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왜 맨날 그러니"... 잔소리, 아이 자존감 떨어뜨립니다
<11> 부모 잔소리의 심리학
편집자주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며 부모도 자랍니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4주에 한 번, 성장통을 겪는 부모들에게 조언과 응원을 전합니다.

"엄마가 너무 싫어요. 계속 한숨 쉬고 제 말은 안 듣고… 하지 말라는 건 너무 많은데, 하라는 건 공부뿐이에요." (중학교 2학년 민규(가명))
"엄마는 하루 종일 따라다니면서 잔소리해요. 공부해라, 빨리해라, 정리해라, 치워라… 끝이 없어요." (초등학교 2학년 은솔(가명))
"그냥 '숙제해라' 하면 되잖아요. 그런데 엄마는 그렇게 말하는 법이 없어요. '숙제했니?', '아직도 안 했지?', '너는 왜 맨날 숙제를 알아서 못 하니?', '꼭 엄마가 화를 내야 말을 듣지' 하고 말이 엄청 길어요. 엄마가 막 화를 내면서 잔소리를 하면 그냥 하기가 싫어져요." (초등학교 6학년 민재(가명))
진료실에서 아이들에게 무엇이 가장 속상하냐고 물으면, 많은 아이들이 '엄마 잔소리'를 꼽는다. 그렇다면 잔소리란 무엇일까? 사전적으로 잔소리는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 또는 '필요 이상으로 듣기 싫게 꾸짖거나 참견하는 말'을 뜻한다. 미국 심리학자 앨런 카즈딘은 '말썽 많은 아이 제대로 키우기'라는 책에서 같은 행동에 대해서 세 번 이상 말하면 그것이 바로 잔소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엄마들은 억울하다. 엄마 입장에서는 자녀에 대한 관심과 부족한 부분을 가르친다고 했던 말들이 잔소리로 치부되는 것이 속상하고 답답하다. 아이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말이 결국 잔소리가 되어 아이에게 부담, 간섭, 혹은 통제로 여겨지게 되는 것은 대부분 말하는 방식의 문제 때문이다.
반복·비교·비난형 잔소리 속 부모의 불안
한국 엄마들의 잔소리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은 반복이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아이를 다그치고, 심지어 예전에 비슷한 잘못까지 끄집어내 길고 오래 이야기한다. 그래서 엄마가 잔소리를 시작하면 귀를 막거나 머릿속으로 다른 생각을 한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다.
두 번째로 많이 나타나는 잔소리 특징은 비교다. 다른 아이, 특히 친척, 친구, 이웃의 자녀와 비교하며 아이의 행동이나 성과를 질책하는 것인데,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잔소리 유형이다.
세 번째는 한두 가지 행동을 가지고 아이의 인격 자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것이다. "너는 연휴 내내 핸드폰만 보더라", "너 하는 게 그렇지", "너는 왜 맨날 그 모양이니?"와 같은 말들은 아이가 자기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만든다.

네 번째는 지나치게 많은 것들에 대해서 잔소리를 하거나, 하루 종일 따라다니면서 지적이나 지시를 하는 경우이다. 이렇게 되면 아이들은 엄마가 자신을 지나치게 통제한다고 여기며, 엄마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게 된다. 이렇게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장황하게 지적하게 되는 것은 엄마의 마음 아래에 숨어있는 불안 때문인 경우가 많다. '지금 지적하지 않으면 아이가 스스로 잘못된 행동을 고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이렇게 두면 잘못된 행동이 습관이 될 것 같다'는 걱정, 더 나아가 '나중에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어른이 되거나 혹은 공부를 못해서 좋은 대학이나 좋은 직장에 가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이 엄마의 말을 길고 장황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아이가 실패나 좌절, 어려움을 겪지 않고 정해진 길을 따라 순탄하게 잘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에 잔소리를 많이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부모 자신의 화와 같은 풀리지 않는 감정을 아이에게 쏟아내면서 잔소리를 하기도 한다.
심리·뇌 발달 저해하는 잔소리
문제는 잔소리가 아이의 심리 발달과 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지속적인 잔소리를 듣는 아이는 스스로를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족한 사람으로 인식하면서 죄책감과 열등감을 느끼고, 결국 자존감 및 자기 효능감이 저하된다. 또한 반복되는 잔소리가 압박감으로 작용해 감정 과부하 상태를 유발하며 아이의 감정 조절을 어렵게 하고, 짜증을 쉽게 내는 아이로 자라게 한다.
지속적인 간섭은 아이에게 자율성과 통제감 상실로 여겨질 수 있으며 아이는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부모로부터 멀어지거나 반항하는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다. 잔소리를 듣는 것이 고통스러운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고립시키고, 나아가 부모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감정에 전반적으로 덜 주의를 기울이며 회피하거나 거리를 두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될 수도 있다.

최근에는 뇌 MRI나 뇌파를 이용한 연구에서도 이러한 부정적 영향이 과학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부모의 비판, 과도한 간섭, 부정적 피드백은 감정을 느끼는 뇌의 반응을 둔화시키고, 보상에 대한 반응을 줄일 뿐 아니라 긍정적인 정서 경험 자체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된다. 엄마의 잔소리가 청소년의 정서 관련 뇌 영역을 과활성화시켜 감정적으로 더 예민하게 만들고, 동시에 논리적 사고, 기억, 자기 통제와 관련된 뇌 영역의 활동을 억제시켜 사고력과 인지 조절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도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부모가 원하는 바가 아이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아이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면서도 아이와의 관계를 해치지 않을 수 있을까?
말하는 방식을 바꿔라

부모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차분한 상태에서 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부모가 감정을 가라앉혀야 아이 역시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부모의 말을 들을 준비를 하게 된다. 또한 아이가 이번에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만 짧고 간결하게 말하는 것이 좋다. 과거에 잘못한 일을 반복해서 말하거나 아이를 비난 또는 비하하는 말, 인격적으로 단정 짓는 말, 그리고 다른 아이와 비교하는 말은 아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때 '나-메시지(I-Message)'를 활용하여 3단계로 소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첫째 부모가 받아들일 수 없는 아이의 '행동', 둘째 그 행동으로 인해 부모가 느끼는 '감정', 셋째 아이의 행동이 부모에게 미치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영향'을 설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교 끝나고 바로 집에 오지 않았는데 엄마에게 연락해주지 않았어(행동). 학교 끝나고 한참 지났는데 연락이 안 돼서 엄마, 아빠가 계속 걱정했어(부모의 감정). 아빠는 너 찾으려고 몇 시간이나 동네를 돌아다녔어(영향)"와 같이 말하는 것이다. 더불어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말하기보다는 중요한 문제 2, 3가지를 보다 강조해서 말하고, 대신에 이러한 문제는 아이가 가능한 수정해갈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준다.
한번은 진료실에서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잔소리하는 것은 원래 엄마들의 의무 아니겠어요?"라고 말해서 엄마와 함께 크게 웃은 적이 있었다. 부모가 아이를 가르치고, 적절히 지시하며 필요한 피드백을 주고 훈육하는 것은 아이의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아이를 위하는 마음이 아이에게 전해지고, 실제로 내 아이의 행동을 바꾸게 할 수 있는, 부모의 말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대이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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