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 조용필이 남긴 목소리 ①

김지은 기자 2025. 10. 17.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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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조용필의 무대가 안방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57년 동안 공연형 가수로 자리를 지켜온 가왕의 위엄이 빛났다.
사진 KBS

지난 10월 6일 광복 80주년 KBS2 대기획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가 전파를 탔다. 지난 9월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조용필의 콘서트가 브라운관을 점령한 것. 콘서트 시작에 앞서 조용필은 "TV라고 하니까 떨리네요"라면서 웃었고, 첫 곡 '미지의 세계'의 전주가 흘렀다. 고척스카이돔은 거대한 함성으로 흔들렸다. 조용필의 목소리와 노래가 세대를 넘어 대한민국을 하나로 묶는 순간이었다.

조용필의 단독 콘서트는 티켓팅부터 초미의 관심을 받았다. 두 번의 티켓팅 모두 5만명의 대기인원과 함께 3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1만 8000석 가운데 2000석은 각종 사연과 공모를 통해 모집됐다. 사전 계획엔 1000석이 이벤트 좌석으로 할당되었으나, 사연 응모 이벤트에 7000건 이상 접수되면서 추첨석이 2배 늘었다고. 나아가 문화생활 취약계층인 장애인·노인·아동, 국가유공자와 후손 등 다채로운 관객들이 함께하며 의미를 더했다는 후문이다. 장년층 관객이 다수인 상황에 공연 당일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졌음에도 객석 점유율이 97%를 기록하며 역사적인 공연을 향한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기대 속에서 공개된 콘서트는 말 그대로 감동의 연속이었다.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조용필의 목소리와 가창력의 전율, 빼어난 사운드의 연주의 박진감, 관객의 생생한 열기가 TV를 시청하는 안방까지 전달됐다. 

사진 KBS

조용필은 "오래 기다리셨죠? 뜨겁게 맞이해주셔서 감사하다"라는 인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노래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여러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노래할 것"이라고 말해 고척스카이돔을 가득 채운 관객의 응원을 받았다. '모나리자' '단발머리'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 겨울의 찻집' '못찾겠다 꾀꼬리' '창밖의 여자' '고추잠자리' '꿈'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 '슬픈 베아트리체' '킬리만자로의 표범' '바운스' 등 3시간 가까운 방영 시간 내내 오랜 기간 대중의 마음을 뜨겁게 만든 조용필의 명곡이 이어졌다. 

관객들은 경쾌한 리듬에 박수쳤고, 흥겨운 멜로디에 떼창으로 화답했다. 세대를 초월한 합창이 고척돔을 가득 채웠고 그 장면은 그대로 안방극장에 전해졌다. 관객 중엔 이승기, 이동욱, 김종서, 고소영, 윤민, 소수빈, 선우정아, 조현아, 주현미 등 유명인들의 관람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의 무대를 본 이들은 찬사를 보냈다. 가수 이승철은 "조용필의 노래는 하나의 장르"라고 했으며, 신승훈은 "나도 저렇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지표"라고 했다. 박찬욱 감독은 "나의 영웅"이라고, 가수 아이유는 "전 세대가 사랑하는 유일무이한 가수"라고, 잔나비 최정훈은 "누군가 가왕의 자리를 물려받을 수 있겠지만, (조용필은) 가왕보다 큰 대왕으로 남을 것"이라고 존경을 표했다.

공연은 다르지만 음악은 같다

사진 KBS

조용필은 KBS에서 1997년 <빅쇼> 이후 28년만에 단독무대를 선보였다. 그는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를 출연한 것에 대해 "지금 하지 않으면 많은 분을 뵐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다. 내 소리가 앞으로 더 안 좋아질 것 아닌가? 그래서 빨리 해야겠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고민 끝에 무료 콘서트를 결심한 그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음악적 도전이었다. 같은 음악이지만 다른 공연으로, 새로운 것을 들려주고 보여 줘야 한다는 것. 조용필의 섭외를 비롯 공연 기획 등을 맡은 박지영 KBS 대형이벤트기획단장은 KBS 특집다큐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그날의 기록>에서 "조용필은 신중한 타입이다. 방송보다 공연형 아티스트이고, 연예인보다 예술가로 남고 싶어 해서 고민했다"라며 "그에게는 음악적 도전이 중요해서 교향악단 협업과 고척 스카이돔 공연을 제안하며 같은 음악이지만 새로운 것을 보여주자는 의지를 전했다"고 섭외 비하인드스토리를 공개했다.

