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은 왜 아직도 ‘무늬만 국가직’일까

손경호기자 2025. 10. 1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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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이 이루어졌다. 당시 정부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시대가 열렸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소방공무원의 처우는 여전히 '무늬만 국가직'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재정과 책임의 구조는 과거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이 행정안전부 국정감사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소방관 10명 중 9명의 인건비는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다. 소방 인력은 꾸준히 증가해 2024년 기준 6만6천여 명이었고, 17개 시도가 부담한 인건비 총액은 5조 6천억 원에 달했다. 국비 부담률은 오히려 감소세다. 2021년 13.6%로 반짝 상승했을 뿐, 2024년에는 8.6%까지 떨어졌다. 사실상 국가직 전환 이전 수준으로 회귀한 것이다.

이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과 「소방기본법」은 소방을 여전히 지자체 사무로 규정하고 있다. 국가직 전환은 인사권과 지휘체계를 일원화한 데 그쳤고, 재정적 뒷받침은 뒤따르지 않았다. 인건비는 대부분 지방의 특별회계, 즉 지역자원시설세(소방분), 담배소비세 등을 통해 조달되고 있다. 결국, 이들 세원은 경기나 인구 구조에 따라 유동적이다. 국세 기반의 안정적인 재원이 아닌 이상, 지방재정 여건에 따라 소방서비스 수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2022년 보고서도 이 문제를 짚고 있다. 보고서는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재정 책임은 분명히 이전되지 않았으며, 현재 구조는 지자체의 과중한 부담을 전제로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담배소비세를 기반으로 한 소방안전교부세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9268억 원에서 2023년 7728억 원으로 줄었고, 감소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소방을 위한 별도 안정적 재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각 지자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소방 인력 충원과 장비 확보, 복지 수준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지역 간 격차가 발생하는 불공정 구조가 고착화되는 것이다. 특히 기후 위기로 인한 대형 산불, 폭우, 지진 같은 복합 재난이 증가하는 지금, 소방력의 국가적 통합과 표준화는 더욱 시급한 과제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어떨까. 미국은 국토안보부(FEMA) 산하의 '소방보조금 프로그램'을 통해 지자체 소방서에 인건비, 장비, 훈련 예산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은 2017년 소방청을 내무부 산하로 일원화한 뒤, 대부분의 예산을 중앙정부가 조달한다. 일본도 총무성 소방청이 지자체 소방본부를 총괄하며, 장비·인건비의 상당 부분을 국가가 보조금 형태로 책임진다. 독일도 연방정부가 주 정부 및 지자체와 협약을 통해 소방서비스의 균질화와 재정지원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선진국 대부분이 '국가의 책임'이라는 철학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재정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여전히 후진적이다.

따라서 우리도 인건비와 재난 대응 예산을 중앙정부가 직접 책임져야 한다. 단순한 교부세 조정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를 위해 국세나 특별회계를 통해 안정적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소방공무원의 처우 개선도 잊어서는 안 된다. 국가직 전환은 단지 인사 체계 개편으로 그쳐선 안 된다. 전국의 소방관들이 위험 현장에 나설 때, 그 책임의 무게는 동일하다. 그러나 현재는 지역에 따라 장비나 휴식 공간, 복지 수준이 크게 차이 난다.

소방은 더 이상 지방 사무가 아니다. 경북·경남·울산지역 등 초대형 산불에서 알 수 있듯 기후위기와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지금, 재난 대응력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무이다.

소방공무원들은 국민을 구하기 위해 매년 119안전센터에서 부상과 순직을 감내하며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들이 국가직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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