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전유성과 묘비명

이수영 2025. 10. 1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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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은 유신체제가 만들어낸 '동백림 간첩단사건'에 연루되면서 고문 후유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하며 고통을 겪어야 했다.

반공·반북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었지만, 그 후 막걸리와 시를 벗 삼아 한 편의 시와 같은 말년을 보냈다.

그가 남희석에게 농담처럼 전한 자신의 묘비명은 '웃지 마, 너도 곧 와'였다니, 역시 전유성답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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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은 유신체제가 만들어낸 ‘동백림 간첩단사건’에 연루되면서 고문 후유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하며 고통을 겪어야 했다. 반공·반북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었지만, 그 후 막걸리와 시를 벗 삼아 한 편의 시와 같은 말년을 보냈다. 특히 그의 묘비명에 새겨진 시 ‘귀천’의 문구는 오랫동안 세상에 회자하고 있다.

천 시인을 비롯한 유명인들의 묘비명은 삶에 대한 통찰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짧은 글로 표현한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영국 출신 극작가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다. 그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글을 남겼다. 평생 신과 인간의 문제를 고민했던 철학자 니체는 ‘이제 나는 명령한다. 차라투스트라를 버리고 그대들 자신을 발견할 것을’이라고 했으며, 화가 미켈란젤로는 ‘아무것도 보지 않고, 아무것도 듣지 않는 것만이 진실로 내가 원하는 것이라오. 그러니 제발 깨우지 말아 다오. 목소리를 낮춰다오’라고 마지막 말을 전했다. 스님보다 기인으로 더 알려진 중광은 타계하기 전 열었던 마지막 전시회의 제목을 묘비명과 같은 ‘괜히 왔다 간다’로 했다.

얼마 전 개그계의 대부인 전유성이 세상과 작별했다. 고인은 ‘개그맨’이라는 명칭을 직접 만들고, 한국 최초의 공개 코미디 무대를 선보이며 한국 코미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재치와 풍자, 따뜻한 유머로 시대를 관통하며 웃음의 가치를 일깨우기도 했다. 또한 후배 개그맨들에게 든든한 스승이자 멘토로서 영감을 주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생전 방송인 남희석이 고인과 묘비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일화가 화제가 되고 있다. 그가 남희석에게 농담처럼 전한 자신의 묘비명은 ‘웃지 마, 너도 곧 와’였다니, 역시 전유성답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떠났지만, 그의 위트와 여유는 여전히 우리와 함께 할 것이 분명하다.

이수영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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