출연을 결심한 후 무대 준비 과정은 치열했다. 그는 콘서트 실시간 타임라인에 맞춰 연습하는 원칙을 지키며 몰두했으며, 공연을 앞두고 귀울림과 구강건조증으로 연습에 어려움을 겪어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물 한 모금을 마신 뒤 다시 연습에 돌입하는 집념을 보였다. 75세의 나이에도 약 30곡을 서서 소화하는 무대를 향한 열정은 존경심을 불러일으켰다. 그에게 서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팬들에 대한 자세'다. 코러스 가수 중 한명이 조용필에게 "계속 서서 노래하면 힘드니까 앉아서 하는게 어떠냐?"고 제안했으나 "내가 어떻게 팬들 앞에서 앉아서 노래를 할 수 있겠나?"라고 답했다는 것. 또 3시간의 공연 중 의상을 갈아입는 것에 대해 "관객들이 기다리는데 의상을 갈아입으러 무대를 비우는 게 미안하다"며 의상을 여러 겹으로 겹쳐 입었다는 후문이다. 본래 무대 의상도 갈아입지 않고, 팬들이 보는 무대 위에서는 물도 마시지 않고 노래를 한다고.

사진 KBS

임진모 평론가는 조용필의 콘서트를 "공연은 달라야 하지만 음악의 감동은 같아야 한다"라고 정의했다. 57년의 동안 무대 위에서 노래한 조용필은 가수로서 같은 노래도 다르게 불러야 한다는 철칙을 고수한다. 콘서트 투어 때마다 모든 곡에 대해 편곡을 다시 진행하는데, 이번 콘서트에서도 곡과 연주마다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증강현실을 이용한 감각적인 무대 구성, 한편의 뮤지컬같은 편곡으로 관객에게 "역시 조용필"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조용필과 30년간 무대를 함께 구성한 밴드 '위대한탄생'의 리더 최희선은 "무대장치나 조명 퍼포먼스가 바뀌면서 편곡이 달라졌다. 조용필은 '듣는 사람들을 흔들 수 있는 강렬하고 과격한 사운드'를 주문했다. 밴드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전반적인 구성부터 반주, 전주를 모두 새롭게 만들었다"고 부연 설명했다. 

가왕의 인기곡 TOP5

유튜브 채널 <KBS 레전드 케이팝>에 공개된 조용필의 콘서트 셋리스트의 10월 7일 공개되고 8일만에 총 조회수는 1199만을 기록했다. 조회수를 기준으로 대중에게 가장 화제가 된 곡을 모았다.

<바람의 노래>

조회수 111만. 철학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삶의 고통과 실패, 사랑의 의미를 노래하는 곡으로, 많은 이들의 인생 위로 곡으로 평가받는다.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 /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 보다 많은 실패와 고난의 시간이 / 비켜 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라는 가사는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잊혀진 사랑>  

무정하게 멀어져 가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하게 표현된 곡. 잊을 수 없다고 애원하면서도 마음은 지쳐 모든 것은 잊고 싶다는 마음이 진솔하게 표혀됐다. 누적 조회수는 93만으로, 관객들의 떼창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콘텐츠다.

<모나리자> 

조용필의 대표곡 중 하나로 누적 조회수는 87만회. 신비롭고 도도한 여성을 모나리자에 빗대어 사랑의 설렘과 미묘한 거리감을 그렸다. 강렬한 록 비트 위에 서정적인 멜로디가 더해져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은 곡으로 꼽힌다. "모나리자, 난 너의 미소 속에 빠져버렸네"라는 후렴구는 세대를 불문하고 사랑받았다. 

<꿈> 

누적 조회수 74만뷰. 조용필 표 '삶의 응원가'로 사랑받은 곡이다. 인생을 '끝없이 달려가는 꿈'에 비유하며, 좌절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곡이다. "내가 사는 이 세상은 나의 꿈을 찾아서"라는 가사는 방황하는 이들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줬다.

<그 겨울의 찻집>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며 겨울 찻집의 풍경 속에 지난 사랑의 추억을 녹여낸 서정적인 발라드. 담백한 멜로디와 시 같은 노랫말, 조용필의 섬세한 감정 표현이 겨울이 되면 들어야 하는 명곡으로 자리잡게 했다. 누적 조회수는 70만.

김지은 기자 a05190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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