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묵은지·청국장도 매력적인 ‘K푸드’

184일간 이어진 오사카 엑스포가 지난 13일 막을 내렸다. 9월부터는 티켓 판매가 조기 종료될 정도로 대박이 터졌다. 엑스포는 각국의 문화와 기술을 선보이는 자리이지만, 동시에 세계의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여러 나라가 홍보관을 마련하고 자국 요리를 자랑했다. 온라인에는 ‘오사카 엑스포에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 랭킹과 리뷰가 쏟아졌고, 평소 쉽게 접하지 못하는 중동이나 아시아 소국의 향토 요리가 주목받기도 했다. 엑스포 관람객은 식문화에도 관심이 많고, 낯선 음식에도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필자 역시 10월에 엑스포를 찾았다. 박람회장 안에는 몇 군데 한식당이 있었고, 어떤 메뉴가 나왔는지 궁금해 둘러보았다. ‘K푸드’로 판매된 메뉴는 삼계탕, 불고기, 냉면, 양념치킨, 핫도그, 김치 피자 등이었다. 일본의 동네 한식당이나 코리안타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메뉴들이었다. 가격은 일반 식당보다 훨씬 비쌌고, 솔직히 말해 굳이 엑스포에서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물론 장사하는 입장에선 ‘익숙한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 실패하지 않는 전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문화가 모인 자리라면, 아직 덜 알려진 한식을 소개해 문화적 가치를 세계에 알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만약 다양한 김치의 세계를 소개했다면 어땠을까. 일본에서는 배추김치와 깍두기는 인기가 있지만, 물김치나 묵은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일본인에게도 물김치의 시원한 맛이나 묵은지의 깊은 감칠맛은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다. 청국장을 선보였어도 흥미로웠을 것이다. 일본인은 낫토를 즐기지만, 한국에도 낫토와 닮은 발효 음식인 청국장이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핫한’ 한식보다 오히려 한국인에게 너무나 익숙한 전통 한식에서 새로운 매력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한식의 세계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말은 자주 들리지만, 그 출발점은 이미 당연하게 먹고 있는 음식의 가치를 다시 들여다보는 데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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