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13시간”…성폭력 가해자와 마을 여행
[KBS 대구] [앵커]
청송의 한 마을에서 성추행 가해자가 출소 두 달 만에 피해자와 마을 여행을 함께 떠나, 피해자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고령층이 많고 성 인지 감수성이 낮은 농촌을 대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준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청송에 사는 70대 A 씨.
지난달, 댐 지역 보상 사업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마을 단체 여행에 나섰다가 충격을 겪었습니다.
자신을 성추행해 징역 8개월을 복역하고 출소한 가해자 B씨가 나타난 겁니다.
A씨는 성폭력 가해자와 같은 버스를 탄 채, 꼬박 13시간을 함께 여행했습니다.
[성폭력 피해자 A 씨/음성변조 : "범죄자하고 마주치니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몸이 화르르 떨리는 게 뭐 어떻게 할 정신이 안 되고 죽을 맛이었어요."]
앞서 B씨는 재판부에 "살고 있는 마을을 떠날 거라"고 약속하고 유리한 양형을 받았지만, 석 달째 마을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출소 뒤 누구도 이행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데다, 마을 이장 등 주민들이 여행을 권하면서 2차 가해가 이뤄진 겁니다.
[성폭력 가해자 B씨/음성변조 : "지인이 자꾸 그러면(안 오면) 어쩌나. 바람 좀 쐬고 좀 갔다 오자 해서 갔더랬어요. 가서 그분(피해자)하고 면식한 것도 아니고, 대화한 것도 아니고…."]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의 접근을 막으려면 직접 법원에 가처분을 내야 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상황에 맞는 선제적인 분리 조치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송경인/대구 여성의전화 대표 : "(가해자가)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잖아요. '나는 이 사람하고 접근 금지 명령 내려지는 상황인데 같이 가도 되겠나'하고 이렇게 인지할 수 있는데, (현재는) 그런 것이 전혀 없으니까…."]
공동체 규모가 작아 피·가해자 분리가 쉽지 않은 농촌 성범죄 사건, 피해자 보호를 위한 세심하고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박준우입니다.
촬영기자:최동희
박준우 기자 (joonw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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