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떨어져도, 경찰에 잡혀가도 서점 안 닫아… 책 있는 곳에 평화 있기에”
키이우·동예루살렘의 두 서점 대표
獨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서 대담

“우리는 인간입니다. 우리는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을 곁에 두고 싶어 합니다.”
15일(현지 시각) 개막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전시장의 중앙 무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가장 큰 서점 ‘센스’를 운영하는 올렉시 에린착이 ‘전쟁의 시기에 책을 판다는 것(Bookselling in the Times of War)’이란 주제 토론의 연사로 나섰다. 동예루살렘의 서점 ‘디 에듀케이셔널 북숍’ 주인 마흐무드 무나도 참석했다.
센스는 러·우 전쟁 발발 직전인 2022년 1월에 문을 열었다. 이곳 주인 에린착은 “폭탄이 떨어지고 총성이 울리는 전쟁통에도 서점 문을 닫지 않았다”고 했다. “공동체에 안정감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매달 50건 넘는 행사를 진행한다. 에린착은 “4년 넘게 전쟁이 이어지면서 많은 사람이 지쳤지만, 우크라이나어, 우크라이나 문화를 지키는 일이 러시아와 맞서 싸우는 것”이라고 했다.

디 에듀케이셔널 북숍은 무나의 부친이 문을 연 서점이다. 4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이·팔 분쟁과 중동 역사, 외교·학술서부터 문학까지 폭넓게 다룬다. 그런 이곳에 올해 2월 이스라엘 경찰이 들이닥쳤다. 팔레스타인 관련 서적을 압수했다. 미 석학 노엄 촘스키의 ‘가자의 위기(Crisis in Gaza)’ 같은 책도 포함됐다. 무나와 그의 조카는 테러를 조장하는 책을 판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돼 이틀간 구금됐다. 이 사건은 예루살렘에 머무르는 지식인들에게 충격을 안겼고,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외교가에서도 이스라엘 정부에 우려를 표했다.
분쟁 지역에서 서점을 운영하고 책을 파는 행위가 누군가에게는 한가하게 들릴 터. 그러나 무나는 “서점 주인들은 사회의 공중 보건 의사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사람들의 아픈 곳을 본다”며 “약을 처방할 순 없지만, 이 시대의 질환을 다루는 책들을 팔 수 있다”고 했다. 다양한 담론이 오가는 장(場)을 만드는 ‘사회적 큐레이터’ 역할도 강조했다. “우리 일은 사람들 생각을 자극하는 것입니다. 독자들이 갖고 있던 생각을 책을 통해 깨고, 안전지대를 벗어나길 바라죠. 그런데 여기에 폭력이라는 혐의를 씌우는 건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저는 책이 있는 곳에 평화가 있다고 배웠거든요.”

올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사람들을 이어주는 일은 정치적 사명”이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전날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위르겐 보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회장은 “국경이 다시 뚜렷해지는 세상에서 사람들을 연결하는 일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됐다”며 “올해는 어느 때보다도 그 임무가 긴박하다”고 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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