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대통령 몰아낸 마다가스카르 Z세대, 아프리카를 흔들다

박영서 2025. 10. 1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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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르 수도 안타나나리보 도심 시청 앞에서 청년 시위대가 전세계 Z세대 시위운동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일본 만화 원피스(One Piece)의 ‘해적기 로고’를 변형한 현수막을 내걸고 구호를 외치고 있습니다. 현수막에는 현지어인 말라가시어로 ‘일어나라, 젊은이들이여!’가 적혀 있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아프리카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의 거리가 기쁨으로 뒤덮였습니다. 격렬한 시위로 지난 14일(현지시간)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탄핵을 끌어낸 마다가스카르의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승리의 환희를 누리고 있는 것이죠. 이제 ‘작은 섬나라의 분노’는 아프리카 대륙으로 번질 기세입니다. 그러나 환호 뒤에는 불안도 짙습니다. 마다가스카르의 혁명이 과연 자유의 새벽을 여는 신호탄이 될지, 또 다른 혼란의 서막이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마다가스카르 수도 안타나나리보 도심 광장에선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축출에 환호하는 시민 수천 명이 한데 모여 희열을 드러냈습니다. 젊은이들은 레게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국기를 휘날리며 대통령 규탄 구호를 외쳤습니다. 이들 중 대다수는 지난달 25일부터 잦은 단전·단수 등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온 Z세대 젊은이들입니다.

앞서 라조엘리나 대통령 축출 과정은 숨가쁘게 진행됐습니다. 국회는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해산 명령을 거부하고 대통령 탄핵안을 추진했습니다. 탄핵안 표결 결과는 투표함에서 1표씩 꺼내면서 가부를 부르는 방식으로 개표 과정이 공개됐습니다. 탄핵안 의결에 필요한 105번째 찬성표가 발표되자, 의원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내질렀습니다. 의원들은 “사슬에서 벗어났다”, “나는 노예였다. 이제는 자유다”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마다가스카르 의회가 통과시킨 최초의 대통령 탄핵안이었습니다. 전체 163석 가운데 찬성표는 130표였습니다.

탄핵안 의결 직후 안타나나리보 거리에선 자동차와 오토바이들이 대거 경적을 울리고, 젊은이들도 거리로 쏟아져나와 소리를 지르며 기쁨을 표했습니다. 한 시민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너무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다”며 “오늘은 승리했다”고 말했습니다.

의회의 탄핵 의결 직후에는, Z세대 시위를 진압하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오히려 시위대에 합류했던 육군 엘리트 조직 캡사트(CAPSAT) 부대가 대통령궁에서 정권 장악을 선언했습니다. 이 부대 지휘관인 마이클 랜드리아니리나 대령은 15일 기자회견에서 “어제부터 우리가 국정을 책임지게 됐다”며 “곧 대통령에 취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군부는 마다가스카르의 최고법원, 선거관리위원회, 상원을 포함한 국가기관을 사실상 전부 해체했습니다. 다만 탄핵안을 의결한 ‘국회’(하원)는 기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프랑스 군용기를 타고 마다가스카르에서 탈출한 것으로 알려진 라조엘리나는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마다가스카르는 네팔에 이어 최근 전 세계에서 Z세대 시위가 정부를 무너뜨린 두 번째 나라가 됐습니다. 마다가스카르의 ‘승리’가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필리핀, 케냐, 파라과이, 페루, 아르헨티나 등 그동안 Z세대 시위가 번졌던 국가 등으로 더욱 확산할 가능성에도 더욱 관심이 쏠리게 됐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축출, 군부 정권 수립 등이 마다가스카르에 밝은 미래를 보장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NYT는 군부가 통치하는 마다가스카르에 정세 불안정이 계속되는 경우 국제 사회에서 고립이 심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아프리카에서 젊은 층의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군부의 통치를 불러온 사례가 적지 않은데, 이런 경우 더 큰 격변이 뒤따르는 경우도 많았다고 NYT는 지적했습니다.

분노의 정치가 희망의 정치로 이어지려면, 군의 총이 아니라 시민의 손이 권력을 잡아야 합니다. 혁명보다 더 어려운 것은, 그 혁명을 지켜내는 일이죠. 진짜 변화는 시민의 의지가 사라지지 않을 때 완성됩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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