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박 통했다…"인도, 러 석유 구매중단 약속"

이재철 기자(humming@mk.co.kr) 2025. 10. 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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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너지 패권 확대 노림수
인도, 50% 관세 폭탄에 백기
日에도 "러 LNG 사지마" 압박
구매처 러→미국 전환 목적
유럽, 우크라戰 후 러 수입 축소
한국도 수입 중단 강요 받을듯

중국과 함께 러시아산 석유 최대 수입국인 인도가 미국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수입 중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명분으로 각국에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수입 중단을 요구해왔다.

'평화 중재'를 명분으로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 러시아산을 미국산으로 대체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두 마리 토끼 잡기가 힘을 받는 형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를 더 이상 구입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나는 인도가 (러시아의) 석유를 사는 게 불만이었다"며 "그(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오늘 러시아에서 석유를 사지 않을 것이라고 내게 확언했다"고 말했다. 다만 인도의 구매 중단 시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즉시 할 수는 없다. 약간의 절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절차는 곧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싼값에 러시아산 석유를 구입한다는 이유로 대인도 관세율을 50%로 크게 올린 자신의 통상 압박이 통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인도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오히려 대러시아 원유 수입을 크게 늘리며 중국에 이어 2대 수입국이 됐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고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까지 나서서 즉각적인 원유 수입 중단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책사인 나바로 고문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를 통해 인도 에너지 재벌들이 헐값에 러시아 원유를 들여와 정제한 뒤 유럽과 아프리카·아시아로 수출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다며 "(이러한 차익 거래가) 에너지 재벌에게서 다시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자금 창고로 흘러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지난 7월 미국과 무역합의에 도달하면서 막대한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약속했다. EU는 중국, 인도, 튀르키예에 이어 석탄,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등 러시아산 에너지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경제권이다. 핀란드 싱크탱크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의 추정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중국은 9조1200억원, 인도는 5조7600억원 규모의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입했다. 튀르키예(4조8000억원), EU(1조9200억원)가 그 뒤를 이었다.

EU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산 수입 근절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기체결된 장기 공급 계약 조건과 값싼 러시아 에너지를 대체할 만한 다른 공급망을 찾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거래를 끊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인 2021년 기준 EU의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 규모는 1330억유로(약 218조8000억원)에 달했다.

EU 집행위원회는 7월 미국과 무역합의를 타결하면서 향후 7500억달러(약 1050조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한국과 일본도 LNG를 중심으로 아직까지 러시아산 에너지에 일부 의존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발전과 철강 산업 수요에 따라 수천억 원 규모의 러시아산 석탄을 수입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를 통해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을 만나 일본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중단하기를 바라는 (미국) 행정부의 입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만간 한국을 상대로도 향후 러시아산 석탄과 LNG 구매 중단 요구가 제기될 것으로 관측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아시아에서 러시아산 LNG를 가장 많이 구매한 국가는 중국으로 410만t을 수입했으며 일본(370만t), 한국(140만t), 베트남(61만3000t), 대만(20만t)이 그 뒤를 이었다.

대러시아 제재에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대만도 상당량의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을 진행하고 있다. 원유 부산물인 나프타는 석유화학 제품과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원료다.

한편 인도의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 중단 움직임 속에서 국제 유가는 소폭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6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 인도분은 전날(58.27달러) 대비 0.97% 오른 58.84달러에 거래됐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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