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재 예방하겠다더니…허위 ‘안전 컨설팅’ 무더기 적발

최유경 2025. 10.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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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산업재해 승인 사고 사망자는 827명.
하루 2.26명 꼴로 일터에서 안전하게 돌아오지 못한 셈입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역시나 '건설업', 전체의 40%가량건설업 산재 사고입니다. 이른바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도 건설업계 산재 예방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미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정책 중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이라는 사업이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2022년 도입한 제도인데요. 공단이 정한 민간업체가 중소 규모 건설업체를 직접 방문해, 산재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겁니다.

그럼, 이 컨설팅을 받은 사업장들은 산재를 제대로 예방할 수 있었을까요?
KBS 취재 결과, 현장조차 방문하지 않은 채 컨설팅을 진행한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꾸민 업체가 적발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무려 28차례로 집계됐습니다. 제도에 허점이 발견된 셈입니다.

지난달 30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산재 사망사고 감축을 위한 지방관서장 회의를 개최했다.


■ 3년 연속 공단 평가 'A등급' 받았는데…허위 컨설팅 28회 적발

오늘(17일)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이 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고용노동부 지정 재해예방 전문지도기관이었던 청주 소재 A 업체는 2024년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이하 '안전 컨설팅')을 모두 28차례 허위로 수행했습니다.

허위 수행은 모두 현장 방문 컨설팅인 4~6회차 컨설팅(전체 7회차) 중 발생했는데, 현장을 방문하지 않고 서류만 꾸며내는 등 사업 절차를 위반한 경우였습니다. 이 업체가 컨설팅을 진행했던 15개 사업장 중 13개 사업장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습니다. 계약한 컨설팅 비용은 6,300만 원(총 105회)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이 업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공단의 '건설재해예방전문지도기관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습니다. 특히, 허위 수행이 적발된 2024년 평가에서도 업무 충실성 부문에서 500점 만점 중 417점을 획득했습니다.


공단은 뒤늦게 이 같은 허위 컨설팅 사실을 파악하고, 2024년 11월 심의위원회를 거쳐 컨설팅 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A 업체는 여전히 자사 홈페이지에 공단으로부터 받은 A등급을 홍보자료로 활용하며 다수의 안전 자문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A 업체 측은 이와 관련해 KBS에 "당사 컨설팅 수행자가 실제 현장 방문을 했으나 작업이 없어서 본사로 가서 컨설팅을 진행했다"며 "또한 현장에서 만난 공단 직원이 본사 컨설팅으로 인정해준다고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해명했습니다.

다만 "공단에서 부정하다고 소명하라고 해, 심의위원회에 직접 참석해 해명했다"며 "담당자가 처음한 업무고 미숙했기에 컨설팅 수수료를 반납해 마무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 기술지도 뒤 중대재해까지 발생…공단 지정 지도 기관 4곳 중 1곳은 중대재해

게다가, A 업체가 '건설재해예방전문지도기관'으로서 기술 지도를 했던 사업장에서 2024년 중대재해가 발생했습니다. 2024년 9월 10일 충북 괴산군 칠성면의 한 하천 정비사업 공사 현장에서 옹벽 바닥 기초 거푸집 해체 과정에서 매몰 사고가 발생해 노동자 1명이 숨진 사고입니다.

A 업체가 공단 평가에서 A등급을 부여받은 건 공교롭게도 충북 괴산 사고 이틀 뒤인 9월 12일이었습니다. 이 같은 사고는 올해 평가에 반영돼, 업체는 이번엔 'B등급'을 받게 됐습니다.

A 업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KBS 취재 결과, 2024년 공단이 지정한 민간 건설재해 예방전문지도기관 249곳 가운데 지도 사업장에서 1차례 이상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관은 모두 64곳(25.7%), 즉 4곳 중 1곳 꼴이었습니다.

2024년 9월 10일 충북 괴산군 매몰 사고 현장 사진 (자료 제공: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실)


■ '아리셀' 이어 부실 컨설팅 또 적발…"평가 체계 전반 개선 필요"

사실 '부실 컨설팅'이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6월 2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친 '아리셀 참사' 당시에도 해당 사업장이 공단 안전 컨설팅에서 '안전보건에 대한 경영 의지가 높다'는 등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됐었죠.

컨설팅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연관 기사] ‘화성 화재’ 아리셀, 정부 컨설팅서 “안전보건 의지 높다” 평가 (2024.6.28.)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99018

안호영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이번 사건은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자기규율 예방체계’가 현장에서 얼마나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허위 컨설팅 업체가 공단 공인 평가에서조차 A등급을 받은 것은 공단 평가 체계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방증한다"며 "평가 체계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오늘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해당기관은 컨설팅 허위수행 사실이 적발돼 계약해지 및 수수료 환수, 올해 사업 참여 배제 등 제재처분을 완료했다"며 "전체 컨설팅 수행기관 대상 불시 현장점검을 신설하는 등 올해 컨설팅 질 제고를 위해 관리체계를 전면 개편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편집: 유화영 / 자료제공: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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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경 기자 (6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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