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가상화폐…달러는 영원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 전쟁으로 금융시장이 연일 요동치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미국 달러는 강세와 약세를 오가는 불안감으로 투자자들에게 매력도가 떨어졌고, 시장의 자금은 금으로 몰려들었다. 가격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고안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하루에 7배가 널뛰는 등 ‘언스테이블(unstable)’한 모습을 보인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면서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분석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기 위해 분주하다.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케네스 로고프는 신간 ‘달러 이후의 질서’에서 지난 70년 동안 달러가 지배적 통화로 올라선 경위와 달러의 영향력 아래 놓인 국가들의 현황을 살피면서 앞으로 달러가 어떤 길을 걷게 될지 전망한다.
저자는 현재 세계 금융 시스템이 브레턴우즈 고정환율제가 붕괴한 1970년대 초나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중국의 성장이 가속화한 1980년대 후반 이래 한 번도 보지 못한 중대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진단한다. 미국은 과거처럼 외국 중앙은행들에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지 않고, 대신 물가 상승률을 낮게 유지해 달러의 구매력을 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면서 그마저도 지키지 않고 있다.
‘그래도 달러’라는 믿음과 ‘이번엔 다르다’라는 의심이 혼재한 상황에서 그는 “실제로 여러 수치로 볼 때 달러 패권은 2015년 정점에 도달한 뒤 내리막을 걷고 있다”고 단언한다. 미국이 그동안 누려온 ‘과도한 특권’이 점차 줄어들면서 금융 불안정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달러는 여러 도전에 직면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필두로 한 경제 연합체 브릭스(BRICS)는 국가간 거래에서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결제하는 등 ‘탈(脫)달러’ 움직임을 보인다. 중국은 경제성장률이 완화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다른 국가에 비해 빠르게 성장하며 미국과 세계 최강대국 자리를 다투고 있다. 중국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달러 블록에서 완전히 이탈해 더 통상적인 인플레이션 목표제로 이행한다면 글로벌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은 중국의 탈달러화 움직임을 더 자극할 수 있다. 중국을 필두로 한 아시아 공급망에 속한 국가 간 거래에서 위안화의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한국은 달러 블록의 미래에 가장 핵심적인 나라라고 저자는 언급한다. 한국에 중국은 미국 못지않게 중요한 무역 파트너고, 나머지 조건이 동일한 상태에서 위안화가 변동하면 원화는 위안화와 달러를 모두 반영할 수 있어서다. 한국이 그렇게 움직이면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결국 같은 경로를 밟게 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가상화폐와 중앙은행디지털통화(CBDC)의 부상도 달러의 위상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는 전 세계 지하 경제에서 중요하게 쓰이며, 이로 인해 장기적 가치를 부여받는다. 세계 지하 경제 규모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거대하다. 가상화폐나 CBDC가 지배적 통화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달러와 사업 경쟁을 벌이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 주목 받는 스테이블코인도 디지털 자산시장에서 사실상 달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희동 전 신한투자증권 전략기획그룹장은 신간 ‘더 루프: 금융 3000년 무엇이 반복되는가’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역사가 보여주듯 기축통화의 지위는 영원하지 않다. 미국의 상대적 경제력이 약해지고,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도전도 계속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화폐 자체의 개념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그의 지적처럼 미 달러 중심의 통화 질서에 대해 재고해 봐야 할 시점이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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