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엔 피아노 없다, 악보는 보면서 친다” 약점도 모두 공개하는 佛 피아니스트

김성현 기자 2025. 10. 17.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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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내한하는 알렉상드르 타로
‘아무르’ 등 영화 출연으로도 유명

“요즘도 그런 꿈을 자주 꿉니다. 특히 무대에 벌거벗은 채로 올라가는 꿈을 꾸지요.”

알렉상드르 타로 페이스북다음 달 내한하는 프랑스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 영화 ‘아무르’ 등에 출연하기도 했다.

음악 애호가뿐 아니라 눈썰미 빼어난 영화광들도 이 피아니스트의 얼굴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20여 장의 음반을 발표한 프랑스 인기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56). 지난 2012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영화 ‘아무르’에서 피아니스트 역으로 출연했고,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프랑스 작곡가 라벨(1875~1937)의 전기 영화인 ‘볼레로’에서도 음악 평론가 랄로 역을 맡았다. 물론 대사량이 적은 카메오(특별 출연)이긴 하지만, 스크린에서도 톡톡히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하는 셈이다. 다음 달 1~2일 부천아트센터에서 내한 공연을 갖는 그는 본지 서면 인터뷰에서 “영화는 분장실에서 한참 기다린 뒤 감독의 지시가 떨어지면 촬영하고, 언제나 200여 명이 둘러싸고 있다. 무대에서 홀로 연주하는 것과는 무척 다른 경험”이라고 했다.

연주자로서 그가 독특한 건 자신의 약점까지도 솔직 담백하게 드러낸다는 점이다. 국내에도 번역된 음악 에세이 ‘이제 당신의 손을 보여줘요’에서도 자신의 삶과 음악에 대해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우선 꿈에서도 벌거벗은 채 무대에 올라가거나 엉뚱한 협주곡이 연주되는 바람에 당황하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는 “작곡가 라벨에 대한 꿈을 더 자주 꾼다. 꿈속에서 레스토랑과 바, 정원에서 그와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깊은 인상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 집에 있던 피아노를 판 뒤에는 집에 피아노를 두지 않고 친구의 집이나 연습실에서만 연습한다. 그는 “일상적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무척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음반 녹음 직전에는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에 있는 19세기 프랑스 작곡가 에마뉘엘 샤브리에의 묘에 꽃을 놓아둔다. 타로는 “샤브리에가 내게 말을 걸어주고 응원해주는 느낌”이라고 했다.

협연이나 독주회에서 악보를 외워서 연주하지 않는 점도 독특하다. 그는 “연주 도중에 기억력 문제가 생겼던 경험이 내겐 정신적 상처(트라우마)로 남았다. 마치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만 같았다”고 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좋은 점도 생겼다. 타로는 “예전에는 악보를 넘겨주는 페이지 터너(page-turner)가 곁에 있었지만, 지금은 아이패드에 악보를 넣어 두고 전자 악보를 직접 발로 넘기는 페달을 사용한다”고 했다. 지금도 아이패드에 수백 곡을 저장해 둔다.

마지막으로 숫자에 대한 집착도 있다. 호텔에 가면 숫자 9나 9의 배수로 끝나는 방에서 묵는다. 그는 “지금도 대부분 제 호텔 방은 9나 27, 207, 333 같은 9의 배수로 끝난다. 수비학(數秘學)적으로는 ‘인생 경로’와 연관이 있는데 기나긴 여행, 중요한 만남, 청중과의 강한 연결, 창조적 활동을 의미한다”고 했다.

타로는 11월 1일 부천아트센터에서 피아노 독주회, 다음 날인 2일에는 단짝인 프랑스 첼리스트 장 기엔 케라스와 이중주 무대를 갖는다. 그의 연주 레퍼토리는 바로크부터 현대음악, 클래식부터 대중음악까지 아우른다. 이번 독주회에서도 모차르트와 라모 같은 클래식뿐 아니라, 후반에는 프랑스 샹송과 연관된 곡들도 들려준다. 역시 이번 내한 때도 숙소 방 번호는 9의 배수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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