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은 상처 들여다보는 가장 날카로운 렌즈"…'안트로폴리스' 5부작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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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과 상처를 좀 더 날카로운 렌즈로 들여다보기 위해 비극이라는 장르는 더 필요하다."
연극 '안트로폴리스' 1부 '프롤로그/디오니소스'를 무대에 올린 윤한솔 연출가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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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솔 연출 '프롤로그/디오니소스' 이어
2부 '라이오스' 전혜진 1인 18역

"아픔과 상처를 좀 더 날카로운 렌즈로 들여다보기 위해 비극이라는 장르는 더 필요하다."
연극 '안트로폴리스' 1부 '프롤로그/디오니소스'를 무대에 올린 윤한솔 연출가의 말이다. 국립극단은 올해부터 내년에 걸쳐 독일 극작가 롤란트 쉼멜페니히의 '안트로폴리스' 5부작을 국내 초연으로 선보인다. 작품명은 독일어로 인간의 시대를 뜻하는 안트로포챈(Anthropozän)과 도시를 의미하는 폴리스(Polis)가 결합된 말이다. 고대 그리스 신화 속 테베 왕가의 비극을 통해 문명사회에서 공동체를 이룬 인간 본성을 탐구한다.
올해는 1부 '프롤로그/디오니소스'를 26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이고, 같은 장소에서 2부 '라이오스'를 11월 6~22일 공연한다. 이후 '오이디푸스' '이오카스테' '안티고네/에필로그'가 내년에 관객과 만난다.
16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 연출가는 그리스 비극이 5부작 대작으로 무대에 오르는 데 대해 "전쟁이 매일 생중계되는 양상을 볼 때 비극이라는 장르가 유효한가에 대한 질문이 품게 됐다"며 "많은 공연이 비극을 포기하는 가운데서도, 섣부른 구원과 용서로 덮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프롤로그/디오니소스’는 테베 건국 신화를 다룬 '프롤로그'와, 쉼멜페니히가 에우리피데스의 '바쿠스의 여신도들'을 각색한 '디오니소스'로 구성된다. 디오니소스가 자신을 신으로 인정하지 않는 테베의 왕 펜테우스를 벌하는 이야기를 현대적 감각으로 풀었다.
무대에는 라이브 밴드와 코러스 11인이 등장하고, 배우들이 직접 춤과 노래로 대사를 전달한다. 특히 펜테우스 왕이 "테베에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외치는 장면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불법 비상계엄을 패러디한 뉴스 속보 영상이 스크린에 투사된다. 윤 연출가는 "관객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 음악과 영상 장치를 활용했다"며 "투박한 카메라 워크를 통해 극적인 순간을 일부러 어긋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디오니소스' 편은 인간과 신의 대립을, 이방인의 문명과 구세력의 충돌로 풀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2부 '라이오스'는 그간 고대 그리스 비극에서 다루지 않았던 오이디푸스의 아버지 라이오스가 테베의 왕위에 오르기까지를 재구성한다. 쉼멜페니히가 '안트로폴리스' 5부작 중 유일하게 원작 각색이 아닌 창작한 희곡이다. 배우 전혜진이 10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올라 1인 18역을 소화한다. 연출과 각색을 맡은 김수정 연출가는 "2025년에 한국에서 그리스 신화를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를 고민했다"며 "한국의 동시대성을 많이 가미해 관객이 느끼는 거리감을 줄이려 했다"고 밝혔다. 또 "쉼멜페니히의 대본은 여백이 많아 어렵지만 그만큼 교조적이지 않은 것이 특징”이라며 “라이오스가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양면성을 드러내 관객이 직접 사유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 '안트로폴리스'는 인간성의 본질을 묻는 작품이다. 윤 연출가는 "인간성뿐 아니라 모든 자연스러움은 노력으로 획득되는 것이라 믿는다"며 "긍정적인 인간 본성이라면 그것 역시 훈련과 사유를 통해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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