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짠내, 굴의 향기, 할머니의 손 [.txt]

한겨레 2025. 10. 1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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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눈이 시원해진다.

바위에 둘러앉아 굴을 캐는 사람들의 소박한 얼굴과 대비되는 원색의 옷차림이 겨울 바다의 추위를 오히려 강렬한 뜨거움으로 바꿔놓는다.

바다 짠내와는 다른 싱그럽고 향긋한 굴 냄새.

거친 파도와 맞선 손, 넓은 바다밭을 일군 손, 굴을 까고 조개를 캐고 고기를 잡아 자식을 먹이고 입히고 살리며 늙어간 손, 그럼에도 여전히 억센 강인함이 담겨 있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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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45) 할머니, 어디 가요? 굴 캐러 간다!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눈이 시원해진다. 바위에 둘러앉아 굴을 캐는 사람들의 소박한 얼굴과 대비되는 원색의 옷차림이 겨울 바다의 추위를 오히려 강렬한 뜨거움으로 바꿔놓는다. 이윽고 귀가 열린다. 콕콕. 바위에 붙은 굴을 쪼는 소리, 파도 소리, 갈매기 울음소리에 오가는 말소리, 그 위로 파도처럼 경쾌한 웃음소리까지 생생하게 살려놓았다. 다시 보고 있으면 이젠 코가 흠흠거린다. 바다 짠내와는 다른 싱그럽고 향긋한 굴 냄새. 굴을 까는 쇠꼬챙이에도 살아 있는 굴의 향기가 묻어 있다.

저기, 분홍 조끼에 푸른 장화를 신은 옥이 할머니의 손을 자세히 보라. 거친 파도와 맞선 손, 넓은 바다밭을 일군 손, 굴을 까고 조개를 캐고 고기를 잡아 자식을 먹이고 입히고 살리며 늙어간 손, 그럼에도 여전히 억센 강인함이 담겨 있는 손. 그 손으로 손녀 옥이의 코를 닦아주고 목도리를 여며주고 머리를 쓰다듬을 땐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손이 되는 할머니의 다정함이 뒹구는 저 바다로 달려가고 싶다. 가서 싱싱하고 정겨운 겨울 맛을 느끼고 싶다.

박혜선 동시·동화 작가

할머니, 어디 가요? 굴 캐러 간다! l 조혜란 지음, 보리(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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