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지귀연 옹호 발언, 우린 들었다"… 권익위원장 거짓말 '들통'

박소영 2025. 10. 1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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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의 거짓 답변이 16일 국정감사 현장에서 부하 직원들에 의해 들통나는 촌극이 빚어졌다.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에 대해 우호적 발언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기억나지 않는다"며 부인했으나 곧바로 다수의 권익위 간부가 '그런 얘기를 들은 적 있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유 위원장의 '전한길·지귀연 옹호 발언'을 들은 적이 있다는 의사를 표시한 권익위 간부는 최소 5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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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서 유철환 위원장 허위 답변 탄로 '촌극'
'권익위 간부회의서 전한길 등 언급했나' 질의에
柳 "기억 없다"… 간부 5명, '들어봤다' 손 들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민권익위원회 국정감사에 유철환(맨 아래) 권익위원장과 함께 배석한 권익위 간부들이 손을 들고 있다. '지난 2월 간부회의에서 전한길씨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느냐'는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유 위원장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는데, 이후 다시 이 의원이 '해당 발언을 들은 회의 참석자는 손을 들어 달라'고 요청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세종=연합뉴스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의 거짓 답변이 16일 국정감사 현장에서 부하 직원들에 의해 들통나는 촌극이 빚어졌다.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에 대해 우호적 발언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기억나지 않는다”며 부인했으나 곧바로 다수의 권익위 간부가 ‘그런 얘기를 들은 적 있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柳, "언론의 허위 보도" 주장했지만…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권익위 국정검사 도중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 위원장에게 “지난 2월 간부회의에서 전한길씨 언급한 적 있느냐”라고 물었다. 유 위원장은 “제가 기억이 안 나서”라며 말을 흐렸다. 이어 이 의원은 “한 달 뒤 3월 간부회의에서 지귀연 판사의 윤석열 석방(을 옹호하고), (올해 1월 윤석열 1차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의 판사들을 비판하는 발언을 한 적은 있나”라는 질문을 다시 던졌다. 유 위원장은 이번엔 “아니, 그런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부인했다.

이 의원의 공세는 계속됐다. “언론이 허위 보도를 한 것인가” “(해당 보도를 한 언론사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느냐” 등을 재차 묻자, 유 위원장은 “제 기억은 그렇다” “아직은 못 했다” 등 답변을 내놨다. “제소할 것이냐”는 질의에 그는 “예”라고 대답했다. 사실상 자신은 문제의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의미였다.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민권익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이강일(맨 앞 뒷모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의 서울서부지법 판사 비판 발언을 들은 적이 있는 권익위 간부들은 손을 들어 보라'고 요구하자 일부 간부들이 손을 들고 있다. 세종=뉴시스

"柳, '尹 석방은 법치주의 확립 계기' 주장"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이 의원은 유 위원장 뒤쪽에 배석해 있던 권익위 간부들을 향해 “2, 3월 간부회의 참석자들은 다 일어나 보라”고 한 뒤, “간부회의에서 그런 발언 한 번이라도 들은 사람은 손 들어보라”고 요청했다. 처음엔 한 명도 없었으나, “아무도 안 들었다는 이야기인가”라는 이 의원의 추가 질의에 결국 3명이 손을 들고 나섰다. 이 의원이 “이거 위증 들어갈 것”이라고 압박하자, 동조하는 간부들은 더 나왔다. 유 위원장의 ‘전한길·지귀연 옹호 발언’을 들은 적이 있다는 의사를 표시한 권익위 간부는 최소 5명이었다.

이 의원은 유 위원장을 질타했다. 그는 “권익위는 부패를 막고 공직사회 기강을 확립하며 청렴을 지키라고 있는 것이지, (정치적 활동을 하는) 정당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권익위 본연의 책무를 망각하고 국민 신뢰를 무너뜨렸기 때문에 (권익위의) 청렴도가 꼴찌로 나왔다”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인 유 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로, 윤석열 정부 시절인 지난해 1월 자리에 올랐다.

이번 의혹은 지난 14일 MBC 보도로 불거졌다. “올해 2월 전씨의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 연설’ 이틀 후쯤, 유 위원장이 권익위 간부회의에서 역사학자 E. H. 카의 ‘역사는 반복된다’를 인용하며 전씨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는 회의 배석자의 제보 내용을 다룬 뉴스였다. 유 위원장은 또, 3월 10일쯤 열린 간부회의에서도 지 부장판사의 윤 전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3월 7일)에 대해 “서부지법 판사들의 법치주의에 충실하지 않은 결정이 바로잡히는 계기”라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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