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인 ‘실세의 실체’…의혹 증폭 ‘김현지 국감 출석’ 與의 딜레마
국감 최대 쟁점으로 급부상…나오면 ‘리스크’, 안 나오면 ‘실세 논란’ 증폭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실세의 실체'를 밝히려는 야당, '실세는 없다'며 이를 방어하려는 여당 간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증인 채택의 키를 쥔 여당은 '정쟁 청문회'가 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는 모습이다. 그러는 사이 당초 '의심' 수준에 그쳤던 김 실장을 둘러싼 실세설이 '이화영 변호인 교체 개입설' '인사 개입설' 등과 맞물리며 '다수의 의혹'으로 비화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 실장이 국감에 출석하든 불출석하든, 정부·여당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딜레마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李의 아킬레스건" 김현지 때리는 野의 속내
성남시장에서 경기지사, 그리고 대통령이 되기까지 김현지 실장은 오랜 기간 이재명 대통령의 곁을 지킨 '그림자 참모'다. 그런 그가 이번 정부 출범과 동시에 대통령실의 인사·예산을 총괄하는 핵심 요직인 총무비서관 자리에 앉자 정치권에선 '만사현통(모든 것은 김현지를 통한다)'이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야권이 김 실장을 겨냥해 전방위 검증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인 김 실장의 '흠'은 곧 이재명 정부의 '치명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감을 코앞에 두고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실장이 관례상 국감 불출석이 용인됐던 제1부속실장으로 직을 옮겼지만, 되레 그를 향한 야권의 공세는 더 거칠어졌다. 대통령실이 조직적으로 '실세 방탄'에 나섰다는 게 야권의 판단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 첫 국감을 '김현지의 검증대'로 만들 태세다.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둔 국회 운영위원회뿐 아니라 법제사법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등 다수의 상임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김 실장의 프로필부터 전과 유무,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실제 10월13일 국감이 시작된 가운데 상임위 곳곳에서 김 실장의 이름이 언급되고 있다. 우선 10월15일 대법원에서 열린 법사위 국감에서는 국민의힘이 김 실장에 대한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전날 열린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담당 변호사가 설주완 변호사에서 김강민 변호사로 교체되는 과정에 김 실장이 연관돼 있다는 진술이 나오자, 이를 확인해야 한다며 증인 채택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법사위는 민주당 주도로 김 실장 증인 채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0월15일 행안위 국감에서는 김 실장의 재산이 도마에 올랐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김 실장의 보좌관 시절 등록한 재산 규모와 현재 공개된 재산 규모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주장이 제기된 만큼 자료 확인을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김 실장의 재산 공개를 촉구했다. 그러나 국감에 출석한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은 "공직자윤리법상 비공개자의 재산등록 내역을 공개하는 것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김 실장을 둘러싼 '인사 개입' 의혹도 불거졌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서는 김 실장이 김인호 산림청장 인사, 이영호 전 대통령실 해양수산비서관 인사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야당 의원들이 제기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10월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통령 성남시장 재임 시절 성남의제21이라는 시민단체가 있었는데, 김 실장이 당시 사무국장이었고 김인호 산림청장은 자문역 등으로 활동하면서 7년가량 같은 시기에 활동했다"며 "1급 공직자인 김 실장이 대통령과의 깊은 인연을 바탕으로 국정 모든 분야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감과 별개로 김 실장을 겨냥한 '친북인사설'까지 터져 나왔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10월14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미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선거법 재판 판결문 등을 제시하며 김 실장이 "김일성 추종 세력인 경기동부연합과 연결돼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의혹들에 김 실장이 직접 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핵심 1급 공직자가 이렇게 많은 의혹에 휩싸여 있다면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며 "사실이 아니라면 당사자가 직접 해명하면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국감 안 나오면 합리적 의심 커질 수밖에"
김 실장을 둘러싼 야권의 공세에 민주당 내부 분위기는 '당황'보다는 오히려 '황당'에 가까운 모습이다. 명확한 물증, 증언 없이 야당이 단지 정황에만 의존해 과도한 '정치 공세'를 펴고 있다는 판단이다.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YTN 라디오에서 김 실장의 종북단체 연계 의혹에 대해 "이 대통령을 직접 표적으로 하기 뭐하니까 김 부속실장을 표적 삼아 하고 있는데 전형적인 아주 나쁜 수법이다. 정확한 근거도 없는 정치 공세"라고 비판했다.
김 실장의 이화영 전 부지사 변호사 교체 논란과 관련해선 '사실이어도 문제 될 게 없다'는 의견이 여당 지도부 일각에서 나온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 관련 논란에 대해 "설령 백번 양보해서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변호인 선임 과정에 제3자가 의견을 개진했다는 게 도대체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알 수가 없다"며 "김 실장을 국감장에 출석시켜 무조건 이 대통령과 대통령실에 대해 아무런 근거도 없이 흠집 잡으려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실장의 국감 출석 필요성을 두고는 여권 내 기류가 미묘하게 갈리는 분위기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김 실장이 국감에 100% 출석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감을 사흘 앞둔 10월1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감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건 용납하지 않겠다"며 김 실장 국감 출석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민주당의 한 원내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면책특권 뒤에 숨어 '괴담' 수준의 김 실장 관련 의혹을 확산시키고 있다"며 "김 실장이 국감에 출석할 시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실장의 국감 출석에 대한 여권의 셈법이 단순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감에 출석할 시 야당의 집중포화에 김 실장의 '실언'이 나올 경우 '김현지 리스크'가 더 비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렇다고 이를 우려해 국감에 불출석하면 국감 이후 '실세 논란'이 더 증폭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10월13일 시사저널TV에 출연해 "김 실장이 막상 국감에 나오면 별 볼일 없을 것이다. 베일에 싸여 있으니 (김 실장 관련 의혹이) 부풀려지는 것"이라며 "너무 (김 실장 비판에만) 매달리면 야당의 패착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반대로 그렇기에 (의혹이 부풀려질 수 있기에) 김 실장이 국감에 안 나오면 민주당의 패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김 실장이 국감에 안 나오면 '이 사람이 진짜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합리적 의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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