일은 다 특수활동이다'는 특권 의식 때문 아니겠느냐"고 반박했다.
감사 업무를 한다고 다 특수활동비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정보보고를 올린다고 하지만, 그 정보가 특수활동이라고 부를 만큼 정말 기밀성이 있는지 누가 판단하나. 또, 그렇게 많은 직원 약 700~800명이 다 기밀 유지가 필요한 기관·부처의 내부 제보를 받았을 리도 없는 것 아니냐.
- 하승수 변호사 / '감사원 예산 정보공개 소송' 뉴스타파 대리

"신문 기사 짜깁기 보고해도 특활비 받았다"
감사원은 직원들이 정보 수집 활동에 쓴 실제 비용이 얼마인지 전혀 따지지 않고, 특활비를 주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실질적인 비용 지출이 없어도 정보보고만 제출하면 특활비를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감사원 측은 뉴스타파에 "(정보보고를 올릴 때) 비용은 작성하지 않는다. 다만 정보 제공자, 정보 수집 원천 등을 작성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높은 등급의 정보를 수집하려면 상대적으로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돼 특활비를 차등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특활비 지급의 유일한 근거인 '정보보고 평가'는 과연 충실하게 이뤄지고 있을까. 취재진은 전직 감사원 직원들을 접촉해 '어떤 정보보고에 특활비가 지급되는지' 물었다.
한 전 직원은 "고급 정보에 특활비가 나갈 수 있지만, 아닐 때도 있다"며 "정보의 질보다는 건수가 중요할 때도 많다. 그냥 아는 부처 사람한테서 들은 소문이나 풍문을 써서 내도 특활비를 받기도 한다. 사실 이걸 다 특수활동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낸 정보보고를 취합하고 평가하는 곳이 디지털감사국이라는 부서의 한 과다. 그 한 과에서 매 분기 들어오는 수천 개 정보보고의 출처, 가치, 진실성 등을 어떻게 다 검증하겠나. 정보 출처를 적어서 내야 하긴 하지만, '내가 어떤 부처 사람을 만나서 이 정보를 얻었다'고 썼는데, 그럼 정말 그 사람한테 전화해서 '이 정보 준 게 맞느냐'고 하겠나. 형식적인 평가일 뿐이다.
- A 씨 / 전 감사원 직원
다른 전 직원은 "신문 기사를 짜깁기해서 보고해도 특활비를 받는 사례를 봤다"며 "정보보고에 대해 그렇게 엄밀히 평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감사원 관계자도 "(일부) 직원들이 인터넷에 있는 정보를 그대로 제출한다. 특활비의 집행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다"고 밝혔다.
기재부 예산집행지침은 "기밀유지 필요성이 낮아 다른 예산으로 집행 가능한 경비는 특활비로 집행하지 아니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감사원에 '정보보고를 4개 등급으로 평가하는 기준·지침이 무엇인지', '해당 평가에 따라 특활비를 차등 지급하는 기준·지침은 무엇인지' 김용민 의원실을 통해 자료 공개를 요청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정보의 충실성(구체성), 신뢰성 및 감사에의 활용 가능성 여부 등을 고려해 네 등급으로 평가하고, 특활비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급 액수를 결정한다"고만 답했다.
감사원, 특활비 집행 구조 '건별 심사'로 바꿔야
뉴스타파는 감사원 대변인실에 연락해 '특활비를 정보보고에 대한 포상금 형태로 쓰는 것이 적절한지' 물었다.
감사원 측은 "특활비 예산 특성상 기밀성이 요구되는 정보 수집 활동을 정말 수행했는지 파악할 근거자료를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영역이다. 하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보보고 제출 실적을 관리해 미제출자에게는 특활비를 주지 않는 등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보의 등급에 따라 특활비를 차등 지급해야 예산 집행의 효율성이 낮아질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특활비 지급 대상자를 줄이면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라고 일축했다.
하승수 변호사는 "직원 700~800명이 모두 특활비를 받을 만한 정보 수집 활동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지침대로 특활비 지급 대상을 특수활동을 실제로 수행하는 자로 좁히고, 필요한 시기에 건별로 지급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감사원의 특활비 규모도 대폭 축소될 것이다"고 밝혔다.
김예찬 활동가도 "감사원은 90%에 달하는 감사관이 전부 특수활동 실제 수행자라는 비현실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데, 민망하지 않은지 묻고 싶다"며 "특활비는 불가피하게 기밀성이 요구되는 사안에 대해 실제로 쓴 실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특활비는 고도의 기밀이 요구되는 업무에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할 예산인데, 이를 마치 포상금처럼 대다수 직원에게 일괄 지급하는 것은 명백한 남용이다. 예산 집행을 감사하고 지적하는 기관으로서 역할과 책임에 걸맞게 감사원은 특활비 집행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고 예산 운용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타파 홍주환 theh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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